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때보다 심각…산업계 '직격탄', 대ㆍ중소기업 '생산중단 도미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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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ㆍ우한 폐렴)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는 6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총 2만8230명(사망 565명)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국내는 확진 환자가 24명(1명 완치)이며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한국의 수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또 2003년 상반기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보다 신종코로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관광객 감소·내수 위축·수출 감소…국제유가, 13개월 만에 최저치 하락
현대차, 등 부품 수급 문제로 휴업 논의…중국매출 비중 높은 회사 `울상`
"손님 90% 증발"...백화점·마트엔 점원만, 쿠팡 이어 마켓컬리도 주문 `폭주`
정부 "자가격리 거부 제재 수단 논의, 국회와도 협의 예정"…민관 총력대응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5일 올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선박, 자동차 등 7개 수출 주력업종의 수출액이 전년 대비 2.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신종코로나 사태 장기화 시 올해 수출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호 한경연 산업혁신팀장은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춘절(중국의 설) 기간을 대비한 원자재 등 재고 물량을 단기적으로 확보한 상황"이라며 "신종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지면 생산 차질이 발생해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론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침체도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스 유행 당시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국 의존도가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직접 침체를 겪게 되면 내수가 위축되고 수입 수요가 감소해 우리나라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공장 문 닫고 행사 취소 또는 연기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에 이어 르노삼성자동차까지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 5일 업계에 따르면 수만 개 부품 중 하나라도 없으면 전체 생산이 불가능한 완성차의 특성상 중국의 공장 가동 중단이 국내 업체의 연쇄 셧다운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5일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로 오는 11일부터 2~3일간 부산공장 휴업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의 경우 현대차나 쌍용차와 비교하면 부품 재고량이 충분하지만 수십 개에 달하는 중국산 부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 `유라 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 등 3곳으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받아왔으며, 재고분을 일주일 치 가량 비축해 왔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중국 공장이 차질을 빚으며 부품수급 비상 상황에 부닥쳤다.

쌍용차의 경우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받아왔지만, 이 업체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하며,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생산을 중단한다.

기존에 계획된 행사와 프로그램 등도 신종 코로나 소강 이후로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LG전자는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0`(MWC 2020)에 참가를 전격 취소했다. MWC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 중 전시 참가 취소를 결정한 것은 LG전자가 처음이다.

LG전자 외에 삼성전자, SK텔레콤, 기아차, KT 등 MWC 참가 기업도 신종 코로나 동향을 주시하며 축소, 불참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월31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유아용품 박람회 개최도 불투명하다. 2018년에는 12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 행사에서는 영유아 식품 등을 전시하며 입점이나 판매 상담이 이뤄진다. 올해 행사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개최되더라도 국내 업체들이 선뜻 참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식품업계의 시름도 깊다. 공장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상하이시, 장쑤성, 광둥성 등 중국 지방정부가 춘절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해 공장의 정상 가동이 지연되고 있고 공장 내 감염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리온,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은 일부 중국 내 일부 공장의 생산이 멈춘 상태다.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일선 학교에서 졸업식을 전면 취소하거나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잇달아 중단하고 나섰다.

면역력이 약한 유아들이 많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연일 긴급 안내문자를 발송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5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 진흥고는 애초 오는 7일로 예정됐던 제46회 졸업식을 전면 취소했다. 1, 2학년은 등교를 금지했고, 3학년은 반별로 담임교사에게 연락해 졸업 앨범을 받도록 했다.

동신대와 광주대 등은 2월 졸업식은 물론 3월 입학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취소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혼란 속에 애초 계획된 일정들을 급히 조정했다.
7세와 9세 자녀를 둔 학부모는 "큰 아이는 학원, 둘째는 어린이집에 있는데 맞벌이를 하고 있어 당장 집으로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아이들은 귀가했는데 우리 아이만 남게 될 것 같아 할머니에게 급하게 연락하는 등 대책을 찾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가 바꾼 신풍속도"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 및 쇼핑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고 너도나도 방콕(방에 콕 박혀있기)을 선택하고 있다. 오프라인(매장)은 텅텅 비고, 대신 전자상거래(e커머스)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쿠팡은 하루 주문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새벽 배송이 미뤄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 쿠팡은 전날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배송이 최대 두 시간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마켓컬리도 같은 날 냉장 상품 주문을 조기에 마감했다. 냉장 상품 주문량이 처리 가능한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당분간 e커머스에서 장을 보려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쿠팡, 위메프 등 e커머스 업체들이 급격히 성장했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먹거리와 생필품을 샀기 때문이다.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의 위생용품뿐 아니라 체온계, 손 건조기, 소독기 등의 제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5일 써머스플랫폼이 운영하는 에누리 가격비교가 국내에서 확진자가 처음 발병한 1월20일부터 2월3일까지 총 15일간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작년 같은 기간대비 마스크(2470%), 손 소독제(9522%), 체온계(581%), 이마 체온계(5715%), 손 건조기/손 세정기(479%) 등이 급증했다.

마스크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미국 국립보건원(CDC)에 따르면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N95 등급 이상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N95 마스크는 환자와 밀접하게 접하는 의사, 간호사 등이 전문 의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발표하고 있다.

체온계 중에서 이마 체온계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적외선을 주사해 접촉 없이 체온을 측정할 수 있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백화점과 면세점 등은 손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주말 매출은 전년보다 12.6% 감소했다. 2주 전에 비해서는 7.7% 줄었다. 롯데백화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유경제도 순식간에 찬밥 신세가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따릉이의 이용객 수는 전주대비 5% 감소했다. 목욕탕, 수영장, 헬스장, 병원 등 전염병 공포에 전통적으로 취약한 곳 역시 기피 대상으로 떠올랐다.

“올바른 손 씻기와 체온 유지 중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이번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와 관련해 “현장 매출이 적게는 절반, 많게는 10분 1 이하까지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소상공인 현장의 목소리”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최 회장은 이번 사태 관련 담화문을 내고 “외국 관광객 유입이 매우 감소함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도 외출을 자제하고 각종 모임이 취소되면서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은 이러한 재난에 특히 취약하다”며 “소상공인들이 흔들리고 극빈자로 내몰리면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에 심대한 위기가 초래되는 상황을 대승적으로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상공인 특례보증 확대, 농어민 수준의 이자 조정 등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선제적 대응을 건의한 사실도 언급한 뒤 “위기 극복을 위해 심기일전해 위생 수준 제고와 더 친절한 서비스로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를 해야 함에도 이를 거부하는 사례에 대한 제재를 국회와 협의해 입법으로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겸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5일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재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자가격리 거부자에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이를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가격리 자의 경우 대상자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의 보건소장이 자가격리명령서를 발부하고 이를 어길 시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경기도 내에 자가격리 거부자 2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1명은 자가격리 대상자인데도 이를 거부하고 연락이 끊어 졌고 나머지 1명은 "그냥 벌금 내겠다"며 거부했다고 이 지사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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