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자상감국화운학문매병’,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문양 조금 달라

- 청자 전성기인 12세기 중엽에서 13세기에 제작된 작품… 역대급 도자기

- “추정 감정가를 책정한다면 ‘진품명품’ 사상 최고가 나올 것”

- 여의두문, 뇌문 돋보여…

상감청자국화운학문매병
청자상감국화운학문매병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지난 설 연휴였던 1월 26일 오전 KBS ‘TV쇼 진품명품’ 1209회에서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크기와 형태가 쌍을 이루는 도자기가 등장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탄성을 자아냈던 화제의 도자기는 ‘청자상감국화운학문매병’으로 청자 전성기인 12세기 중엽에서 13세기에 제작된 작품이다. 역대급 도자기의 등장에 전문감정위원 역시 깜짝 놀랐는데, 국보 도자기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의뢰품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날 KBS ‘TV쇼 진품명품’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한 의뢰품 ‘청자상감국화운학문매병’은 등장하자마자 범상치 않은 청자로서 주목받았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의뢰품은 교과서에서 봤던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비슷한 작품이었던 것.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되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고려청자는 총 24점의 국보와 60점의 보물이 있는데, 오늘날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걸작으로 칭송되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고려시대의 청자 매병(梅甁)이다. 매병은 주둥이가 좁고 어깨 부분이 크며 밑이 홀쭉하게 생긴 병으로서 매화 가지를 꽂는 병이라는 용도와 매가 웅크린 모습을 닮은 생김새에서 명칭이 비롯됐다.

고려 매병(梅甁)은 중국 송(宋)나라 매병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12세기경에 이르러서는 고려만의 S자 곡선을 이루며 저부에 이르는 몸체를 지닌 풍만하면서도 유려한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러한 고려 매병의 양식은 이 작품에서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주둥이는 작고 낮으며 바깥으로 살짝 벌어져 있다. 어깨는 넓고 당당한 모습이다. 훤칠하고 매끄러운 하반신 곡선미가 여유 있게 자리 잡았다. 작은 주둥이가 기품 있게 마감됐다. 몸통 전면에는 구름과 학을 새겨 넣었는데, 흑백상감한 원 안에는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학과 구름무늬를, 원 밖에는 아래쪽을 향해 내려가는 학과 구름무늬를 새겼다.

학의 진행방향을 다르게 표현한 것은 도자기 표면이라는 일정한 제약을 넘어 사방으로 공간을 확산시켜 짜여진 구획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추구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광택 있는 회청색의 맑은 유약을 고르게 발랐다.

이 같은 표현상의 변화 추구와 함께 문양처리의 능숙함에서 고려 도자기의 우수함과 고려인의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 고려시대 상감청자 매병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 소재하고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68호로 지정됐다. 국보로 지정될 수 있게 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 얽힌 일화가 유명하다.

이 상감청자는 전문 도굴꾼에게 도굴돼 일본인 흥정꾼에게 당시 서울 기와집 한 채 가격인 1000원에 팔렸다. 간송 전형필이 상감청자를 사겠다고 하자, 이 흥정꾼은 터무니없는 가격인 2만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간송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기와집 스무 채 값을 주고 이 상감청자를 구입했다고 한다. 후일 다른 일본인 수집가가 간송에게 두 배 가격인 4만 원을 제시하며 이 청자를 사겠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함으로써 국보 문화재를 지킬 수 있었다. 당시 간송은 이를 거절하면서 “이 청자보다 더 훌륭한 자기를 가져오시면 바꿔 드리겠소”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청자는 3세기경 중국 송나라에서 처음 만들었다. 옥을 흙으로 빚어보려는 시도가 그 시작이다. 도자기를 구울 때 표면에 달라붙은 나뭇재가 푸른색으로 변한 데서 힌트를 얻었다. 푸른빛 도자기, 청자는 그렇게 태어났다. 우리 땅에서 청자가 제작된 때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9~10세기다.

세계에서 청자를 가장 먼저 만든 중국인마저 천하제일이라 칭송한 고려청자. ‘고려 비색(翡色)’으로 불리는 비취색 고려청자는 12~13세기에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음각한 도자기에 백토와 황토를 채워 각기 다른 색 문양을 만든 상감기법이 이때 등장한다. 상감한 도자기를 가마에서 구우면 백토는 흰색, 황토는 검은색을 띤다. 고려청자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도 이 시기 작품이다.

의뢰품, 청자가 지닌 이상세계의 아름다움 보여줘

그렇다면 이렇듯 고려청자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아름답고, 가치 있고, 널리 알려진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쌍을 이루는 의뢰품 ‘청자상감국화운학문매병’은 어떤 도자기이며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다른 점은 바로 문양의 차이다. 의뢰품의 원 안에는 국화가, 국보 제68호에는 학이 그려져 있다. 이러한 문양은 뾰족한 것으로 도자기의 표면을 파내 그 안을 흑토와 백토로 채워 넣는 ‘흑백상감기법’으로 완성된다.

상감청자 제작에 사용된 상감기법은 고려시대 도공들이 처음으로 개발한 기술로서 특정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도자기에 들어가는 고급 기법이었다. 상감청자 특징은 공간적 여유에 있다. 상감문양을 전면적으로 활용하더라도 배경에는 충분한 공간을 남겨두고 있다.

상감청자 문양은 양류(楊柳), 보상화(寶相華), 국화(菊花), 당초(唐草), 석류(石榴) 등 다양했다. 그중에서 운학무늬와 국화무늬가 가장 많이 애용됐다.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문양은 단연 학과 구름이지만, 연꽃ㆍ모란과 함께 군자의 고결한 덕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도 즐겨 사용했다.

의뢰품은 원 안은 국화 문양이지만 국보 제68호처럼 학과 구름이 주된 문양이며 윗머리 부분에 여의두문 문양이 있다. 여의는 인간의 뜻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길상과 축복을 염원하는 상서로운 문양이다. 만사형통 다시 말해 만사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밑 부분에는 국보 제68호에 없는 뇌문(번개무늬)으로 빙 둘렀는데 만물을 길러주는 번개가 이어지는 의미로서 번창함을 나타낸다. 이 문양들은 고려시대 작품에 가장 많이 나오는 패턴으로 알려졌다.

의뢰품은 창공을 나는 학과 가득한 새털구름, 여의두문, 뇌문 그리고 국화 문양이 명품 중의 명품으로서 청자가 지닌 이상세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날 KBS ‘TV쇼 진품명품’에서 추정 감정가 확인 순간, ‘물음표(?)’가 떴다. 전문감정위원은 “소장자가 감정가 책정을 원치 않는다”라며 추정 감정가를 쓰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만약 추정 감정가를 책정한다면 ‘진품명품’ 역사상 최고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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