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방에 토지를 3천 평 소유하고 있었는데 고속도로가 나면서 그 땅의 대부분이 수용되었다. A씨는 자투리 땅이 조금 있지만 아무짝에 쓸모없는 땅이 되어 버려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손실보상 청구를 하고 싶은데 승소할 수 있을까?

가. 대법원 판결 요지

고속도로 부지로 수용되고 남은 땅이 고속도로접도구역으로 지정돼 땅값이 떨어졌다면 누구를 상대로 손실을 보상받아야 할까, 그리고 적용법규는 무엇일까? 실제로 흔히 발생되는 사례인데 피고적격의 문제와 법규 선택이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멀쩡한 땅의 한 가운데 고속도로가 뚫려 수용될 경우 나머지 땅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수 있다. 고속도로 옆의 땅을 사용하기가 거의 힘들고 특히 땅의 모양이 이상하게 남아 자투리땅이 될 경우에는 땅의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토지보상법’이 아니라 ‘도로법’에 근거해 손실보상을 청구해야 한다. 따라서 피고를 고속도로를 건설한 ‘한국도로공사’가 아니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해야 한다. 

대법원은 우모씨 등 14명이 "1억 3천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잔여지 가치하락 손실보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두40860). 우 씨 등은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일대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토지 가운데 일부가 제2서해안고속도로에 편입됐다. 2008~2011년 편입토지에 대해 보상을 받은 우씨 등은 고속도로에 편입되지 않고 남아있는 땅의 가격이 떨어졌다며 도로공사에 보상을 청구했지만 도로공사가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도로공사는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획지조건 악화나 자동차 소음으로 인한 환경조건 악화로 인한 가치하락이 발생했다는 증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잔여지가 접도구역으로 지정돼 발생하는 손실은 공익사업에 토지가 편입돼 발생한 손실이 아니라 행정행위에 따라 발생한 손실이므로 도로공사가 보상할 손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속도로 부지로 수용되고 남은 잔여지가 접도구역으로 지정돼 건축행위가 금지되어 사용가치 및 교환가치가 하락하는 손실이 발생한 것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공익사업에 우 씨 등 원고들의 소유 토지 중 일부가 취득되거나 사용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와 별도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접도구역으로 지정·고시한 조치에 기인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토지보상법 제73조 1항에 따른 잔여지 손실보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접도구역 지정으로 인한 잔여지 가격감소 손실은 도로법에 근거해 행정주체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 토지보상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약칭과 도로법 규정

토지보상법 제73조(잔여지의 손실과 공사비 보상) 제1항에 의하면 “사업시행자는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일단의 토지의 일부가 취득되거나 사용됨으로 인하여 잔여지의 가격이 감소하거나 그 밖의 손실이 있을 때 또는 잔여지에 통로·도랑·담장 등의 신설이나 그 밖의 공사가 필요할 때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손실이나 공사의 비용을 보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한편 도로법 제41조(접도구역에 있는 토지의 매수청구) 제1항에 의하면 “접도구역에 있는 토지가 종래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어 그 효용이 현저하게 감소한 경우나 접도구역의 지정으로 해당 토지의 사용 및 수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도로관리청에 해당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나아가 도로법 제99조 (공용부담으로 인한 손실보상) 제1항에 의하면 “이 법에 따른 처분이나 제한으로 손실을 입은 자가 있으면 국토교통부장관이 행한 처분이나 제한으로 인한 손실은 국가가 보상하고, 행정청이 한 처분이나 제한으로 인한 손실은 그 행정청이 속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다. 판례분석 및 사례해설

이 사건의 피고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용지보상 업무를 맡은 사업시행자로서, 2008. 11. 4.부터 2011. 6. 21.까지 화성시 일대에 위치한 원고들 소유의 토지를 분할하여 협의 취득하였고, 그 뒤 국토해양부장관은 2011. 9. 5. 위 고속도로 양측의 도로구역 경계선으로부터 20m까지 부분을 접도구역으로 지정ㆍ고시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의 위 판례취지는, 이 사건 토지가 주로 농경지인데 그 가운데 민자 고속도로가 뚫리는 바람에 소음·공해 등으로 인해 농사에 지장을 입어 토지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 것이므로, 그 가격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토지수용 행위 때문이 아니라, 국토교통부장관의 ‘접도구역 지정’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A씨가 한국도로공사가 아닌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손실보상 청구할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수용된 원고들의 땅이 농경지가 아니라 상가부지였고, 한국도로공사의 토지수용으로 인해 잔여지에 상가건물을 물리적으로 건축할 수 없게 된 경우라면 이는 수용행위로 인해 토지의 가치가 바로 하락한 것이므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보상청구가 가능하였을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