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회사 이직 금지’ 각서 써야 수당 지급…대표, 모욕적 언행 다반사

[국민청원 게시판]
[국민청원 게시판]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상조업계 2위 보람상조가 갑질과 임금체불로 논란에 휩싸였다. 보람상조 설계사(모집인)들은 사측이 ‘타 회사 이직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체불 수당을 지급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보람상조에서 일했던 한 설계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측의 갑질 행위와 부당행위를 폭로했다. 보람상조 측은 일요서울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해 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설계사 “설계사들, 배신자·범죄자 만들기 위해 진술서 받아”

보람상조 “각서 요구한 적 없어…불법 타사 이직 비일비재”

지난달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조 갑질횡포 및 수당체불 사태’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보람상조가 7가지의 갑질과 부당행위를 했다며 빠른 해결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청원인 주장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전국지점장회의 당시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으며 ▲본부 및 지점 내 감시성 CCTV를 설치했고 ▲신규실적을 회사 위주로 강요 ▲본부와 지점 운영에 드는 경비를 지출하라고 강요 ▲주말·공휴일도 없이 출근 강요 ▲실적 마감 시 공포 분위기 조성 ▲교육 내용과 다른 수당 및 부당한 진급 규정 등 총 7가지에 대해 열거, 설명했다.

특히 청원인은 매월 초 서울 본사에서 열리는 ‘전국지점장회의’가 있는 날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11시에 마감 후 잠도 못자고 새벽에 출발한다고 했다.

또한 밥값과 경비 지원도 없었다. 회의 분위기는 인신공격성 회의를 주도하고, 공개적인 석상에서 일으켜 세운 뒤 개인 옷차림으로 망신을 준다며 국장들 감봉까지 직원들한테 까발린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보람상조의 제일 어이없는 시스템은 사무기기, 비품, 문구 하나까지 개인 비용으로 해야 하며, 또 투자(광고·사은품·현금시책 투자 등)를 하라고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사무실 청소비까지 설계사들이 각출해서 운영 중인데, 사무실 냉·난방기기까지 본부와 지점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영업지원팀은 뭘 하는 부서인지 알 수가 없다”며 “회사달력과 다이어리까지 구매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노동착취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원인은 “주말과 공휴일 없이 출근을 강요한다. 이건 노동착취이자 개인 사생활 침해다”라며 “심지어는 여성 주부들에게 일을 하려면 가정까지 버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발언도 폭로했다.

종교 자유 없어…헌금 하한선 강조

지난달 13일에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람상조와 관련된 또 다른 국민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회사는 사업부 인원들이 왜 그만두는지 문제 원인을 파악해 해결할 생각은 없고 오직 떠나는 인원은 배신자, 범죄자로 만들려고 전국 본부 및 지점을 다니며 진술서를 받고 있다”며 “법무팀, 영업관리 등 사업부 인원대상으로 확인서 강요, 휴대폰 통제, 진술서 강요 등 그만두는 인원에 관련해서 안 좋은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토록 하며, 진술서 작성 시 진급시켜준다는 등 회유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원인은 “종교의 자유가 없다. ‘교회(부산)로 오라’고 하며 직급별 헌금 하한선을 대표가 강조한다. 회사 공식 행사 시 무조건 예배와 찬송을 진행하고 타 종교를 가진 직원들과 심한 갈등 사항을 초래시킨다. 새벽 마케팅 회의 시 주말에 교회를 갔는지 확인하고, 안 갔을 경우 큰 소리로 ‘그렇게 행동하니 조직이 안 된다’ 등의 인신공격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 설계사는 부산의 교회를 가는 날이 아버지의 칠순 날이라 부모님 집에 가겠다고 하자 같이 자리에 있던 임원들 앞에서 대표로부터 1시간 동안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부산에 있는 ‘L 교회’의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의 영향인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보람상조 설계사들이 제일 억울해 하고 분노하는 측면은 그만두는 사람이 사측으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뒤 고소,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한다’는 등의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측이 임금을 체불한 뒤 ‘타 회사 이직을 하지 않겠다’라는 취지의 각서를 써야 임금을 지급한다는 주장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설계사 700여 명 중 400여 명이 지난해 11월치 수당을 제때 지급받지 못했으며, 체불 수당만 총 15억 원이라고 밝혔다.

조직 이탈 우려… 각서 강요 

또 다른 설계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측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공개했다. 문자에 따르면 ‘보람상조에서 안내드립니다. 회사는 보람전속 LC위탁계약서 제14조에 따른 계약해지 사유(동종업체 겸업금지, 업무방해 등)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설계사님에게는 위탁계약서 제 15조 제2항에 따라 이번 달 수수료의 지급을 유예할 예정입니다. 동종업체 겸업(동종업체 이적금지 포함)이나 위탁 계약해지 의사가 없으신 설계사님은 아래와 같이 “본인 000은 위탁계약해지 의사나 타사이적의 의사가 없습니다”라는 문자로 답변 주시면 즉각 이번 달 위탁 수수료를 지급할 예정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설계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성탄절에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에 설계사들을 출근하도록 지시했고 일부 설계사들이 이에 해촉서를 내는 등 반발하자 조직 이탈을 우려해 ‘이직 금지’ 각서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람상조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 지금까지 지급은 쭉 해 왔다”며 “이직 의사가 없는 설계사에게는 위탁수수료에 대한 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의 조직 빼가기와 불법적인 타사이직 등이 비일비재해 방지 차원에서 ‘수당 지급 지연’ 조치를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체불의 경우 월급이 아닌 수수료 등이며 영업명목비로 선지급을 한 부분도 있는데, (선지급을 받고 나간 설계사들) 그 부분은 어떻게 할 거냐”고 토로했다. 각서 요구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서 요구를 한 적이 없다. 그 문자를 각서로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8일 보람상조 본사 앞에서는 설계사들의 단체 시위가 진행됐다. 설계사들은 보람상조의 부도덕한 행태를 지적하며 “새벽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마감했는데 수당을 노예각서를 써야 지급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지급으로 가족들이 굶고 있다. 미지급 퇴사 시 급여를 안 준다더니 임의로 퇴사 처리를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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