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 적폐행위 칼 빼들어…전국 투기꾼 대청소 돌입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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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정부가 부동산 투기꾼 대청소에 나선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오는 21일부터 부동산 상설조사팀(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 청약통장 불법거래, 불법전매, 실거래 신고법 위반 등의 교란행위를 직접 수사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상설조사팀은 조사·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관련 기관에 요청해 받아볼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국세청의 구매자금 탈세추적이 더해진다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다. 이달 말부터 서울뿐 아니라 전국 단위로 부동산 실거래 집중조사를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상설조사팀의 권한이 어느 범위까지 강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달간 1333건 중 절반이 탈세 의심…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 ‘출격’

부동산 투기 조장, 유튜브·부동산 스타강사… 불법행위 추적 강화

부동산 거래질서 해치는 허위계약 신고…3000만 원 과태료 부과

벼르고 있던 ‘집값 담합’… ‘공인중개사법’ 개정으로 형사처벌 가능

#1 지난해 6월 20대 A씨는 서울 서초동에 아파트를 샀다. 가격은 10억 원으로 본인은 1억 원을 냈고, 은행 대출 4억5000만 원, 세입자 전세보증금 4억5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세입자는 A씨의 부모였다. 10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9억 원을 빌린 셈이다.

#2 B씨 부부는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지난해 10월 20대 자녀에게 팔았다. 매매가는 12억 원이었는데 당시 시세는 17억 원으로 5억이나 차이가 났다.

#3 지난해 7월 소매업을 하는 C 회사는 강남구에 있는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25억 원에 샀다. 법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비용의 상당수를 보탰는데 이는 상호금융조합으로부터 아파트를 담보로 19억 원가량 대출을 받은 것이다.

A씨의 사례는 임대보증금 형태 편법 증여 의심 사례이며 B씨 부부의 사례는 가족 간 저가 양도에 따른 탈세 의심사례다. C씨의 경우 투기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기업자금 대출금지 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상거래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출 취급 관련 의심 사례로는 개인사업자대출의 용도외 유용 등 의심, 명의신탁약정 의심 사례도 있었다.

부동산 담당 경찰 조직 출범 

정부가 최근 두 달간 부동산 이상 거래 1333건에 대해 2차 조사한 결과 700여 건이 추가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 탈세가 의심되는 670건은 국세청으로 통보돼 검증을 받게 된다. 이 외 대출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94건은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현장 점검이 이뤄지고 문제가 확인되면 대출금 회수가 진행된다. 지역별 의심거래 건수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가 508건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정부는 박선호 국토부 1차관 직속으로 상설조사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신설해 이달부터 불법행위 및 이상거래에 강력하게 대응·단속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은 업다운 계약(주변 시세보다 낮거나 높게 신고한 거래), 가족 간 편법증여, 현금 위주 거래, 미성년자 거래, 차입금 과다 거래 등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관계기관과 고강도 조사 대상 지역을 대폭 확대해 강력히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 17개 시·도 480여 명의 전국 특사경(특별사법경찰)도 합동수사·수사 공조체계를 구축해 철저한 대응과 신속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국감정원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실거래 조사업무만을 전담해 수행하는 ‘실거래상설조사팀’을 약 40명 규모로 신설한다. 이 팀은 국토부 소속 7명의 인력과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 파견 인력으로 구성돼 수사 업무를 전담하며 지자체 등과 수사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등 ‘컨트롤 타워’ 역할도 수행한다.

본사 및 30여개 지사가 모두 참여하는 형태로 전국적으로 신속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될 계획이다. 이들은 신속하고 면밀한 조사 업무 수행만 할 방침이며 이상거래의 조사 기간을 약 1개월 수준으로 단축시킬 예정이다. 사실상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는 작은 경찰 조직이 출범하는 셈이다.

특히 유튜브 방송이나 스타부동산 강사가 특정 지역을 지목해 부동산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수법까지 나오면서 이를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정부 안팎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여러 번 부동산 시장에 대해 강한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에서도 상설조사가 확대된다면 전반적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추적이 강화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유튜브 방송이나 부동산 강연을 하는 스타 강사들의 기획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국토부는 신종 기획부동산 사기로 활용되는 온·오프라인 활동에 대해 불법성을 살펴보고 있다.

기대되는 부분은 상설조사팀이 조사·수사 과정 시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관련 기관에 요청해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획부동산 분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국세청의 구매자금에 대한 탈세추적이 더해지면 부동산 투기 근절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오는 21일부터 시행 

한편 지난해 8월2일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이 오는 2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국토부에 실거래 직권 조사권한이 부여되며, 매수인의 자금조달계획서를 포함한 실거래 신고 기한이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이에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정 발생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 이웃 주민이나 부동산중개업소를 상대로 일정 가격 밑으로 거래를 하지 못하게 ‘집값 담합’을 하거나 플래카드를 거는 행위, 부동산 거래계약 해제 시 30일 내 신고 의무가 생기면서 그동안 계약해제 신고 의무가 없던 점을 이용한 ‘자전(自轉) 거래, 부동산 거래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허위계약 신고의 경우 개정된 ‘공인중개사법’ 시행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 25개 자치구’로 설정돼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지역 전체’로 확대된다. 서울뿐만 아니라 과천, 분당, 세종시, 대구 등 31개 투기과열지구 전체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집중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 지역은 3억 원 이상, 그 외 비규제 지역은 6억 원 이상의 주택을 구매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항목별로 예금잔액증명서, 납세증명서, 부채증명서 등 최대 15종의 증빙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의무화되면 이상거래 의심사례에 대한 조사 착수 시기가 크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간 실거래 신고 시 객관적인 자금조달 증빙자료가 부재해 매매 거래가 완결된 거래건만 소명 자료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었다. 이에 비정상 자금조달 의심거래 등 이상거래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선제적인 조사가 곤란했다. 개정 법령이 시행되면 국토부·감정원이 국세청과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함께 신고 시점에서 제출된 증빙자료를 직접 검증해 매수인의 자금조달 적정성과 이상거래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한다. 또한 비정상 자금조달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매매계약 완결 전 조사에 착수해 중도금 지급, 잔급 지급 등 거래 전 과정에서의 자금조달과 조달자금 지급의 문제 유무를 모두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정상적인 자금조달로 보기 어려운 거래에 대한 전수조사를 계속 실시했다”며 “철저한 검토를 진행한 결과 비정상적인 자금조달 및 탈세 의심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2월21일부터 국세청,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함께 자금조달 세부내용에 대한 체계적이고 폭넓은 집중 조사를 보다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부동산 집값이 안정화에 접어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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