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궐이사 야당 몫 배제…TV조선·채널A 재심사 ‘돌입’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결국 보수 언론 손보기가 가시화 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지난 6일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방송(KBS) 이사에 자유한국당 추천 부적격자는 절대 안 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다음 날 방통위는 한국당 추천 인사 임명 안건을 부결했는데,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없을 시 이를 인정해 온 관행에 비추어 보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래서 이를 두고 법조계와 방송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KBS이사회마저 문재인 정권에 갖다 바치려는 폭거”라며 “명백한 월권 행위”라고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야당이 추천한 인사를 연이어 추천 부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노조.[뉴시스]
언론노조.[뉴시스]

 

- 방송 동원해 선거 개입 의혹 의심 목소리 차단 의도

현재 언론계는 노동조합 출신 인사들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MBC(문화방송) 해직 기자 출신 박성제(54) 보도국장을 들 수 있다. 박 국장은 지난달 29일 MBC 사장에 도전했는데, MBC 방송문화진흥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공모한 MBC 사장 지원자 17명 중 박 국장을 포함해 박태경 MBC 전략편성본부장, 홍순관 여수 MBC 사장이 MBC사장 예비 후보로 선정됐다. 박 국장은 지난 2007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으로 활동했는데, MB정부 당시 미디어법 투쟁 등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즉, 노조 측 인물인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앞서 지난해 9월9일 방통위원장으로 한상혁(59) 변호사가 임명됐다. 앞서 언급한 민주언론시민연합(약칭 민언련) 대표를 맡은 인물로, 이미 야당에서는 그의 청문회 당시 “매우 편파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인물로 언론계의 조국”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0월18일 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후에도 그의 변호사직 휴업 미신고와 관련해 보도한 바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취임 직후 일명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의도된 허위 조작 정보와 극단적 혐오표현은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이 변함없도록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언론관(言論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의 의지는 신년사에서 구체화됐다. 한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현안인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엄격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처럼 두 가지 사례만 놓고 보면 노조 측 인물의 입김이 강해졌다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노조 측 인물들의 광폭 행보에 따라 언론계에서는 이미 잡음이 나오는 상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3월부터 종편 심사…TV조선은 이미 제재 중

방통위는 지난달 16일 ‘2020년도 업무계획’을 밝혔다. 해당 계획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 재승인·재허가 심사를 앞둔 지상파·종편·보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6곳을 심사할 때 공정성과 신뢰성 등을 반영해 재허가·재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종편 등을 심사할 때에는 '프로그램 균형 편성' 등의 여부를 확인하는 항목을 신설해 과락 기준을 40%에서 50%로 높인다.

현재 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올해 재승인 대상이 되는 사업자는 TV조선·채널A·MBN·JTBC와 연합뉴스TV·YTN 등 6곳이다. 연합뉴스TV·YTN은 이번 3월, TV조선·채널A는 4월, MBN·JTBC는 이번 11월에 심사 결과를 통해 재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심사위는 재승인 기준 점수 650점에 부합하는지 확인한다. 심사위원장으로는 지난 2010년 당시 이병기 서울대 교수가, 2014년에는 오택섭 고려대 명예교수가, 2017년은 이광재 경희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문제는 바로 방송통신심의 제재에 따른 종편 재승인 여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TV조선 뉴스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용 2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주의'를 줬다. 앞서 지난 6일에는 방심위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학을 두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며 ‘주의’를 의결했다. 지난 5일 채널A의 ‘뉴스A’, ‘김진의 돌직구 쇼’, TV조선의 ‘탐사보도 세븐’이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 같은 사례가 향후 어떻게 작용할지 알아보고자 지난 12일 오후 이상로(65) 現 방심위 위원을 찾았다. 이 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심위 제재 건수가 많으면 퇴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종편이나 방송사업자의 경우는 방통위에 재심사권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규정에 따라 심의하게 되는데, 해당 방송사업자가 규정을 어긴다는 명목으로 벌점을 계속 받게 될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바로 제휴 심사 때 불리하게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현재 가장 불공정하다고 소문난 방송은 법정 제재까지 가지 않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방송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다. 법정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즉, 방심위에서 지속적으로 징벌적 조치를 받아 벌점을 받으면 종편 심사 때 불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위원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현재 방심위는 4개의 소위원회(방송·통신·광고·디지털성범죄)로 구성된다. 방송사업자는 방송소위원회가 담당한다. 개인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 유튜브 방송 등에 대한 심의는 통신소위원회에 배당된다. 현재 이 위원은 통신소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이 위원은 이날 기자에게 방송사업자에 대한 징계 형태에 대한 자세한 사항들을 설명했다.

그는 “방송사업자 징벌의 경우 본회의를 열고 논의한다”며 “본회의에서 징벌이 결정되면 주의·경고·관계자징계·과징금 등 4가지 형태로 징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과징금과 함께 벌점제도 언급했다. 그는 “벌금은 기본적으로 2000만 원 기준으로 1000만 원이 상향 혹은 하향 조정된다”면서 “특히 벌점과 연동되며 장기적으로 종편 심사에서 불리해진다”고 설명했다.

강규형(56) 전 KBS 이사는 지난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정 주기마다 치러지는 종편 허가권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되면 해당 방송사는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결국 집중적으로 민원을 받은 보도에 대해 심의가 열리면, 벌점과 연동돼 방통위의 종편 평가로까지 이어진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사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CI 캡처.
종합편성채널 CI 캡처.

