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LG화학 소송, 中CATL 순이익은 급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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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지난해 산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과 LG화학의 배터리 소송전이 지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강성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들의 배터리 소송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양사와 달리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순이익은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진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中정부, 자국 배터리 시장 보조금 지급 등 지원 총력
소송 영향에 반사 이익?...韓기업들, 자구책 마련 활력



지난해 산업계 주요 뉴스로 손꼽힐 만큼 화제였던 이들의 소송전은 지난해 4월 시작됐다.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SK이노를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것. 이 후 두 회사는 소송을 주고받으며 현재까지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데는 인력 이동이 많은 배터리 업계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LG화학의 배터리 주요 인력들이 SK이노로 대거 이직하면서 기술유출 갈등에 불이 붙은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LG화학이 제기한 산업 기술 침해 형사 소송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중으로 전해졌다.

SK-LG, 지난해 나란히 ‘적자’
CATL, 전년 대비 45% ‘증가’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서 영업손실 4543억 원을 기록했고, SK이노는 실적이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영업손실이 3091억 원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은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최대 45%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를 전년 대비 20∼45% 늘어난 40억6000만∼49억1000만 위안(6864억∼8294억 원)으로 제시했다.

CATL은 순익 증가의 요인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인한 배터리 수요 증가, 자사 생산능력 확대, 생산비용 축소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인 외에도 중국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지원이 시장 성장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위주로 보조금을 지급해 왔으며, 배터리 업체 수가 2년 만에 절반으로 줄면서 CATL 등 상위권 업체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LG화학과 SK이노가 입지를 다져 온 파우치형 배터리 제조시장에 CATL이 뛰어든 점도 있다.

이 같은 분석 외에도 일각에서는 배터리 시장의 선두를 달리던 LG화학과 SK이노의 소송전이 이들의 순이익 급증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한 업계 관계자는 양측 다툼에 이익이 제3자에게 돌아갔다는 ‘견토지쟁’의 양상을 띤다고도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ATL은 정부의 배터리 사업 집중 육성을 발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들의 성장에는 국내 상위권 업체들의 법정 다툼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의 한국 배터리...해법은?
합작 공장 설립 등 적극 행보


한국 배터리 기업의 실적 부진에 따른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양사 또한, 회복과 성장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를 앞둔 상황인 만큼 실적 회복을 목표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생산규모가 2019년 320만 대에서 해마다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성장을 거듭해 2019년 24조6000억 원에서 2023년에는 94조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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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는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 매출 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2022년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측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올 상반기에 헝가리와 중국 공장이 상업가동할 예정으로, 서산공장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3개 공장을 가동하게 된다”며 “서산은 지난해처럼 안정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RMI 가입 등으로 아동착취와 같은 인권문제 및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광물을 구매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등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LG화학도 해외 수주 물량 대응을 위해 신·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General Motors)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 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 배터리 합작 생산 공장인 셈이다. 합작법인 설립으로 LG화학은 5개의 자체 생산공장과 2개의 합작 생산공장 등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생산거점은 난징을 비롯해 오창(한국)-홀랜드(미국), 브로츠와프(폴란드)로 이어지며, 중국에 이어 유럽에 제2공장 건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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