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간 교육현장 두루 거친 ‘교육대통령’

공정택 당선자가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광희동 선거사무실에서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서울의 교육민심은 ‘안정’을 택했다. 지난 7월 30일 시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서울교육의 수장이 가려졌다. 첫 직선제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의 깃발을 거머쥔 공정택(74) 당선자는 “말할 수 없이 기쁘다. 50년 교육 인생을 모두 바쳐 우리 아이들을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우뚝 서게 하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개표 막판까지 주경복 후보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그는 당선이 확정되자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교육대통령’ 공정택 당선자가 걸어온 길과 그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 전문이다.

1934년 1월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50여 년 간 일선 교육현장을 지킨 교육행정가다.

전북 이리(현 익산)에 위치한 남성고등학교(3회)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나온 뒤 57년 전북 이리동중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공 당선자는 서울 덕수상고 교장, 서울 강동교육장, 남서울대 총장 등을 거쳐 2004년부터 4년간 서울시교육감을 지냈다. 말 그대로 현장 교육과 교육정책 쇄신에 매달려온 교육 전문가인 셈이다.


공정택 당선자는 누구?

공 당선자의 리더십은 ‘강한 추진력’으로 요약된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타고난 카리스마와 황소 같은 추진력을 바탕으로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특히 신앙처럼 떠받드는 ‘학력 신장’에 관한한 어떠한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옛 교육인적자원부와 심각한 마찰을 빚으면서도 자사고ㆍ국제중을 설립, 학력평가 확대 등 수월성 정책들을 관철시켰다.

공 당선자가 86년 서울 중랑중 교장으로 있을 때 전교생에게 방학숙제를 내준 뒤 자신에게 일일이 확인을 받게 했던 일은 실력 향상에 대한 그의 집념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그는 “이런 식으로 2년간 했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오르고, 학부모와 교사들도 모두 만족해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런 밀어 붙이기 스타일로 인해 ‘포용력’과 ‘열린 마인드’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다. 일례로 공 당선자는 교육감 시절부터 시종일관 전국교직원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며 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교선택제 확대”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서울 강동교육장, 중등교육국장, 교육위원,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실패를 맛보지 않고 승승장구한 그의 ‘관운’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공 당선자는 술과 담배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가족은 부인 육완숙(72)씨와 슬하에 2남을 두고 있으며, 부인 육씨 또한 40여년을 고교 가정교사로 재직한 교육자이다. 장남 훈식(46)씨는 산부인과 의사며, 차남 문식(44)씨는 회사원이다.

다음은 지난 7월 31일 0시 10분 서울 중구 광희동 선거사무실 앞에서 공 당선인과 기자들이 만나 이야기 나눈 내용의 전문이다.


-재선에 성공한 소감은.
▲우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나를 선택해준 것은 서울 학생들의 행복한 미래를 창조하고 세계 일류 교육을 건설하라는 열의와 소망이 담긴 결과라고 생각한다. 시민여러분이 내게 준 한 표 한 표 속에 담긴 간절한 바람과 희망을 생각하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1년 10개월 간 정말 열심히 하겠다.

-선거 과정에서 분열이 심했는데.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반목을 덕으로써 포용하고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 어느 후보를 지지했든 관계없이 모든 서울의 교육 가족이 단합해 서울의 교육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흩어지고 갈라진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서울 교육 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승리의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평교사로 시작해 50평생 꾸준히 교육 외길을 걸어왔고, 학생·학부모만 생각했다. 정성을 다해 학생들을 사랑했던 게 승리의 요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강남ㆍ서초ㆍ송파 지역에서 유독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 지역에서 교육위원을 2번하고 강동교육장을 지냈는데 아마 그런 점에서 많은 지지를 보내준 것 같다. 여러분들 지지로 박빙의 차로 이길 수 있어 감사드린다.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은.
▲1년 10개월 임기 동안 지난 4년에 쌓았던 경험과 50년 교육경륜을 경험 삼아서 그간 미처 채우지 못했던 부분들은 채워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교육정책은.
▲그동안 준비해온 고교선택제를 2010년부터 과감하게 시행하겠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가게 해 주는 고교선택제는 평준화를 보완해 줄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이를 토대로 세계 모든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월성 교육정책을 강화하겠다.
또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통해 학력미달 제로화 정책을 펼치겠다.

