법조→정치 ‘다이렉트 코스’ 밟아…4.15총선서 ‘지역구 출마’ 시사도

더불어민주당 13호 영입인재로 지난 27일 입당한 이수진 전 판사. 이 전 판사의 출마지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이 언급된다.
더불어민주당 13호 영입인재로 지난 27일 입당한 이수진 전 판사. 이 전 판사의 출마지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이 언급된다.

[일요서울] 이수진(52) 전 부장판사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4.15총선에서 나경원(58)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객’ 역할을 할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전 판사는 지난 27일 민주당 열세 번째 영입인재로 입당했다. 앞서 민주당 열 번째 영입인재였던 이탄희 전 판사에 이은 법관 출신 인사다. 두 사람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내부고발자’로 꼽힌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했던 상고법원에 반대하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등 법원 내 사법개혁에 앞장서 온 소신파 판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8년에는 현직 판사 신분으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양승태 사법부’의 강제징용 사건 재판 지연 의혹을 제기했고, 2016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할 때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인사 전횡을 비판하는 공개토론회 개최를 막으라는 법원행정처 지시를 거부해 대법원에서 퇴거당하는 인사 불이익을 입기도 했다. 일련의 활동으로 인해 그는 양 전 대법원장 체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법관 블랙리스트에 등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전 판사는 이날 입당식에서 “정의로운 판사, 약자와 함께하는 판사가 되려고 노력하며 살았다”라며 “그런데 내 이름 앞에 ‘물의 야기 판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법관으로 양심을 지키고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였다”라고 당시를 술회했다.

그러면서 “오래 주저했지만 내가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첫 번째 이유는 국회의 벽이다”라면서 “지난 1년간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연구보고서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결국, 정치를 통해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입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2002년 인천지방법원 예비판사로 임관해 서울고법, 서울지법 등을 거쳐 최근까지 수원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법관으로 지내다 지난해 말 사의를 표명하고 4.15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사직서가 지난 7일 수리되면서 정치에 발을 디디게 됐다. 법조계에서 정치계로 긴 공백 없이 ‘곧장’ 건너온 셈이다. 이 전 판사 역시 사직서 제출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회가 된다면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에 나가 국민의 심판을 받고 싶다”며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집요하게 (출마를) 요청했다”라고 지역구 출마를 시사했다. 이 전 판사의 유력 출마지로 거론된 곳은 서울 동작을이다.

이곳의 현재 지역구 의원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4선의 나 의원은 이곳에서 재선을 지냈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해 18대에는 서울 중구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19·20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내리 선출되며 표밭을 단단히 했다.

만약 이 전 판사가 이곳에 도전할 경우 ‘판사 출신 정치인’이라는 유사한 전력을 지닌 두 사람이 맞붙게 된다. 두 사람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다만 이 전 판사는 경제학과에서, 나 의원은 법학과에서 수학했다.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나 의원이 한참 선배다. 이 전 판사는 이후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2년 사법연수원 31기를 수료했다. 나 의원은 24기로 그보다 7기수 위다.

한편 동작을은 지난 17일 민주당이 밝힌 전략공천 지역 15곳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선을 치를 경우에도 이 전 판사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여성 정치 신인’으로 25%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앞서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여성 지역구 공천 30%’를 내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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