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 연임 ‘예측불허’...완전 민영화 작업 차질 빚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손태승 회장 개인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의 중징계가 윤석헌 금감원장의 전결로 확정됐다. 기관 제재는 다음달 초에 열리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의 의결 시점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 여부 및 우리금융의 대응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업계는 우리금융의 경영 불확실성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을 통한 우리은행의 ‘완전 민영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했다.


3월 초 손 회장 제재 최종 통보...대응 방향 ‘촉각’, 민영화 실현 가능성은?

차기 은행장 후보에 권광석 대표...다음 달 주총서 의결 후 최종 행장 선임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일부 지점 영업 정지 등 기관제재에 대한 의결을 마친 후 우리은행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3월 초 손 회장 제재를 최종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이 문책경고를 통보받게 되면 손 회장은 연임이 불가한 것은 물론 통보 시점부터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된다.

이달 13일 기준 금융권에 따르면 증선위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과 관련한 우리·하나은행 제재안에 대해 심의한 결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과태료를 각각 190억 원, 160억 원 수준으로 낮추기로 의결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30일 제3차 DLF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각각 230억 원, 260억 원의 과태료 부과를 건의하기로 한 것에 비해 각각 40억 원, 100억 원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기존 지배구조 체제 유지”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손 회장이 문책경고를 통보받더라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이은 행정소송으로 손 회장의 연임을 3월 24일 주주총회 이전에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우리금융 측 내부에서는 내부 통제가 미흡하거나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을 때 CEO에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CEO 중징계 등의 제재는 과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6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장시간 손 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사회는 간담회 이후 “지배구조와 관련해 기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풀이되는 셈이다. 당시 이사회는 “아직 기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절차가 남아있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을 비롯해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5명과 예보 측 비상임이사까지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30일 금감원의 제재심에서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되자 31일 예정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일정을 연기하고 손 회장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재논의에 들어간 바 있다. 손 회장은 당시 이사회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 후보에 권광석 대표

한편 우리금융그룹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를 단독 추천했다. 다음달 24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거치면 최종 행장으로 선임된다. 권 내정자는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1년간 유지해온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키로 한 뒤 처음으로 선출된 행장이다. 정통 ‘은행맨’ 출신으로 은행 투자업무와 조직 관리 등 다방면으로 경력을 쌓고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금융권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다.

풍부한 경험으로 권 내정자는 은행 기업투자금융(CIB)과 글로벌 전략 추진에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임추위 측은 “우리금융지주 설립 후 처음으로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 운영하는 상황에서 지주사와 은행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은행의 조직 안정화와 고객 중심 영업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권 내정자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만큼 금감원과의 ‘갈등’ 해결의 키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권 내정자로 인해 손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조직 안정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은행 영업력 회복 등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현재까지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불거진 비밀번호 도용 사건으로 향방은 한층 더 불투명해 졌다. 손 회장이 또 다른 징계를 받게 될 경우 연임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불거진 비밀번호 도용 사건은 우리은행 직원들이 2018년 소비자 수만 명의 인터넷·모바일(스마트) 뱅킹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해 영업성과를 챙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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