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지난 12월 초 발병한 ‘우한 폐렴’은 전 세계로 퍼져갔다. 이미 중국에서만 지난 6일 오전 현재 562명의 사망자를 냈다.

세계 주가를 떨어트리는 등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운다.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은 14세기 중반 흑사병(黑死病)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죽였다. 당시 흑사병 유입 방지를 위한 국경봉쇄와 ‘격리 수용(쿼런틴:Quarantine)’ 제도도 1370년 이탈리아 베니스에 의해 처음 법제화되기 시작했다.

2002~3년 중국에서 발원한 사스(SARS)는 8089명을 감염시켜 774명의 사망자를 냈다. 2015년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된 메르스(MERS)는 2494명에게 감염돼 858명을 희생시켰다. 사스의 치사율은 10%였고 메르스의 경우 30%나 되었던 데 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RONA VIRUS)’로 불리는 ‘우한 폐렴’의 치사율은 불과 2% 내외로 그친다고 하니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6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대표였을 때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맹렬히 공격했다.

그는 박 정권의 대응이 “무능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정부의 무능이 낳은 참사”라고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문 대통령은 박 정권을 성토했던 것처럼 ‘우한 폐렴’에 대한 대응이 “무능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을 듣지 않도록 빈틈없이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문 정부는 처음부터 혼선을 빚어 불신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

대체로 전염병은 발생지 지명에 따라 ‘중동 호흡기증후군’ ‘일본 뇌염 등으로 호칭된다. 우리도 발생지역 이름을 붙여 ‘우한 폐렴’으로 불렀다. 그러나 중국이 이 명칭에 중국 지명이 들어갔다고 불평하자 청와대는 곧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개칭, 저자세란 비판을 받았다.

또한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중국 전역을 입국 제한 대상으로 묶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입국 제한 대상지역을 중국 전체가 아닌 후베이성으로만 국한시켜 중국에 저자세라는 지적을 계속 유발했다. 문 대통령이 4.15 총선을 의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4월 총선 전 방한을 성시시키기 위해 비위맞추는 것으로 의심되었다. 국민의 생명 보다는 총선 승리를 더 중시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문 대통령은 1월26일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그는 공무원들에게 “더 경각심을 가지라”며 3일 만에 “불안 말라”에서 “더 경각심”으로 말을 바꿨다.

미국과 일본은 1월28일부터 자국 국민들을 본국으로 수송하기 시작했지만, 우리 정부는 3~4일 뒤늦은 1월31일과 2월1일 전세기로 교민들을 귀국시켰다. 교민 수송에서도 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무증상 감염사례는 없다”고 했었으나 보건복지부 장관은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달리 주장했다. ‘우한 폐렴’ 대응 지휘부가 이랬다 저랬다 한다. 또 정부는 처음 우리 교민들을 우한에서 데려다 충남 천안에 격리수용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천안 주민들의 반발이 폭발하자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바꿨다.

여기에 아산과 진천 주민들은 정부가 “갈팡질팡 행정으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2월6일 현재 ‘우환 폐렴’의 국내 확진환자는 23명이다. 앞으로 더 사태가 악화될 때 우리 정부가 더욱 더 “갈팡질팡”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전염병 대처는 국민이 정부를 신뢰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정부는 뒷북치기, 대중(對中) 저자세, 우왕좌왕 혼선을 빚어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린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를 맹공했었지만 그의 대응 또한 “정부의 무능이 낳은 참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문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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