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에는 일본 소프트뱅크를 정조준했다.

지난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엇이 25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의 소프트뱅크그룹 지분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그룹 시가총액의 약 3%에 해당한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1000억 달러라는 메가 테크펀드로 거대한 권력을 휘두르며 게임판을 좌지우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소프트뱅크도 숨은 돈줄의 압력을 받는 처지가 됐다. 엘리엇은 소프트뱅크에 주식 바이백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정의 vs 엘리엇 충돌 앞둔 `비전펀드`...업계 초미의 관심사
보유 기업 가치 대비 시가총액 낮다 평가…삼성, 현대차 등과 악연


소프트뱅크그룹은 재일교포 4세 손정의(손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최대 IT 기업 겸 투자회사로, 사우디 국부펀드 등과 손잡고 110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운용 중이다.

소프트뱅크그룹 25억 달러 지분 확보

소프트뱅크는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다. 지난해에는 IPO를 포기해야 했던 위워크의 좌초가 가장 뼈 아팠을 것이다. 손 회장도 위워크 가치 폭락을 통해 ‘냉혹한 교훈’을 배웠다고 인정했다.

소프트뱅크의 또 다른 시련은 1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은 세계 최대 차량호출 회사 우버다. 우버는 지난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장 시장에 데뷔했지만 이후 초라한 모습을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또 개 산책 스타트업 왜그에 투자한 3억 달러를 포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최근의 일련의 문제들은 소프트뱅크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보고하게 하였다. 이런 가운데 헤지펀드 엘리엇은 최근 성명을 내고 “소프트뱅크의 실적 개선을 위한 변화를 꾀하기 위해 소프트뱅크 경영진과 비공개 회담을 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도 별도의 성명에서 "주주들로부터의 피드백을 환영한다"면서 "회사 주식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크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항상 주주들과 건설적인 논의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엘리엇의 경영진과 손 회장이 직접 회동했다”고 전했다.

다만 투자사인 헤지펀드가 또 다른 투자사인 벤처캐피털 지분을 취득해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엘리엇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지향하며 앞서도 삼성에 대해 삼성물산 합병 반대, 현대차그룹에 대해 지배구조 문제 개선 등을 요구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두 번 다 공격 실패 `엘리엇` 또 기웃

앞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 주식 7.2%를 매집하며 삼성그룹을 공격했으나 반대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고 2016년에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라는 요구마저 무시되자 주식을 팔고 한국시장을 떠났다.

이후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개입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1조 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ISD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통해 “최소 6억7000만 달러로 추정되는 삼성물산의 투자와 관련한 손실과 피해를 포함해 이자, 비용 등 배상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이유가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손실을 배상할 것을 촉구했다. 주총 표 대결에서 패배한 후에도 법적 다툼을 계속하다 2016년 3월 지분을 모두 팔고 떠났다.

한편 억만장자 폴 싱어가 설립한 엘리엇은 소프트뱅크 지분 규모가 얼마인지, 그리고 소프트뱅크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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