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강골 출신…지역 현안 해법두고 '충돌'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대 인구 수를 자랑하는 곳은 단연 경기도다. 바로 1300만 명이 밀집해 있는 데다 전체 지역구 의석 253개 중 60개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려 23.7%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번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코 수원이다. 경기도의 주요 행정기관이 위치해 있는 데다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해 있어 이미 주요 격전지로 불리는 수도권의 요지 중의 요지다. 이곳에서 대학 동문 여 검사 출신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정미경(왼쪽), 백혜련(오른쪽). [뉴시스]
정미경(왼쪽). [선거통계시스템], 백혜련(오른쪽). [뉴시스]

 

- 어디로 갈지 모르는 유권자 표심, 신분당선 연장선 따라가나

지난 16대 총선부터 선거구로 획정된 경기 수원을은 한국당과 민주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민주당계가 줄곧 엎치락뒤치락했던 지역구다. 수원의 서쪽인 권선구의 호매실동과 율전동 일대로, 젊은 층의 인구가 유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주거 개발 사업이 한창인 곳이다. 교통시설 또한 확충되고 있는 곳으로도 알려진 상태다. 16대 총선에서부터 보수당과 진보당 의원이 엎치락뒤치락했던 지역으로, 현역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역구를 떠나기도 한 곳이다.

현재 수원을은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53) 의원이 버티고 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온 백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백 의원의 수원을에 도전장을 내민 이는 정미경(55)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 역시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검사 출신으로, 수원을에서 전직 검사 출신 동문들의 혈투가 예고된 상황이다. 그야말로 용호상박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단순히 동문 혹은 전직 검사 간 권력 투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을 흔들 수도 있는 정책의 비전을 밝히고,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법부의 일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역 민심과 정책에 대한 현안과 비전을 빼놓고 단순히 출신과 학력, 이력만으로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정미경(오른쪽), 백혜련(왼쪽). [뉴시스]
정미경(오른쪽), 백혜련(왼쪽). [뉴시스]


여야 모두 고대 출신 강골 여 검사…충돌하나

우선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47%의 득표율로 수원을에 입성했다. 전라남도 장흥에서 출생했다. 백 의원은 80년대 당시 학생운동을 전개했고 이후 사법시험에 응시해 검사로 임용됐다.

백 의원은 검찰 측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아 검찰을 떠난 후 정치권에 입성했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수원을에 깃발을 꽂았고, 지난해 계속 거론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일명 공수처) 설치법에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안이라고 불리는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결국 통과시켰다. 바로 문재인 정부가 ‘개혁 대상’으로 지정한 검찰의 수사권 행사에 대해 먼저 칼을 빼든 것이다.

백 의원의 대항마로는 수원을에서 한 차례 깃발을 꽂은 바 있는 한국당의 정미경 최고위원과 한규택(54) 당협위원장이 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의 경우 백 의원과 고려대학교 동문일 뿐만 아니라 검사로 재직한 바 있는 공통점이 눈에 띄는 인물이다. 백 의원은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전개했고, 정 최고위원 역시 소신을 굽힌 적 없는 이른바 ‘강골’로 통한다. 참여정부 시절 검사였던 정 최고위원은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 서적 ‘여자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를 냈는데, 이후 전보 조치를 좌천성 인사로 판단해 조직에서 옷을 벗은 바 있다.

이후 지난 2014년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정 최고위원은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선 백 의원을 무려 17%가량의 득표율 차이로 이겨 당선됐다. 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고대 동문’, ‘전직 여 검사’ 등의 대결 구도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수원을 총선에 나선 후보들의 특징만 보고 선거를 치를 수는 없는 법.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의 바닥 민심을 훑어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지역 민심은 정책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서수원’이 포함된 수원을의 지역 정책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 또한 찾아봤다.
 

신분당선 연장선 구간. [뉴시스]
신분당선 연장선 구간. [뉴시스]

 

지역 현안은 신분당선 복선화…바닥 민심 어떨까

바닥 민심과도 직결된 지역 현안을 알아보고자 지난 13일 수원 정가를 찾았다. 교통과 택지 개발이 한창인 이곳의 당면 과제는 당연히 교통이다. 바로 단선으로 추진 중인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 구간(5.7㎞)의 복선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신분당선 호매실선 복선화 추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2023년 착공 예정인 전철선이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게 되면서 기존에 1조2000억 원이었던 사업비가 8000억 원으로 낮춰지면서 단선화됐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신분당선 연장선을 단선화하게 될 경우 전철 간 배차시간은 30분에 달하는데 도대체 그걸 누가 타겠느냐. 심지어 연장선을 기획할 때 주민들로부터 5000억 원을 거둔 바 있다”며 “현재 기획재정부는 예비 타당성 조사만 통과시키고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대놓고 선거용 이슈로 전락한 모양새”라고 호소했다. 즉, 수원을이 당면한 주요 핵심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신분당선 연장선의 ‘복선화’ 여부다.

앞서 지난달 15일 백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분당선 연장선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관련해)국토부 장·차관을 비롯해 국장과 과장, 사무관까지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나 설득했다”며 “국토교통부가 신분당선 연장선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를 발표한 2020년 1월15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공천심사에 참석해 지역 현안인 신분당선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현재 수원을에서는 신분당선 연장선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됐다고 해서 (주민들이)좋아하시는데, 아쉬운 점은 단선”이라며 “저희 지역주민들의 뜻이 자꾸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했을 당시 수원을에서 24%를 얻었는데, 그런 만큼 사랑받았던 곳이다. 이번에 수원을에 간 것은 제가 많이 일했던 흔적들이 모두 수원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 의원과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보면 이들 모두 지역 현안인 ‘신분당선 연장선’에 대해 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대학 동문 및 검사 출신이더라도 지역 현안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자세한 복안 등 고도의 정책 역량을 보여야 하는 당면 과업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어떻게 지역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는 곧 지역 현안을 떼어 놓고서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선거 도장. [뉴시스]
선거 도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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