 

방통위, KBS이사 야당 추천 거부…“독재적 발상”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11명에 달하는 KBS 이사진에 대한 인사 구성을 두고 현재 방통위가 야당의 추천 인사를 거부하면서 법조계와 방송계에서 잇따라 “야당 추천 몫을 오롯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보내라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방통위는 지난 6일 KBS 보궐이사로 추천 받은 이헌(59) 대한법률구조공단 전 이사장에 대한 임명 안건을 비공개 회의 안건으로 올렸으나, 이사 선임에 대한 임명안 요청을 부결했다고 7일 밝혔다. 그간 방통위는 치명적인 법적 결격사유가 없을 경우 여야 추천 인사를 인정해 왔다. 그런데 법적 결격사유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를 부결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방송법 등에 따르면 11명의 KBS 이사는 방통위 추천에 이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7명은 여당이, 4명은 야당이 추천해 왔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 전한 방통위 측 관계자 입장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에 대한 KBS 이사 추천 부결 사유가 사실상 세월호 특조위 활동과 중도 사퇴 및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해임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오후 이 전 이사장은 서울 종로구 일대의 어느 찻집에서 기자와 만나 “방송법에 따라 자유와 공정성 등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도구로 의사결정기구를 둔다”며 “단순히 관행적으로 야당 측 4명, 여당 측 7명을 구성만 하는 게 아니라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입법정신을 고려한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KBS 이사 결격사유는 정당 소속 등인데, 나는 결격사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날 “세월호에 대해서도 특조단 활동으로 오히려 고발당했지만 범죄 사실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각하됐고 입건되지 않았다”며 방통위 측 입장을 반박했다. 이어 “무조건 전 정권 인사였다는 이유만으로 단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지난 시절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을 당시 전 정권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퇴를 강요를 당했고, 말을 듣지 않자 감사 단행 후 감사위원회를 통해 스스로 사퇴하게 만드는 방식의 구도였다”며 “그 때 강성노조가 있었는데, 법조인만 할 수 있는 그런 직책, 이를 테면 법률사무소장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고 거절하니 지금 현재 정권처럼 일종의 ‘하명 파업’ 비슷한 모양새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공단 이사장직 사퇴를 거부했더니 감사를 단행해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끝내 해임됐다”며 “징계위에서 해임되면 결국 못하게 되는데 당시 해임된 후 변호사 등록과 인가공증인 등록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록이 됐다”고도 했다. 법무법인을 등록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하다. 즉 이 전 이사장을 해임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징계위에서 해임하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결국 방통위의 ‘이사장 해임 사유는 변명일 수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런데 방통위는 야당 재추천 인사로 건의된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대한 KBS 보궐이사 추천건을 또 거부했다. 추천인사의 역사관을 문제 삼아 부결 처리됐다.

이 전 이사장은 방통위의 야당 인사 추천 거부 사태의 의도와 목적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법부를 특정 법조단체가 장악하고 검찰은 적폐 수사로 내몰렸다. 고영주 전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내쫓고 KBS까지 방송 장악을 시도하는데, 그 이유는 본인들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인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죄 판결을 받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이미 부정선거라고 하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있던 상황에서 방송을 동원해 선거 부정을 획책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를 낼 인물을 들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전 이사장은 이를 두고 “독재적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이상로 방심위 위원은 12일 기자에게 “이번 인사 거부와 관련해 야당은 이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끝까지 투쟁했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에 따르면 야당에게 할당된 인사 추천권은 정당의 인사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권이나 다름없는 추천권을 행할 경우 이를 두고 평가하는 것은 권리 침해와 다를 바 없는 행위라는 논리다. 

방통위의 이번 야당 인사 추천 거부 사태에 대해 강 전 이사 또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시키겠다는 뜻”이라고 격분했다. 강 전 이사는 “KBS 이사진의 경우 최고 의결기구이면서 최고 책임기구라 이견 제기를 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라며 “원칙을 지키려는 인사는 불편하니 처음부터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전 이사는 “KBS의 경우 국민들에게서 강제로 받는 수신료가 무려 6000억 원에 달하는데, 현 정권 들어 적자가 1000억 원을 넘기고 있다”며 “심지어 공영방송이라 적자 손실액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을 금치 못했다.

강 전 이사는 이어 “완전히 날로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언론노조의 조종을 받다 보니 이런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해석도 이어졌다. 강 전 이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변호사가 방통위원장이 됐다는 것은 결국 전임자였던 이효성 전 위원장 보다 더욱 세게 (방송을)조이라는 뜻”이라며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잡게 되는 것은 방송인데, 결국 총선 앞두고 있어서 이러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결국 총선…자칫하다 특검 도마 위로

이 전 이사장과 이 위원, 강 전 이사는 모두 방통위의 KBS 보궐이사 추천 거부에 이어 한 방통위원장의 발언과 종편 심사 등이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오는 4·15 총선까지 불과 60여 일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권력 재창출을 위한 동력을 마련하고자 ‘방송 장악’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 전 이사는 지난 12일 기자에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계속 국민들을 호도하는 방송을 할 경우 자칫하다간 특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 때 가서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집권 후 방송 장악부터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국민들을 호도하는 데 가장 좋은 도구가 방송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현 정부는 방송 아니었으면 일찌감치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 장악 극복 방법은 결국 선거로 심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일부 언론사들을 상대로 행해지는 최근 정부의 대응은 모두 총선 대비용이라는 뜻으로 모아지는 형국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높거나 혹은 비판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디어의 공공성,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한 위원장이 앞서 언급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언론노조.[뉴시스]
언론노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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