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보수 쌍끌이’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4·15 총선을 불과 2개월 앞두고 정치판에 초대형 태풍이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보수통합기구 제안으로 시작된 보수진영의 통합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의 공식 명칭을 ‘미래통합당’으로 확정했다. 여기에 보수통합신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 신청을 마무리했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남아 있으나 보수진영 분열로는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수통합 장애물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보수진영은 한 곳으로 결집함으로써 9회말에 대역전을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보수통합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다. 보수진영에서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느냐가 보수통합 시너지를 발휘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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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율은 40% 안팎에서 지지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연말 예산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각종 이슈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여론 흐름은 변화가 없었다. 다만 한국당 지지율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여권에 실망한 중도 표심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총선에서 무조건 보수통합을 이뤄야 한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 분열은 곧 패배로 이어졌기 때문. 이에 따라 보수 지지표를 분산시키지 않으려면 보수통합이 우선으로, 한국당이 중도보수와 무당층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선 보수통합과 혁신 공천이 핵심이다. 

시민단체 전원 사퇴, 반문연대 분위기 조성

그 출발점이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였다. 황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TK지역 중진 A 의원 등은 정치1번지로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총리와 맞대결에서 패배할 경우 황 대표는 물론이고 당과 보수진영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만류했다. 그러나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이 전 총리와의 대결을 피하는 듯한 모양새가 당에 더 큰 부담이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사이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종로 출마를 선언해 버렸다. 

당 안팎에서 비판론이 나오자 황 대표는 고심 끝에 ‘종로 출마’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황 대표는 “종로 출마가 이 정권이 만들어 놓은 나쁜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잘 안다”면서 “종로 선거는 개인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망친 문재인 정권과 이 정권을 심판할 미래세력의 결전이기 때문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자기희생론을 통해 정권심판론을 띄운 셈이다. 

이에 이정현 무소속 의원도 “제1야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전임 당대표를 지낸 제가 양보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기 위해 모든 정당, 모든 정파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저의 제안에 저부터 먼저 모범을 보이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도 ‘헌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총선 불출마와 함께 보수통합을 위해 어떠한 지분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유 의원은 “보수가 힘을 합치고 다시 태어나 총선과 대선에서 권력을 교체하고 대한민국을 망국의 위기로부터 구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며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보수가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뿌리부터 재건돼야 한다.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아가고,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을 처음 말했을 때 약속드렸던 대로 저는 공천권, 지분, 당직에 대한 요구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 이후 공천은) 도로친박당, 도로친이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공천이 되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와 유 의원의 불출마로 인해 보수통합 물꼬를 트면서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이언주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대표 등은 지도부 구성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방향을 발표하는가 하면, 통합신당 명칭을 미래통합당으로 확정하는 등 총선 앞두고 보수통합을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통준위에 참여해 온 장기표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14일 모두 사퇴하면서 통합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통준위에 참여해 온 장 공동위원장, 김일두·박준식·안병용·안형환·조형곤 준비위원은 “통합신당 결정 과정에서 부족하지만 통합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할 수 있겠으나, 혁신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혁신공천 여부, ‘정권 심판론’ 불붙이다!

보수통합의 효과가 반감되더라도 통합신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공천을 어떻게 하느냐가 총선 승리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혁신공천이 이뤄져야 정권심판론으로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우선 김형오 위원장이 당을 장악한 모양새다. 지도부가 친박계 중심인 상황에서 김세연 의원을 공관위에 포함시켰다. 김 의원을 발탁하면서 개혁 공천 시그널을 줬고, 통준위로부터 공관위가 신뢰를 얻기도 했다.  

특히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결정하고 홍준표 전 대표의 고향 출마 의지를 꺾으면서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공천 주도권을 확실히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황 대표가 김 위원장을 통제할 수 없게 됐고, 공관위에서의 영향력도 약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태영호 전 공사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련의 과정으로 물갈이 공천 명분도 쌓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안팎에서는 그다음으로 ‘친박 세력’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중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기 위해서는 친박세력 물갈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당내 중요인물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김 의원은 당에서 원한다면 호남 출마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당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탄핵을 주도했던 세력은 불출마와 험지 출마론을 거론하는 상태에서 친박계 핵심인사들은 이렇다할 액션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통합정신 방안으로 친박세력들을 정조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한국당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 보면 대체적으로 20대 총선 당시 진박공천으로 혜택을 받은 의원들을 시작으로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공천 당시 점수가 되지 않아, 공천을 받을 수 없었으나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청와대 하명을 받아 공천을 받았다”며 “지난번 공천에서 혜택을 받은 이상 ‘공천 탈락’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고, 진박 등의 인사들을 정리해 달라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국당 의원실 한 관계자도 “혁신공천을 놓고 한국당 내부에서는 대구·경북 물갈이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으나 이것보다 먼저 진박, 보수 분열의 책임 있는 인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한 친박 인사들이 물갈이 대상”이라며 “진박 등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당에서 공천했다고 하면 아무리 보수통합이 됐더라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박계·비박계 통합열차 티켓팅 못한다?

이렇듯 친박계 정조준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한국당 공관위 구성을 보면 친박세력을 보호해 줄 수 인사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더구나 통합신당 공관위가 띄워지더라도 친박계 인사들 대신 새로운보수당 인사 및 친박계와 대척점인 인사가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박계 일부 인사들은 물밑 작업을 통해 공천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동료 의원들로부터 비판의 대상만 되고 있는 형국이다.  

비박계 핵심 인사들 역시 공관위 칼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비박계 핵심인사로 당내 계파갈등을 일으킨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컷오프를 대비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당내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 공천을 하기 위해서는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사들도 정조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막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만 중도보수층 및 무당층이 통합신당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막말 논란 등을 일으킨 인사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있으나 당 안팎에서는 ‘혁신공천’을 위해서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60여 명의 살생부가 나왔을 때도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인사가 살생부 명단에 포함됐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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