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임미리.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다. 물론 만난 적도 없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신문 경향신문 정동칼럼을 집필하고 있는 것을 보니 진보적인 정치학자로 읽히지만, 무늬만 정치학자인 필자는 들어보지도 만나보지도 못한 정치학자다. 물론 그녀의 이름을 들어보지도 만나보지도 못한 것은 전적으로 필자의 책임이다.

그녀의 이름이 현재 이 칼럼을 집필하고 있는 실시간에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른 이유는 그녀가 집필한 1월 29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 때문인 것 같다. 이 칼럼을 읽고 격노한 더불어민주당 나리들께서 이해찬 당대표 이름으로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 편집인을 공직선거법 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조항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사실 종이신문의 위력이 거의 없어진 지금, 그녀의 칼럼을 읽고 그 내용에 동조하거나 그녀의 제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미디어로서의 경향신문의 영향력, 집필자 임미리 교수의 팬덤(fandom)의 범위 등을 생각해 볼 때, 그녀의 칼럼은 찻잔 속의 작은 몸부림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이유는 있다. 최근 보수대통합, 비례대표 준연동형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제1당의 지위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성을 상실해 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은 더불어민주당을 극도로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흥분한 더불어민주당이 자충수를 두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이 비더불어민주당 진보성향 인사들이나 비미래통합당 야당 인사들이 찬사를 늘어놓을 만큼 구구절절 옳은 글인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해석하듯이 자신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는 글인가? 혹시라도 더불어민주당에게 일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남아 있어 더불어민주당이 촛불정신으로 되돌아가라고 인도하는 글은 아닌가? 필자는 임미리 교수의 측은지심의 발로라고 확신하는데 어쨌든 해석은 각자의 자유다.

그건 그렇고 임미리 교수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치학자라고 하니 그녀의 글에 대한 반박은 검찰에게 고발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면을 통해 반박하는 것이 배운 사람들의 기본 예의일 것이다.

필자는 과거 당적을 가진 적은 있지만, 8년 전의 일이고 당적을 가짐으로써 받는 제약(내로남불)이 싫어 무당적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 결과 정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정치적 선악(정의와 불의)과 이해(당리당략)를 매의 눈으로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기준에서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대략 3가지 정도로 비판할 수 있다.

첫째,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는 레임덕이 시작된 청와대 눈치를 보는 이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시절의 새누리당처럼 당내 자정기능이 없어진 상황은 아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임미리 교수 고발 건을 취소해 달라고 당에 요청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녀의 화살은 청와대와 친문을 향해야 옳았다.

둘째, 국민들이 정당과 정치인에 배신당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고 했지만,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며 차악의 선택을 종용하고 있다. 논리적 모순이기도 하지만, 민주당 선택 최악이고 이외의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차악일까? 동의할 수 없다.

셋째, 정당 불신을 얘기하면서 그녀의 선택지는 정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표용지에 ‘지지정당 없음’,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찾자고 제안한다. 그것이 정치 불신 극복의 요체(要諦)다.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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