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안 할게”라더니…총선 채비 ‘분주’

[특별취재부] 4.15총선이 다가오자 출마 의사를 품은 이들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2018년 5월18일 제1255호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L의원이 2명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L의원은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이 흐른 지금, 그는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L의원은 해당 의혹과 관련 당 차원에서도 소명 및 진위 확인 과정을 거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됐다고 출마 명분을 설명했다. 다만 최근 민주당은 2호 영입 인재인 원종건 씨의 미투 폭로 사태로 타격을 입어 이 문제에 대해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서울의 2018년 5월18일 단독보도 당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L의원이 21대 총선에 출마 선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서울의 2018년 5월18일 단독보도 당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L의원이 21대 총선에 출마 선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與, 2호 영입인재 원종건 미투로 ‘시끌’…L의원 의혹 뚫고 ‘공천’?
-L의원 “H씨와 내연 관계 아냐…문자 내용도 의혹과 관계없다” 반박
   


더불어민주당 현직 국회의원 L씨가 불출마 의사를 접고 다시금 출마 의지를 드러내 도마에  올랐다. 당초 L의원은 두 명의 여성과 내연 관계를 이어 왔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2017년 9월이다. 해당 의혹에 연루된 H씨는 당시 해당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민주당에 전달했지만, 당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서울은 2018년 5월18일 제1255호에서 ‘[단독] 민주당 L 국회의원 ‘희대의 엽색 행각’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해당 내용을 담은 휴대폰 문자와 투서글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L의원은 H씨와 주고받은 문자에서 그가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 불출마를 종용하자 “안 할게”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말은 ‘공수표’가 됐다. L의원이 오는 4.15총선에서 선수로 뛰겠단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의원과 H씨는 ‘사실이 아니다’, ‘해당 내용을 제보한 적 없다’라며 당초의 입장을 번복했다. 

L의원, “누군가 H씨로 위장해 의혹 퍼뜨려” 

L의원은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또 자신 및 H씨가 이에 대해 당에 소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5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해당 당사자(H씨)가 ‘(내연 관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본인이 모두 증명했고, 인감까지 첨부한 확인서를 당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는 본인(H씨) 면담까지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당에) 소명했다”고 했다.

H씨 역시 지난 7일 일요서울과 주고받은 메일을 통해 “당시 민주당 여성 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바가 있으나, 그 메일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메일 보낸 의원들에게 알리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면서 “최근 민주당에도 이미 메일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 따르면 H씨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진정서를 보내기 전인 지난 2017년 4월께 온라인상에서 해당 논란에 대한 공론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온라인상에 자신과 L의원이 내연 관계였다고 밝히는 글이 게재됐다. 현재까지도 이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돼 온라인상에 남아 있다.

H씨가 당시 올린 글에는 L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과 함께 있는 사진이 첨부됐다. 그가 올린 문자 내용에 따르면 H씨가 “국회의원 (선거) 안 나간다고 약속하라”며 불출마를 요구하자 L의원은 “못할 거야”라고 말했다. 이에 H씨가 “그런 말 말고 안 나간다고 (하라)”고 강경 대응하자 L의원은 “안 할게”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L의원과 H씨는 그런 사실이 없었으며, 해당 글 역시 H씨 본인이 아닌 ‘H씨처럼 위장한 누군가’가 올린 글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해당 의혹) 유포자가 자신을 (H씨) 본인인 것처럼 위장해 (의혹을) 퍼뜨리는데, 이에 대해 관할 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서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해당 문자 내용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출마하느냐’고 묻자 L의원은 “그것(내연 관계 의혹)과 관계없는 다른 내용”이라며 “사람이 개인적으로 싸우다 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H씨는 지난 7일 이와 관련해 “최근 내 이름을 사칭한 이메일과 인터넷 게시글이 유포된 적 있는데, 나와는 전혀 관련 없다. 모두 허위 내용이다”라며 “나는 그런 이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게시글을 쓰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누군가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데 여성인 나에게는 씻기 어려운 상처를 만드는 중대한 범죄”라고 호소했다.

與, “확인은 받았지만…추후 논란 소지 우려”

두 사람의 입장 번복과 달리 민주당 측에서는 L의원의 공천 여부에 대해 신중한 모양새다. 민주당은 최근 2호 영입인재인 원종건 씨의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폭로가 대두돼 ‘당내 인사 검증 절차가 잘 이뤄진 것이냐’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4.15총선에서 지역구 출마 의지를 내비쳤던 원 씨는 이 일로 당을 자진 사퇴하고 현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여성과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L의원이 연루된 논란 역시 ‘미투’로 비화되거나 선거 과정에서 타인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민주당 측은 정무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L의원의 적격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 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당에서 의혹 진위를 조사해 본 결과) 최초 탄원을 한 사람(H씨)으로부터 ‘자신이 과장되게 말한 것이다’라는 확인을 받았다”며 “하지만 추후 (H씨의) 생각이 바뀌어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고, (이 같은 논란이) 경쟁자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감안해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의원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알고 있다”면서도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적 약속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 소지는 있을 수 있지만, (우선) 개인 간 약속이다. 사적인 약속을 한 부분은 L의원과 H씨 사이의 문제라고 본다”라고 거리를 뒀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역시 선거에서 해당 논란이 ‘공격 포인트’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선거 출마자가) 법적·도덕적 흠결이 있다면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나”라며 “언론에 (논란이) 보도되거나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마자에게) 법적·도덕적으로 일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중대한 흠결이 있다면 당이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이 아니다’라는 L의원의 주장에 의문을 드러냈다. 관계자는 “(해당 논란은) 이미 우리 당내 다수의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면 생사람을 잡은 거다. 본인 명의로 (H씨에 대해)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 조치를 취하면 되는데 L의원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민주당은 2월9일부터 제21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면접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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