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사망


지난 3일 러시아 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의 생애와 문학은 체제로부터의 탄압과 그에 맞서는 불굴의 저항정신으로 점철돼 있다.

솔제니친은 1918년 카프카즈의 키슬로보드스크시의 한 지식인 집안에서 유복자로 태어나 교양 있는 어머니 아래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일찍부터 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데뷔작은 1962년 문학지 '노비미르'지에 발표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다. 이 작품은 자신의 실제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 졌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1945년 동프로이센에 근무할 당시 친구에게 스탈린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것이 적발돼 10년간 수용소 생활을 했다. 이는 그의 저항정신과 문학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1964년 흐루시초프가 실각하고 브레즈네프가 취임한 뒤 문화활동에 대한 이념적 규제가 심해지면서 그는 곧바로 당국의 눈 밖에 나며 반체제인사로 낙인찍혔다.

그의 작품은 옛 소련에서 공식적으로 출판할 수 없게 됐으며 1969년에는 급기야 옛 소련 작가 동맹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는 1968년 작 '암병동'을 비롯한 작품들을 해외에서 먼저 출간해야 했으며, 국내에서는 자비 출판 형태로 암암리에 발표해야 했다. 소비에트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이 작품은 그의 문학에서 뿐 아니라 동시대 러시아 문학의 정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1973년에는 옛 소련의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기록한 '수용소 군도' 1부가 파리에서 출판된다. 볼셰비키가 집권한 1917년부터 40여 년간 행해진 체포, 심문, 정죄, 이송, 구금 등을 묘사한 이 작품이 출간되자 정부는 반역죄를 씌워 그를 강제 추방했다. 이어 스위스와 미국 등지에서 머물며 혁명 전후 러시아의 격동기를 조명한 '붉은 수레바퀴' 등을 집필한 그가 조국에 돌아간 것은 추방당한 지 20년이 지난 1994년.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모스크바에 입성한 그는 이후에도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와 물질주의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며 체제에 타협하지 않는 저항정신과 불굴의 양심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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