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줄도산 공포’에 휩싸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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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중국의 발표에 따르면 확진자와 사망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한국 산업계도 코로나19 확산 피해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요 급감으로 인한 국내 여행사들의 폐업신고는 증가했고, 자동차 업계도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경영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지난 13일 개최 예정이던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33년 만에 처음 취소되면서,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생태계 붕괴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업들 안팎에서는 ‘줄도산의 공포’에 휩싸였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여행업계 파다한 ‘도미노 부도설’...한국여행업협회, 특별융자금 공식 요청

車공장 줄줄이 휴업, 재개 불확실...세계 최대 박람회 취소, IT업계 ‘안절부절’

지난 1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내 12개의 주요 여행사 아웃바인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취소 건은 각각 6만1850건, 1만8770건으로 나타났다. 피해 규모만 각각 299억 원, 65억 원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 등 중화권에 국한됐던 여행 상품 취소가 세계 각국으로 이어지면서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상품 구매자들은 중화권 외 취소 수수료 면제를 요구하는 등 항의가 빗발쳤다.

여행업 피해 규모 299억 원... 폐업 우려, 대책 마련 촉구

사태가 악화되자 여행사들은 안식년과 무급 휴직 권도 등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나투어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 잡쉐어링(일자리 나눔), 안식년 등의 신청을 받고 있다. 안식년의 경우 근속연수와 상관 없이 최대 1년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말부터 시행했던 주 3~4일 근무제, 무급 휴직을 최근 재공고했다. 인터파크투어도 전 직원에게 연차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자유투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직후 고객 환불액만 20억 원을 넘어섰다. 모회사인 모두투어에 빌린 81억 원과 함께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 규모만 200억 원대에 달한다.

2011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자본금 300억 원으로 설립한 호텔앤에어닷컴은 결국 청산 절차를 밟았다. 패키지 여행 상징인 전세기 사업을 전담해 온 기업이 문을 닫는 첫 사례다. 지난 1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폐업 논의가 이어져 왔고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두 출자 회사가 폐업에 대해 최종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청산 일자를 놓고 두 회사는 최종 논의를 진행 중이며 상반기 중에는 정리를 할 것으로 보고있다.

줄도산 공포도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공정여행협회 정부 공시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됐던 지난 설 연휴 이후 폐업을 자진 신고한 중소 여행사는 4곳으로 나타났다. 불안했던 여행업계는 호텔앤에어닷컴 청산 소식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여행사들은 도미노 부도설 얘기까지 나오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정부에 특별 융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협회에서 정부에 자금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사스, 메르스 사태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다.

한국 기업도 車공장 중단... IT 신제품 출시 계획 무산

여행업계와 함께 국내 자동차 업계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완성차 모든 공장이 줄줄이 휴업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10일 모든 공장이 멈췄다. 지난 11일 현대차는 생산 재개를 결정했지만 현대차 울산2공장과 기아차 화성공장 두개뿐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공장은 가동 일정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는 이달 4일부터 12일까지 전 차종 생산을 중단했고 한국지엠의 경우 17일부터 18일까지 부평1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한국지엠까지 휴업 진행을 하게 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 5곳 모두가 공장이 멈추게 됐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30%에 달하면서 중국의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공장 재가동 일정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부품회사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중국을 제외한 제3국 부품 조달도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는 33년 만에 세계 최대 박람회까지 취소 결정을 불렀다.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세계이동통신박람회)가 올해는 열리지 않게 됐다. 지난 12일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존 호프만 CEO는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 19 발생과 여행 문제 등으로 더 이상 MWC 행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MWC 2020 바르셀로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새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었던 LG전자를 시작으로 인텔, 페이스북, 아마존, 소니, 시스코 등 수십 개의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잇따라 불참 계획을 밝히며 행사 취소사태 불을 지폈다.

이러한 사태에 MWC 전시 참여 회사들은 이후의 발생하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시 부스 공사에 투입된 비용은 매몰될 위기에 있고 예약된 항공과 숙박 위약금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SMA 자체적으로도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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