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칼럼 캡처
경향신문 칼럼 캡처

[일요서울]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해당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고발한 것을 놓고 논란이 거세게 일자 13"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공보국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우리의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임 교수는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야 대립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임 교수는 칼럼에서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라며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조국 전)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임 교수가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당 법률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언론사를 함께 고발한 것은 이러한 내용을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한 사실이 전날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날 오후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임 교수 고발 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전하고 취하 의견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의원들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당의 고발 조치를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낮은 자세로 항상 겸손해도 모자랄 집권여당이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재선의 홍의락 의원은 "오만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민주당 이야기"라며 "민심은 하늘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임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3선의 정성호 의원도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다소 우호적인 정의당조차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수 없다""민주당의 이번 고발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는 '민주당만 빼고' '우리가 임미리다'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봇물을 이뤘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쯤되면 막 가자는 것이다. 나도 고발하라.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말자"고 일갈했다.

이처럼 역풍이 불자 일단 '고발 취하'라는 조치로 논란을 매듭 지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임 교수가 쓴 칼럼의 목적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입장문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고발 계기에 대해 "임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아시다시피 임 교수가 안철수 교수 자문단의 실행위원이다. 이에 우리는 분명히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항의해야 한다고 판단해 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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