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뉴시스]
류현진 [뉴시스]

 

2000년대 초 뉴욕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진출 문턱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오랜 앙숙 보스턴 레드삭스 때문이었다. 특히 1번 타자 조니 데이먼에게 툭하면 결정타를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태국계인 데이먼은 양키스를 만나기만 하면 정규시즌보다 플레이오프에서 더 펄펄 날았다. 

양키스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데이먼을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양키스는 최후의 수단인 데이먼을 아예 보스턴에서 빼돌려 양키스 소속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를 눈치챈 데이먼은 공개적으로 양키스에서 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보스턴과의 재계약이 실패로 돌아가고 양키스의 집요한 구애가 계속되자 데이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데이먼은 양키스와 4년 계약을 맺었다.

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양키스는 2009년 마침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양키스는 또다시 10년 간의 월드시리즈 우승 가뭄에 시달렸다. 절호의 기회였던 지난 시즌에는 아메리칸 챔피언결정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승4패로 져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양키스는 그래서 데이먼에게 했던 방식을 다시 한번 펼치기로 했다. 애스트로스의 에이스 게릿 콜을 9년 3억2천4백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거금을 들여 데려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콜을 잃어버린 휴스턴은 졸지에 우승권에서 멀어지게 됐고, 반대로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지난 시즌 103승을 기록한 양키스는 콜의 합세로 산술적으로는 올시즌 110승 이상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월드시리즈행 티켓은 따논 당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양키스는 선발투수진은 물론이고 불펜진도 철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타격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서도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번타자 DJ 르마휴는 올 시즌 3할1푼6리의 타율과 홈런 18개에 타점 75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선두타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2번타자 애런 저지는 타율은 2할7푼에 머물겠지만 특유의 장타력을 과시하며 올 시즌 38개의 홈럼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3번 글레이버 토레스는 35개의 홈런을 치고, 돌아온 4번타자 지아카를로 스탠튼은 38개의 홈런에 98개의 타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5번타자 게리 산체스도 30개의 홈런포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돼 2, 3, 4, 5번 타자 4명이 기록할 홈런 수가 무려 140여 개에 달한다.

이밖에 6번 브렛 가드너도 19개, 7번타자 지오바니 어쉘라 17개, 8번 루크 볼트 19개, 9번타자 마이크 토치맨 8개의 홈런을 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하위타자들도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다. 

누구 하나 쉽게 잡을 수 있는 타자가 거의 없다.

이런 가공할 투수력과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는 양키스를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류현진이 상대해야 한다.

블루제이스가 류현진을 4년 8천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것은 그가 양키스의 타선을 잠재워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블루제이스의 이 같은 기대에 류현진이 과연 부응할 수 있을까?

류현진은 지금까지 양키스를 상대로 2전 전패했다. 내용은 더 처참하다. 10과 3분의1 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 자책점 8.71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극강이었던 홈에서조차 양키스의 강타선에 만루홈런 등을 포함 3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4와 3분의1이닝만에 강판되는 수모를 당했다. 

2경기 성적만으로 일반화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류현진은 앞으로도 양키스만 만나면 작아진다는 징크스에서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류현진은 특정 팀과 선수들에게 강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LA 에인절스만 만나면 류현진은 강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고 있는 마이크 트라웃에도 강한 면을 보였다. 반면 콜로라도 로키스의 놀란 아레나를 만나면 고양이 앞의 쥐 처럼 위축됐다. 

과연 류현진이 양키스에 약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을 수 있을까. 이번 시즌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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