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DJ 이어 스스로 NY 띄워…권력 지형 움직인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은 대중 속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들의 이름은 곧 한국 사회의 역사이기도 하면서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중은 그들의 이름을 잊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MB(이명박 전 대통령),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 등 대통령 약칭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그만큼 사랑과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대통령에 가까이 갔던 인물인 JP(고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지금 알파벳 이니셜 약칭으로 불릴 만한 인물은 여야 어디에 있는가. 그 인물이 과연 대통령이 될 만한 재목일까.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시스]

 

- 민주당의 잠룡으로 진화할 것인가, 잡룡으로 남게 될 것인가

이낙연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이낙연의 다양한 소식을 더 넓은 세상에 전해줄 ‘NY 서포터즈’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모집 대상은 ‘사진과 동영상에 관심이 많고 SNS 활용이 가능한 사람’, ‘하루 1시간 이상 인스타그램을 즐겨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어 해당 공고에서는 지난달 31일까지 총 10명을 뽑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전 총리가 SNS에서 언급한 NY는 누구일지 대략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이낙연 전 총리 자신이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차기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명되면서 이 전 총리의 행보에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정 전 의장이 국무총리가 되자 이 전 총리가 향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게다가 그의 보좌관으로 알려진 양재원 전 보좌관의 저서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에서도 ‘NY’는 등장한다. ‘NY의 꾸중을 피하는 방법’, ‘NY가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이유’ 등 수 차례에 걸쳐 ‘NY’가 등장한다. 모두 ‘이낙연’ 전 총리를 지칭하는 알파벳 이니셜이다.

이 전 총리가 본격적인 총선 행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차기 대권 주자의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즉, 더불어민주당의 잠룡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전 총리의 행보는 왜 대권 주자 행보로 비춰지고 있을까. 그 내막을 알아봤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SNS 캡처.
이낙연 전 국무총리 SNS 캡처.

 

DJ에 이은 NY 마케팅…총선 앞두고 대권 행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재 ‘DJ’로도 불리는 인물이다. ‘DJ’라는 단어 하나에 당시 한국의 흐름과 대중의 시선이 모두 압축돼 있다. ‘DJ’의 공과 과를 평하기에 앞서 이 전 총리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이 ‘DJ’로 불리며 정치권 안팎에서 어떤 효과를 냈는지 그의 곁에서 톡톡히 지켜봤을 터다. 이 전 총리는 당시 ‘DJ’의 후광을 업고 정치권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당시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였던 이 전 총리를 김 전 대통령이 영입하면서 그는 ‘DJ’계 인물로 평가 받았다. 이 전 총리는 계속 민주당에 남았다. 심지어 민주당에 몸담았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에 이어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에도 열린우리당에 가담하지 않고 추미애(현 법무부 장관) 당시 민주당 대표와 함께 비어 버린 민주당을 지킨, 이른바 충신이 됐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이 전 총리가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친노 세력과 생사고락을 함께할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다른 행보를 보이며 친노 세력과 결을 달리한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 민주당 내에서 지지기반이 친노 세력의 후속 진영이라고 평가받는 친문 세력에 비해 다소 약한 것으로 알려지게 됐다. 물론 이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권의 첫 번째 총리로 발탁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전 총리의 의회 기반은 친문 그룹에 비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지기반이 약해 보인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이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복권된 이광재 여시재 원장과 함께 민주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로써 수도권과 호남 지역구에 ‘NY’계 인물을 심을 것으로 예상된다.

‘NY’의 후광을 등에 업은 후보가 이미 등장하는 모양새다. 전남 목포 출마를 선언한 우기종 민주당 예비후보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SNS에 이 전 총리와 찍은 사진을 올렸고,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는 이남재 민주당 예비후보 또한 홍보 포스터에 이 전 총리와의 인연을 과시했다. 서영교 의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들 모두 이 전 총리의 후광이 필요하다. 바로 권력의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불안한 이해찬, 중후한 이낙연으로 대체될까

이 전 총리가 본격적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NY 대망론’이 본격화되고 있다. DJ에 이어 그 역시 NY로 뛸 수 있을지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연이은 실언으로 NY 대망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중국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 2명이 추가 발생했다”면서 “다행히 2차 감염자에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그 분야에 종사하는 분이 감염됐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확산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문제는 ‘2차 감염 의심자가 보건소 근무자’라는 것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으로, 곧 실언 논란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착각에 의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민주당 영입 인재 최혜영 강동대학교 교수를 향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서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라는 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의 비하 발언은 자주 있어 왔다. 2018년 12월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도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 장애인들이 많다. 이 사람들까지 포용하긴 힘들 거라 생각한다”라는 등의 비하 발언을 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제는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이 자주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기 때문에 오히려 정국마다 불안감의 단초로 작용하자 중후하면서도 무거운 이 전 총리의 이미지가 강조되는 모양새다.

심지어 이 대표의 잦은 실언이 중국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사태와도 맞물려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머지않은 시기에 안정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 오히려 국정 유경험자의 무게감을 드러냈다.

한편 총선 출마자들은 후원회장으로 이 전 총리 영입전이 치열한 상태다. 지난 7일 이 전 총리에 따르면 그는 강훈식·김병관·김병욱·백혜련 민주당 의원에 이어 민주당의 열 번째 총선 영입 인재 이탄희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는다. 또한 박성현 부산 동래구 지역위원장,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차관, 이화영 전 의원, 최택용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허대만 경북도당위원장도 포함된다.

결국 이 전 총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여당의 최전선으로 나올 모양이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여당이 움켜쥔 당권의 향방도 조금씩 움직이는 모양새다. DJ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이 전 총리가 과연 여당 권력을 이끌어 갈 NY로 불리게 될 것인지는 총선을 치른 후 알게 될 것이다. 과연 그가 민주당의 잠룡(潛龍)으로 진화할 것인지, 아니면 잡룡(雜龍)으로 남을 것인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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