-고교선택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귀족학교’를 만들 뿐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고교선택제의 핵심은 상위권 학생들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 생활지도가 안 된 학생들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대안학교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학생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프로필

▲ 성명 : 공정택(孔貞澤)
▲ 생년월일 : 1934년 1월 26일(음력)
▲ 출생지 : 전라북도 남원
▲ 종교 : 기독교
▲ 학력
- 1953년 남성고등학교
- 1957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학사)
- 1976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중등행정과정 (석사)
- 1999년 미국 칼슨뉴먼대학교 명예문학 박사

▲주요경력
- 1978년 9월 덕수상업고등학교 주임교사
- 1986년 8월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교감
- 1991년 2월 중랑중학교 교장
- 1994년 2월 서울특별시 강동교육청 교육장
- 1996년 2월 도봉중학교 교장
- 1996년 8월 잠실고등학교 교장
- 2002년 8월 제2대 남서울산업대학교 총장
- 2004년 8월 제3·4대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 교육위원
- 2004년 8월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6대 교육감
- (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 (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초대회장
- (현)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7대 교육감


##서울시교육감 어떤 자리

연 6조 예산 집행·교사 5만명 인사권

서울시교육감은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 중 서울 지역의 교육만을 책임지는 자리다. 그럼에도 단연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역할과 권한이 다른 시ㆍ도교육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인사권.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시내 초ㆍ중ㆍ고교 교장 1000명에 대한 임명권과 5만명이 넘는 공립학교 교사 전보 인사권을 갖고 있다. 집행할 수 있는 1년 예산만 무려 6조1574억원. 예산 집행권만 따지면, 부산시의 1년 예산(6조7344억원)에 버금간다.

웬만한 정부 부처 규모이기도 하다. 게다가 서울시교육감은 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장을 사실상 도맡고 있어 말 한마디가 우리나라 초ㆍ중등 정책의 방향을 결정지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서울시교육감= 교육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4ㆍ15 학교자율화’ 조치는 이런 막강한 권한에 날개를 달아줬다. 정부가 그 동안 금지했던 0교시 수업과 우열반ㆍ사설모의고사 실시 여부, 방과 후 수업 운영방법 등을 교육감이 모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학교선택권제 시행과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인가 권한 역시 교육감 몫이다. 자립형 사립고 신설도 서울시교육감 손에 달려 있다.

정치권과 시민ㆍ사회단체들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려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성향의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정부 교육정책은 탄력을 받을 수도, 아니면 좌초할 수도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당선자로 본 서울 교육 지형도 변화

◇ 학력 신장 지속 추진
· 학업성취도 평가 초ㆍ중ㆍ고 확대 실시
· 학생 수준을 고려한 수준별 수업 강화
· 정규 교육과정 내 학습부진 학생 전담지도 강사 도입

◇ 학교자율권 확대 및 학생 선택권 완성
· 후기일반계 고교 선택권 실시
· 특수목적고, 특성화 중ㆍ고 확대 지정
· 사립학교 경영 자율권 확대
· 우수교원 공·사립 인적교류 기회 부여

◇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비 절감
· 영어교사 수준별 맞춤연수 실시
·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모든 학교에 배치
· 온·오프라인 통합 방과 후 학교 운영

◇ 교원 능력향상과 우수교원 지원
·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 도입, 교장공모제확대 실시
· 성적조작, 성폭력, 금품수수 교사 퇴출
· 우수교원 선발체제 시설, 학습연구년제 도입

◇ 교육격차 해소
· 교육격차 해소 특별지구 지정
· 저학력 학교 우수교사 집중 배치
· 서울특수교육지원센터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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