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편 초래···‘공공성’ 어디갔나”

우체국 집배원. [뉴시스]
우체국 집배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정부가 우편 수지 적자를 이유로 2023년까지 전국 우체국 절반가량을 없애기로 해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당장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1352국의 직영 우체국 가운데 10%가 넘는 171곳의 폐국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71곳 문 닫아···구조조정 우려도

정부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총 4년 동안 전국 총 667곳의 우체국 폐국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서울, 경기, 인천, 울산 등 171개국이 문을 닫을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서울 24개국, 경인 28개국, 충청 25개국, 부산 29개국, 전남 19개국, 경북 22개국, 전북 11개국, 강원 10개국, 제주 3개국 등이다.

노동계에서는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주민 불편을 초래하고, 공공성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있는 국가기관의 명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우본의 계획에 대해 “보편적 서비스를 후퇴시키고 공공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이번 계획에 대해 강력히 반대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체국은 우편 업무뿐만 아니라 예‧적금, 보험 등의 금융상품과 공과금 수납까지 취급하는 정부 공공기관이다. 이 때문에 정부 예산에서 일반회계와 별도 분리해, 특별회계대상이 된다”면서 “바로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로 인해 보편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우체국 경영적자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현실이다. 나아가 우본이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공노총 측은 우본의 계획이 우체국의 존재 이유, 설립 목적, 정체성을 간과했다고 힐난했다. 우체국이 엄연한 정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적보다는 공공성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노총은 “우체국 경영적자 이면에는 ‘공공서비스 고객만족도 21년간 부동의 1위’라는 평가가 병존하고 있다. 이 같은 공익적 가치는 감히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도 없지만,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배제돼서도 안 된다”면서 “우편 수지 적자 해소가 목적이라면 지금도 업무 과부하에 시달릴 정도로 수요가 많은 도심지 과밀 우체국은 폐국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설해야 이치에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계획은 특별회계대상 분리로부터 비롯되는 우체국의 근원적 문제 해결 방안도 아닐뿐더러,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해결방안조차도 아니라는 얘기”라며 “더욱이 인력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이번 계획이 결정되기까지 우본은 일절 노조와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내용은 물론 절차적으로도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공노총의 지적처럼 우체국 폐국으로 인한 구조조정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조는 우체국 폐국 방침으로 우체국 창구에서 일하는 노동자 2000여 명이 구조조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달 29일부터 우체국 폐국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기도 했다.

기자는 여러 입장을 듣기 위해 우본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았다. 현재 우본은 폐국 계획이 사실이지만 직원 해고와 축소 등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구조조정이 없더라도, 퇴직자가 발생했을 때 신규 충원이 안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효과나 다름없다고 폐국 추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노총은 “공공의 가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번 계획은 국가의 보편적 서비스 후퇴를 불러오고 시골 지역 경제에 악영향, 고령자 불편 등을 가중할 것이 자명하다”면서 “해당 지역별 연대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반드시 저지해낼 것을 결의하고, 우본이 이번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들도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며 우본의 우체국 폐국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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