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인데도 긍정적인 결과를 말하는 속담과 부정적인 결과를 말하는 속담이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가 그것이다.

영어에도 이와 비슷한 속담이 있는데, 전자는 “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이고, 후자는 “Many hands make light work”이다.

상상해보라.

요리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이거 넣으라” “저거 넣으라”며 한마디씩 거들면 음식이 어떻게 되겠는가. 음식이 아니라 쓰레기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이 저마다 자기주장대로 배를 몰려고 하면 결국 배는 물이 아니라 산으로 올라가고 만다.

반대로, 너무 혼자서 충분히 들 수 있는 백지(白紙)도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훨씬 더 가벼워진다.

둘 다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 상황인데, 어떤 사람들이 함께 일하느냐에 따라 하나는 부정적이 되는 반면 다른 하나는 강한 긍정이 되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총재정부 시절 자신의 군사적 위협을 느낀 프랑스 공화정부가 공동 사령관을 임ㅤ명하자 “차라리 내가 사령관을 관두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총재정부는 나폴레옹을 1인 사령관에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 나폴레옹은 “뛰어난 두 명의 지휘를 받는 군대보다는, 어리석을지언정 한 명의 지휘를 받는 군대가 낫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정치판도 다르지 않다.

실력 있다고 자기주장만 강하게 내세우고,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득실대는 정당은 그 생명이 오래가지 못하고 간판을 내린다. 

반면, 다소 부족하지만 대의를 위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은 오랫동안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한국의 보수 정당들이 최근 오랜 갈등 끝에 통합하기로 했다. 

이들은 진보 정당에 정권을 내주기 전부터 갈등을 빚다 급기야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을 스스로 탄핵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이후에도 이들은 서로 싸우며 분열하다 대통령 선거와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멸했다.

특히 직전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2016년 총선에서 무려 180석을 자신하다 너무나 많은 사공들 때문에 1당을 민주당에 내주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그 같은 비극을 재현하는가 했다. 2020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 대표를 흔드는가 하면, 희생정신 없이 여전히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치졸한 행태를 보였다. 

황교안 대표가 장고 끝에 우리나라 ‘정치 1번지’인 종로에 출마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당은 대오를 정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새보수당과의 합당이 결정되면서 보수 진영은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제대로 한판 붙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대통합신당이 총선에서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다.

우여곡절 끝에 통합하기로 하긴 했지만 여전히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잘난 체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당의 화합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사사건건 당이 하는 일에 간섭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선거 전략도 중요하지만 보수 정당은 총선 전까지 자기네끼리 싸우는 적전분열 양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을 하든 지지자들의 묻지마식, 무조건식 응원을 받고 있는 집권 여당과 명승부를 벌이려면 리더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하며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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