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담임 선생님에게 털어놨지만 별다른 조치 못 받아”

A군과 가해학생의 대화 [사진=에펨코리아]
A군과 가해학생의 대화 [사진=에펨코리아]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학교 폭력은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다방면에 걸쳐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이 있었지만 학교 폭력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의 한 학교에서도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 학생들 ‘뛰어내릴 깡도 없는게’라고 하더라”
피해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동반한 우울증과 공황발작 겪고 있어

지난 1일 고등학생 A군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A군은 자신을 성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뒤 지난 2018년 6월부터 학교폭력을 당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교에서 MS 오피스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거 같아 이를 담당 학생에게 제보했는데 학교폭력이 시작됐다”면서 “일부 학생들이 저에게 심한 언어폭력을 지속했고 저는 2018년 6월 21일 유서를 USB에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옥상에 올라간 A군은 두려움을 느껴 행동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이어지는 폭언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가해 학생들에게 “나 일주일 전에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이거든?”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가해 학생들은 ‘창문 열어줄게 뛰어내려 봐라. 그럴 깡도 없으면서’라고 A군의 말을 묵살했다. 실제 그가 첨부한 대화 내용에서는 ‘내 앞에서 자살이라는 얘기 웬만하면 하지 말아줘. 부탁이야’라고 호소하는 A군에게 가해 학생이 ‘너가 먼저 나 저번 주에 자살하려고 한 사람이야 라고 말했잖아’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군이 재차 ‘미안해 그건. 그냥 좀 나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아줘. 좀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나도 혼란스럽다. 내가 너희들한테 고쳐야 될 거 있으면 알려줘. 나도 맞춰나가 볼게. 즐겁게 지내보고 싶다. 너희들이랑’이라고 말했음에도 가해 학생은 ‘ㅇㅋ’등 단답으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A군은 이외에도 가해 학생들이 몰래 자신의 사진을 찍어 유포하거나 그가 만든 커뮤니티에 선정적인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군이 콘텐츠를 지우면 가해 학생들은 욕설과 폭언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다못한 A군은 담임 교사와 학생부 교사들에게 해당 사실을 털어놨지만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2018년 10월 A군의 요청으로 담임 교사 주재 하에 가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가해 학생들이 A군에게 사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괴롭힘은 다시 시작됐다.
A군은 결국 지난해 4월 학교폭력위원회의 실태 조사가 이뤄졌다고 했다. A군은 “학교 폭력을 신고하느라 (서류를) 늦게 작성했는데 학생부장님이 저에게 ‘너 이거 잘못 쓰면 허위신고야’라고 말했다”며 “이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동반한 우울증과 공황발작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경찰서에 학교 폭력 관련 신고를 했다”면서 “카카오톡 스크린샷이 있음에도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이 (카톡 스크린샷을) 유포한 것이 아니라고 하다가 저희가 해당 자료를 의견서에 같이 보내니까 그제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A군은 가해 학생들이 자신에게 접촉하지 말라는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며 “가해 학생들은 다른 반인데 저희 반에 계속 왔고 (제가) 호흡곤란이 와 119에 실려 간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