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저승사자’의 반격, 그 끝은...靑심장부 겨냥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이른바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던 검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가 직제개편안으로 검찰 서울남부지검(이하 남부지검) 합수단을 폐지시킨 것. 이 때문에 금융‧증권 범죄가 겁 없이 활개를 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검찰 수사력 악화’까지 문제로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은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잇단 좌천 인사로 검찰이 난항을 겪고, 합수단을 공판부로 바꾸는 등 법무부의 강력 조치가 단행됐으나 ‘윤석열 저승사자(합수단 인원)’들은 사실상 살아남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남부지검에 4명의 검사 파견, 현행 합수단 인력 보전 등의 조치로 법무부와의 힘겨루기에서 상대를 압도하려는 모양새다. 또 이러한 과정에는 ‘신라젠‧라임 수사’ 부분도 엮여 있다. 현 정권 인사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는 모양새를 띤 윤석열 검찰의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 합수단 해체 vs , 검사 4명 파견현행 합수단 인력 보전

사건에 다수 여권 인사 연루 의혹···정권 핵심 수사로 번지나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이 폐지되고, 공판팀으로 바뀌었다. 이 부서가 맡고 있던 사건은 금융조사1‧2부로 재배당됐다.

최근 검찰 내 직접 수사 부서가 형사부와 공판부 등으로 대체되는 직제개편안이 시행된 것.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13일 이 같은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발표했으며,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바 있다. 이후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공포‧시행됐다.

합수단은 지난 2013년 5월 출범했다. 6년여 동안 1000명에 달하는 증권범죄 사범을 재판에 넘기는 일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일명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러나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 발표로, 합수단이 해체되면서 신라젠, 라임자산운용 등 중요 범죄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다만 우려를 종식시키듯 합수단 인력으로 파견 와 있던 금융감독원(금감원), 금융위원회(금융위), 한국거래소 등의 직원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는 검찰의 입장이 나왔다. 여의도 저승사자 타이틀을 계승하는 셈이다.

합수단 인원

14명→11명으로

합수단에 파견된 금융 유관기관 소속 전문 인력은 금감원, 금융위,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등 11명이다. 기존에는 국세청 파견 인력도 함께 있었으나, 합수단 해체가 공식화되면서 신규 파견을 중단해 인원이 14명에서 11명으로 줄었다.

합수단이 비(非) 직제 조직이라는 이유로 공중분해되자 ‘수사력 약화’ 지적이 제기됐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러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증권수사 인력 보강을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3명과 서울동부지검 검사 1명을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한 것이다. 윤 총장은 금융범죄 수사나 특별수사에 경험이 있는 검사들을 파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신라젠 사건 관련, 파견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수사력 유지를 위해 당분간 현행 파견 인력 규모를 줄이지 않을 계획이다. 오는 4월 만료 기한으로 하는 금융기관 파견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검이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등 협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새로 파견된 검사들은 현재 금융조사1부에서 수사하고 있는 신라젠 사건에는 투입되지 않는다고 검찰은 밝혔다. 신라젠 수사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신라젠을 비롯한 금융 관련 수사에 인력이 보강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형국이다. 남부지검은 현재 신라젠 사건을 수사할 수사팀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윤 총장의 지시로 검사가 타청에서 파견된 만큼 규모에 신경 써서 수사팀을 꾸릴 방침이다. 현재 라임 사건은 형사6부에 재배당됐다.

신라젠 전 대주주 이철

유시민과의 관계 주목

신라젠은 항암치료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 12월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1년 반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19년 8월2일 글로벌 임상시험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 때문에 손실을 본 소액주주만 1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신라젠 임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윤을 취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과 신라젠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신라젠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앞서 신라젠 문은상 대표와 그의 친인척 등 특별관계자 4명이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신라젠 주가가 고공 행진하던 2017년 12월~2018년 1월경이다. 이러한 사실이 1월 초에 공시되면서 신라젠 주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신라젠 신현필 전무가 지난해 7월 초 보유 지분 전량을 팔아 논란이 됐다. 이후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펙사벡 간암 치료 임상 3상 중단 권고 발표가 나왔다. 신라젠 주가는 더욱 무너졌다.

