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소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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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판결이 있기 전,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했고, 이후 많은 사업장은 임금체계를 변경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시행했으며, 판결 이전에 있었던 우려(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는 경우 수조원의 추가 지급임금 발생)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통상임금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심지어 다른 취지의 판결이 나온 적도 있다. 

그런데, 지난 2020.01.22. 대법원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다시 있었다. 지난 2013년 통상임금 판결만큼 큰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에서 이번 판결도 많은 시사점이 있다는 점에서 화제의 노동 판결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주에는 최근 대법원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해 기존과 다른 판결을 한 “대법원 2015다73067 임금 판결(이하 ‘이번 판결’ 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라 함)”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이번 판결의 원고(근로자)들은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들로, 회사는 임금협정에 따라 산정한 시급을 시간급 통상임금으로 보고, 해당 시급을 기준으로 계산한 기본급, 연장근로수당, 주휴수당이 포함된 일당 금액으로 정한 다음, 근로자들이 근무한 일수에 일당액을 곱한 금액으로 월 기본급을 지급했다. 근로자들은 근무일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해 약정한 근로시간 동안 근로했고,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대가로 월 기본급 외에 월급 또는 일급 형태의 각종 고정수당을 지급받아 왔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각종 고정수당(근속수당, 승무수당, 연초수당, 운전자 공제회비, 식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기초로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 만근수당, 유급휴일수당 등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번 판결에서의 주요 쟁점은 기준근로시간(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른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월급 또는 일급 형태의 고정수당이 지급됐는데, 회사가 이러한 고정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으나, 심리결과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 그 고정수당을 “시간급으로 환산하기 위한 총 근로시간 수”를 산정하는 방법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었다. 

쟁점 위한 배경지식

근로기준법 제56조에서는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상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 등 가산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임금(가산임금 = 통상임금 × 150% 이상의 가산율)이 되고,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제공한 시간에 비례해 지급돼야 하므로 통상임금의 시간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산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이 시간급인 경우 그 금액을 시간급 통상임금으로 보면 되지만, 1일 또는 1주, 1개월 단위로 지급된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시간급 통상임금을 구하기 위해서 해당 임금을 적절한 숫자(총 근로시간 수)로 나누어야 한다. 즉, 일급, 주급 또는 월급 형태로 지급된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경우 “시간급 통상임금 = 통상임금 총액 ÷ 총 근로시간 수”로 산정해야 하는 것이다. 분자(통상임금 총액)가 커지면 통상임금이 늘어나고, 분모(총 근로시간 수)가 커지면 통상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이번 판결에서 주요쟁점이 된 분모(총 근로시간 수)는 작을수록 근로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고, 클수록 사용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소송의 쟁점은 주로 특정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던 반면, 이번 판결에서는 총 근로시간 수의 산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기준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합의까지 있는 경우로 그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특정 수당을 어떤 시간(숫자)으로 나누어야 하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존 판례는 특정 수당을 나누는 총 근로시간 수에 포함되는 연장근로시간에 대해 가산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그 산정방식은 “특정수당 ÷ (기준근로시간 + 연장근로시간 × 150% + 주휴근로의 제시간)”이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서 월급 형태로 지급되는 고정수당을 시간급 통상임금으로 환산하는 경우,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총 근로시간 수에 포함되는 약정 근로시간 수를 산정할 때는,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시간 수 자체’를 합산해야 하는 것이지, 가산수당 산정을 위한 ‘가산율’을 고려한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를 합산한 것이 아니다. 이와 달리 가산율을 고려한 연장근로시간 수와 야간근로시간 수를 합산해 약정 근로시간 수를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한다. 이에 따라서 특정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경우 산정방식은 “특정수당 ÷ (기준근로시간 + 연장근로시간 + 주휴근로의 제시간)”으로 변경됐다. 

이번 판결의 결과에 대해 대법원은 ① 당사자 사이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각각의 근로제공시간에 대한 급여는 같은 액수로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인 임금계산의 원리에 부합하고 가장 공평하며 합리적이라는 점, ② 고정수당의 시간급을 산정하기 위해 필요한 약정 근로시간 수를 확정할 때 가산수당 산정을 위한 가산율을 고려해야 할 법적인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③ 당사자 사이에 고정수당의 시간급에 관한 의사가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기존 판례에 따르면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하기로 함으로써 시간급 통상임금이 실제의 가치보다 더 적게 산정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일급 또는 월급 형태의 고정수당에 관해 시간급을 산정하는 방식을 명확히 제시한 판결로 향후 동일한 쟁점이나 유사한 사안의 해석지침으로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통상시급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나오게 해 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기업들이 이번 판결이 있기 전부터 대부분 법정 기준에 따라 임금을 설계하고 있고, 이번 판결의 사실관계에서 문제된 임금체계는 매우 복잡하고 특이한 형태로 다른 임금형태에까지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의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직무중심의 인사관리(직무급)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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