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이한 선거 마케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팔이 마케팅’부터 우주선 쏘듯 발표한 인재영입 감성 마케팅에 최근에는 ‘봉준호 마케팅’, ‘기생충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영화의 쾌거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환영할 만하고 영화사에도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 축제 분위기를 북돋는 것이 아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인사들이 있으니 바로 21대 총선 출마자들이다. 

당장 봉 감독의 고향인 대구 남구에 출마하는 한국당 후보들은 ‘봉준호 마케팅’에 열을 올려 지역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봉준호 명예전당 건립’, ‘봉준호 거리 조성’, ‘봉준호 감독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설치’, ‘봉준호 영화박물관 건립’ 등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좀 지나면 ‘봉준호 영입론’까지 나올 판이고 대선이면 ‘봉준호 대망론’까지 꺼내 들 태세다. 참고로 봉 감독은 대구 남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고 서울로 이사했다. 

이에 민주당 후보는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기에 ‘블랙리스트’로 낙인찍었던 정당 후보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무임승차하려는 몰염치한 행태”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여당 총선 출마자들 역시 ‘봉준호 마케팅’에 기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평 재선에 도전하는 한 후보는 기생충 포스터 등장인물을 패러디하면서 “영화가 보여준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나서겠다”고 했고 경기 안양 동안갑에 도전하는 출마자는 역시 영화 포스터를 편집해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 저는 X테일이란 별명을 얻어야겠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봉 장관의 4관왕에 기대 인천 한 출마자는 “사실 국회의원 임기 4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받은 4관왕”이라고 했고 “의원님은 역시 계획이 다 있구나”라며 영화 대사를 모방하기도 했다. 

선거가 임박하자 여야는 정책과 자질론보다 대중 영합적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질과 역량이 되는 인물보다는 ‘스토리텔링’에 강한 인사들을 영입하다 ‘감성팔이 마케팅’이라고 공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인사가 ‘미투사건’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민주당 영입 2호 원종건 씨와 ‘공관병 갑질’로 논란을 일으킨 한국당 영입 1호 박찬주 전 대장이다.

또한 여당의 경우 6~70여명의 청와대·정부 고위관료를 총선에 내세우면서 ‘대통령이 보내서 왔다’는 청와대 마케팅까지 더해 지역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기생충 마케팅’까지 더해졌다. 출마자들이 단시일에 유권자로부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책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평소에 잘했어야지 어느날 갑자기 지역에 내려와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자 ‘숟가락 얹듯’ 하는 행위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구태정치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봉준호와 친분을 원하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과 친분을, 봉준호 동상이 아닌 지역구 주민들을 위한 사회.경제적 안전판을 원한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 

가뜩이나 인간을 숙주로 삼아 전염병을 옮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공포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봉준호라는 인사에 기생해 표를 구걸하는 총선 출마자들로 인해 기쁨마저 눈살이 찌푸러지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봉 감독이 “영화는 영화고 선거는 선거다”라고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기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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