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전경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 전경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올해 매입형 공립 유치원인 청림유치원으로 개원 예정이던 사립 유치원인 관악구 '은비유치원'의 개원이 예산 문제로 연기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당분간 공립수준으로 위탁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시교육청은 3월 한 달간 은비유치원을 위탁 운영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립이지만 사실상 공립 수준으로 운영해보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논의 중이다.

은비유치원 관계자는 1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기존 원감, 담임 및 부담임 교사 등 16명은 모두 이달 퇴직하기로 했다"며 "작년 시교육청에서 매입형 전환을 결정했는데 고용승계가 안 돼 퇴사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번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교육청에서 당분간 위탁운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교사들이 오면 원아들의 피해가 없도록 인수인계를 하고 종일반(에듀케어)은 대체교사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유치원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3월 한 달 동안 공립 신규발령교사 20여명을 배치하고 누리과정(만3~5세 공통교육과정)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은비유치원 설립자, 관할 동작관악교육지원청과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심의 계획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까지 공립 수준으로 유치원을 운영해달라는 구성원들의 요구가 있어 위탁운영 계획을 마련했다"며 "학부모들의 공립 전환 요구가 상당해 시의회의 협조 하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입형 유치원은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영형 유치원 확대 모델 중 하나다. 사립유치원을 시교육청이 심사 후 사들여 공립유치원으로 재개원하는 형태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은비유치원을 매입형 공립유치원인 가칭 '청림유치원'으로 정해 올해 3월 초에 개원키로 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65억5000만원원 규모의 매입 계획을 담은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은비유치원이 과거 시교육청 종합감사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다는 점, 시교육청이 사전에 '공유재산 관리계획'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제동을 걸었다. 시의회는 시교육청 예산을 조건부로 통과시켜 시의회에서 통과돼야 시교육청이 은비유치원을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다음 시의회 본회의는 내달 6일 열린다. 이날 계획이 통과되더라도 20일간의 공포기간을 거쳐야 한다. 시교육청은 빠르면 4월1일 매입형 유치원 전환 개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장인홍 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상임위에서 3월이라도 공립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며 "부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으며 원활하게 매입형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부결될 경우 은비유치원은 사립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혼란은 불가피하다. 은비유치원에 따르면 현재 160여명의 원아가 재학 중이다. 지난해 11월29일 '처음학교로'를 통해 사립이 아닌 공립유치원으로서 신입원생을 모집한 상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가능성은 낮지만 부결될 경우 3월 한 달간 기존 설립자가 사립유치원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