이들이 결과가 나오기 전에 지분을 판 것은 3상 통과가 어렵다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이러한 신라젠의 잇따른 의혹으로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다단계 금융사기 혐의 등으로 총 14년 6개월을 복역해야 하는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이목이 쏠렸다.

이 대표가 한때 상장 전 신라젠 지분을 14% 보유한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이 대표가 이끄는 VIK의 2013년 이후 4차례에 걸친 450억 원 투자를 기반으로 미국 바이오업체 제네렉스를 인수해 유망 벤처업체로 떠올랐다.

또 이 대표는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이사장이 이 대표의 요청으로 신라젠의 펙사벡 기술설명회에서 축사한 것을 두고, 신라젠 주주들과 친분이 있어 여러 신라젠 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 이사장은 당시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서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볼 때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이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또 “제가 7년 전 보건복지부에 있을 때 우리나라는 외국 제약사가 하는 거(임상시험)를 우리나라 큰 병원에 유치하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국민참여당 원외위원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참여당은 유 이사장이 주축이 돼 창당한 당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유 이사장은 온갖 궤변을 동원해 검찰을 공격했다”면서 “윤석열 검찰을 악마화하고 기자들을 몽땅 기레기로 만들어 (신라젠 사건을) 검찰과 거기에 유착된 언론의 음모로 몰겠다는 거였다”고 힐난했다.

신라젠은 지난 6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문 대표 명의의 ‘호소문’을 올렸다. 신라젠 측은 “당사의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은 작년 8월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의 권고에 따라 간암 대상 임상 3상을 중단했다”면서 “하지만 다른 암종에 대한 임상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임상 3상 중단을 이유로 약물의 효과가 없다는 일부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당사를 연관 짓는 일각의 주장도 터무니없는 내용”이라며 “당사는 연구개발 및 회사의 운영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와 연루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임상 전문가 등 각 분야에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임직원들이 이끌어 왔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망론’과 직결?

이 대표에 대해서는 또 다른 뒷말이 무성하다.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홍보처장이었던 김창호 전 경기대 교수에게 불법 정치자금 6억29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VIK의 돈이 다른 정치권 인사에게도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의혹이다. VIK는 신라젠을 제외하면 크게 수익을 낸 사업이 없었으나, 투자자가 낸 돈의 20%를 수수료로 미리 떼고, 돌려 막기 형식으로 사업을 이어 나갔다.

또 이 대표는 특강 때 친노 인사들을 다수 초청했다. 이때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과 더불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포함돼 있었다. 이 밖에도 2013년에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당시 대학교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2014년에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 이사장 등이 강사였다.

현재 윤 총장의 검사 파견은 표면적으로 남부지검의 합수단 폐지에 따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기 위해 남부지검 수사팀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관련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놓고 현 정권과 이미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윤석열 검찰이 신라젠‧라임 사건 수사를 이어가면서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미 청와대‧법무부 vs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외에도 ‘검찰 간부 인사’, ‘직제개편’, ‘공소장 공개 문제’ 등으로 첨예한 대립이 이뤄져 왔다.

현재 신라젠‧라임 사건에 연루된 다수의 여권 인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양새다. 윤석열 검찰이 두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할 경우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이들에 대한 수사가 끝나고, 윗선으로 수사 범위가 넓어지면 여권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중에는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정부 실세 L씨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편 ‘윤석열 대망론’이 한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적 지지로 확인됐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2위로 부상한 것. 물론 윤 총장은 여론 조사와 관계없이 정치를 할 생각이 없기에 “차기 대통령 예상 후보에서 자신을 제외시켜 달라”는 뜻을 밝혔다. 정치‧사회적 주요 사건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대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자칫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윤 총장의 생각이 시종을 관철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청와대의 심장부까지 심판할지, 이 과정에서 대망론이 힘을 받을지, 그 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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