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 발 대규모 물갈이론 ‘탄력’...TK 살생부 실명 ‘횡행’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종로 출마를 요구했으나, 황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용산, 양천, 영등포, 구로 중 한 곳에 대한 출마설이 흘러나오면서 이낙연 전 총리와의 빅매치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황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를 견제하면서 ‘황교안-공천관리위원회 갈등설’까지 불거지면서 제2의 옥새 나르샤 사태(본지 1344호 6면 보도)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황 대표가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당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대표가 공관위에 사실상 무릎을 꿇음에 따라 공관위의 대규모 물갈이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가 가지는 의미를 살펴봤다.  

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형오(오른쪽)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형오(오른쪽)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현역 50% 물갈이 TK 19명 중 10명 공천탈락 ‘예고’ 초긴장
-김형오 공관위원장 ‘육참골단’(親金 중진 5인 컷오프 방식) 

사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원외 당대표’다. 한국당 안에서도 정당정치가 국회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원내 대응 등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 대표도 원외 당대표로서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반드시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차기 대선레이스가 시작된다는 점에서도 원내 진입은 필수다.

종로 출마 놓고, 한때 황교안-공관위 힘겨루기

이 때문에 황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부터 측근들이 종로 사무실을 알아보는 등 종로 출마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황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를 거론했고, 종로 출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떤 험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최근 태도 변화가 일어났다. 갑자기 “누가 이리 가라 할 게 아니라 내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종로를 제외한 서울 여러 지역구에서 황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대결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다른 지역 여론조사를 돌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 공관위원은 “황 대표가 종로를 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공천관리위원회 한 위원은 황 대표가 작년 8월부터 발표했던 워딩을 쭉 봤다. 황 대표는 종로 출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떤 험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말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최근 들어 태도 변화가 일어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황교안-공천관리위원회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당 현역 의원들도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규모 물갈이 반발하며 황 대표가 공관위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황 대표와 가까운 한국당 한 의원은 “김형오 위원장이 황 대표가 전권을 줬다고 했다. 그러나 공관위에 황 대표 측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들은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야당 대권 주자 1순위인 황 대표가 종로에서 지는 싸움을 하면 수도권 전체 판세가 열세로 돌아선다는 이유를 들며 종로를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총선은 ‘정권 심판’이 돼야 하는데 종로에서 이낙연 전 총리와 맞붙는 순간 ‘미니 대선’이 돼 지면 총선은 물론 대선 패배와 같은 구도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도 “황 대표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을 (출마카드로) 써야지 (민주당이 설정한) 프레임대로 덥석 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전국 선거 전략에 따라서 배치돼야 할 것으로 본다”며 “여러 전략 가운데 마지막에 쓰는 전략이 기존 전략을 이길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구에 거물이 나오면 버금가는 거물을 내서 선거를 치르는 방법이 있고, 아예 다른 차원의 청년이나 신인을 내서 비대칭 전력으로 선거를 붙이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관위가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을 논의하기 위해 7일 예정됐던 공관위 회의를 취소하고, 10일 공관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김형오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공관위원은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이자 차기 유력 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붙어 정권 심판론에 불을 댕겨야 한다는 논리다. 

이 관계자는 “내부 회의를 통해 황 대표에겐 종로에 나가거나 총선에 불출마하는 두 개의 선택지밖에 없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그 외 다른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종로 외에 거론됐던 용산·양천·영등포·구로 등의 출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공관위에 힘 실어준 황교안, 정권 심판론 전면전

결국 황 대표는 공관위의 최후통첩에 손을 들고 말았다. 종로 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이다. 황 대표는 7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저 황교안,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다. 종로를 반드시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신음하는 우리 국민들께서 선택할 시간이다. 정권의 폭정을 끝장내는 정권 심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저 황교안, 문재인 정권심판의 최선봉에 서겠다”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종로는 제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청춘의 꿈을 키워 온 희망의 땅이다. 가로수 하나하나와 골목 곳곳에 제 어린 시절 추억이 배어있다”며 “제가 이곳 종로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확정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그는 “어떤 선택이 대한민국을 살리고 당을 위한 것인지 많은 고뇌를 했다”며 “특히 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대표인 저의 총선 거취를 먼저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천길 낭떠러지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나 하나 죽어 당과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결단을 이미 했을 것이다. (출마지 관련) 의견이 분분했고 모두 일리가 있었다. 결단은 오로지 저의 몫”이라며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한번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공천관리위원회가 그간 종로 출마를 권유해 온 데 대해서는 “공관위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여러 분들이 모여 있으니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잘 수렴되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천을 이뤄내는 것은 국민도 저희도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천 물갈이 신호탄, TK 6명 살생부 명단 나돌아

황 대표의 종로 출마로 인해 공관위의 공천 작업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전체 총선 필승 전략에 따른 주요 인사들의 전략공천 물꼬를 텄을 뿐만 아니라 공천 물갈이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대적인 컷오프(공천배제)가 예고된 대구·경북 의원들은 최근 황 대표를 만나 “대구·경북이 당의 식민지냐”, “대구·경북 모멸”, “자존심을 지켜달라”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택하며 기득권을 내려놓음에 따라 대구·경북 의원들을 향한 공관위의 공천 칼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대구·경북의 경우 현역의원 하위 5인의 비공개 리스트가 존재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관위 물갈이 폭이 50%를 상회할 것으로 예고된 만큼, 의원직 상실되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을 제외하면 19명 중 10명 이상이 컷오프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대구·경북 리스트에는 김형오 위원장과 가까운 대구 경북 중진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으로선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베어 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을 불사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육참(중진)을 하면 골단(하위 5인)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리스트에는 우선 대구·경북 의원 6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정종섭 의원을 비롯해 경북의 초선 의원 2명, 대구의 재선 의원 1명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서 대구 경북 중진 의원 2명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한국당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함에 따라 사실상 공관위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공관위에 힘이 실리면서 현역의원들에 대한 고강도 물갈이는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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