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일요서울 |  프리랜서 오재철  기자] ‘지상 낙원’이라 불리는 몰디브. 한국인들에게는 허니문 성지로 잘 알려진 휴양지이다. 몰디브를 다녀온 수많은 지인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새겨진 아름다운 섬’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을 때에도 동요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가? 신혼여행으로 414일 동안 세계여행을 다녀온 여행가이자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움을 보았다고 자부하는 여행작가다. 몰디브의 섬들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내가 지금껏 만나온 섬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관문을 닫고 나선지 정확히 24시간 만에 난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끝없는 모험의 나라로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더 레지던스

일상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재미없어…’ 일 것이다. 수많은 일들에 둘러싸인 일상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만큼 익숙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재미'라는 단어는 새로운 경험에서 만들어지니까 말이다. 그런 재미를 잃은 그대에게 어쩌면 몰디브의 더 레지던스 리조트가 일상의 무료함을 잊게 해줄 또 다른 천국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시작되기에는 이른 시간, 창가로 들어오는 몰디브의 달콤한 햇살에 살며시 눈이 떠졌다. 바다 향기를 담은 공기의 신선함에 마음이 설렌다. 잠을 깨우기 위해 바다와 마주선 발코니로 나섰다. 그리고 밤공기의 여운이 남아 있는 바다로 걸어 내려갔다. 자연이 주는 선물일까?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뿐인데, 마치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 들 만큼 신선하다. 새벽의 푸르름이 걷히고 붉은 아침의 기운이 바다를 물들여 간다. 바닷물 속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일출이라니… 감동스러운 순간이다.

[사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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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가 주는 여운을 내려놓고 개인 풀로 돌아왔을 때 ‘딩동~’하는 차임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당신의 개인 버틀러 사빔입니다. 머무르시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을 도와드릴 테니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늘의 아침식사는 ‘플로팅 블랙퍼스트’예요. 풀장에서 일출을 바라보면서 여유롭게 아침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아침햇살이 머물러있는 풀장에 아침식사가 차려졌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아침식사. 시원한 풀에서 아침을 먹는… 새로운 경험이다. 이른 시간부터 뜨거운 햇살을 맞이해야 하는 적도의 아침에 어울리는 식사가 아닐 수 없다.

거대한 테마파크를 연상시키는 더 레지던스 리조트는 기존의 ‘더 레지던스 팔루마푸시’에 새로운 ‘더 레지던스 디구라’가 더해지면서 규모와 재미가 두 배가 되었다. 게다가 ‘더 레지던스 팔루마푸시’와 ‘더 레지던스 디구라’를 잇는 1km에 달하는 다리를 건널 때는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이렇게 두 섬에 걸쳐진 시설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두개의 섬에서 보내는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클럽,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스파, 42m의 길이가 넘는 호라이즌 인피니티 풀 등에서 한가로운 오전을 마음껏 누렸다.

가까운 섬으로 피크닉을 나섰다. 리조트의 본섬에서 가까운 곳에 홀로 서있는 작은 섬. 하얀 모래로 이루어진 섬은 영화 속 모습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팔을 뻗으면 섬의 끝에서 끝까지 닿을 만큼 작은 섬에서 피크닉 바구니를 열었다. 파도 소리가 토핑된 샌드위치와 하늘빛으로 맛을 낸 음료를 마시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이제 바다 속으로 모험을 떠날 시간이다.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들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이 나를 반겨준다. 니모를 닮은 주황빛 물고기, 검은 줄무늬가 수놓인 노란 물고기, 커다란 눈을 껌뻑이며 나를 바라보는 검은 물고기, 떼를 지어 산호초를 누비고 다니던 파란 물고기들까지 각양각색의 열대어들이 만들어내는 수중 세계의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머물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바닷속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남은 삶을 보내고 싶어진다.  

[사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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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생물들과 함께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저물어 버렸다. 평화로운 섬에 적도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서자 선착장에 정박해 있던 배가 출항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루가 저무는 시간에 어디로 떠나는 걸까? “석양이 질 무렵이 되면 돌고래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요. 우리는 돌고래무리를 찾아 나설 겁니다. 저희와 함께 돌고래 탐험을 떠나지 않으실래요?” 돌고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도 모를 바다 생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여행. 이보다 더 짜릿한 모험이 어디 있을까? 선장이 건넨 손을 잡고 배에 오르자 배는 적도의 붉은 태양을 향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갑판 위에 오르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열대의 더위를 앗아간다. 코발트 빛 인도양을 부드럽게 헤치면서 나아가는 세일링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설사 돌고래를 만나지 못 할지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모험이다.

[사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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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돌고래다!” 한 선원의 외침에 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한 마리, 두 마리… 무려 여섯 마리가 무리를 지어 우리 배를 향해 다가오는 게 아닌가. 마치 우리와 함께 수영을 하고 싶다는 듯, 배의 속도에 맞추어서 헤엄쳐 오고 있었다. 배의 선미로 다가서자 돌고래가 바로 눈앞까지 와 있다. 손을 뻗으면 돌고래 무리를 쓰다듬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거리. 선원 중 한 명은 돌고래들과 소통을 하고 싶은 듯 연신 돌고래 소리를 흉내 내고 있다. 일행들은 모두가 흥분에 싸인 모습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이 넓은 바다에서 돌고래 무리를 만났으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돌고래 무리를 따라 바다로 뛰어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 아닐까. 한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돌고래 무리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길을 가기 위해 멀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돌고래 한 마리가 수면 위로 점프를 했다. 인도양의 석양을 등진 돌고래의 우아한 몸짓이 공중에 머물렀던 1, 2초의 찰나가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가슴속에 새겨지는 순간이다.

[사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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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이 믿을 수 없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동안에 세상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누군가 건넨 모히또 한 잔에 목을 축였다. 배의 불이 켜지자 세상이 온통 보랏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너무나 즐거웠던 하루의 엔딩에 어울리는 하늘빛이다. 즐거운 모험의 세계를 선사해 준 몰디브의 더 레지던스. 오늘 하루도 고마웠어.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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