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社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주식매각대금 수령…2대 주주 등극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8년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지난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이번 호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알아본다.

해외 선사로부터 LNG선 잇달아 수주… 총 수주액 4680억

日, 현대重-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딴지’…“WTO 규범 위반”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한국 성장률을 2.3%에서 2.1%로 조정한 가운데 기획재정부조차 올해 성장 목표를 기존 2.6%~2.7%에서 2.4~2.5%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수치도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를 해야 소비가 늘고 수출도 증가하는 법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그럴 만한 상황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축이 되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해도 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소비와 고용 모두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급속도로 올라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탈한국 바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의 반(反)기업 정책이 근로자들에게 좋은 환경으로 작용하지만 기업들에게는 일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해외로의 제조업 직접투자는 164억 달러를 기록하며 예년의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LNG 잇달아 수주 계약… 총 2조5586억 규모 

이런 가운데 해양·플랜트, 엔진기게등 연관사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인 현대중공업은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그룹은 LNG선을 잇달아 수주하며 연말 수주 총력전을 펼쳤다. 최근 자사는 해외 선사로부터 총 수주액 3억7600만불(4680억 원) 규모의 17만4000 입방미터(㎥)급 LNG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적용해 운항 효율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선박들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오는 2022년 하반기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또한 현대미포조선도 최근 미주 지역 선사로부터 가스운반선 2척을 약1억2700만 불(1482억 원)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로써 지난 한 주간 총 18척, 22억 불(약 2조5586억 원) 규모의 선박 수주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행진을 이어갔다.

또한 지난해 같은 달에는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아람코사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협력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2월17일 현재중공업지주는 공시를 통해 아람코사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주식매각대금 1조3749억 원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지주와 아람코 간에 체결한 투자계약서에 따른 것으로 지분매각이 완료됨에 따라 아람코사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획득하고 2대 주주가 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매각대금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차임금 상환과 스마트십, 스마트물류 등 신사업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이번 지분 투자를 계기로 아람코사와 프로필렌 유도체 제조사업을 비롯한 고기능성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제조사업 등 석유화합사업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 양사의 사업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12일 임시주총을 열고 아람코 트레이딩 대표이사인 이브라힘 카심 케이 알부아이나인(IBRAHIM QASSIM K ALBUAINAIN)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아람코사와 정유 사업뿐만 아니라 조선, 엔진 등 다방면에 걸쳐 사업 협력을 해 나간다. 특히 사우디 정부의 ‘탈석유화’ 정책에 따른 ‘비전2030’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파트너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킹 살만’ 사우디 합작조선소 건설 예정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아람코, 람프렐, 바흐리 사와 공동 투자해 ‘킹 살만(King Salman)’ 조선산업 단지에 사우디 합작조선소(IMI : 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 Co)를 건설 중이다. 오는 2021년 말 완공을 목표로 지금 현재 3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또 다음 달 아람코와 엔진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으로 합작회사의 엔진공장은 ‘킹 살만’ 조선산업 단지에 지어지며 올 9월 착공에 들어간다. 2022년 5월에 완공돼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분 투자로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함께 추진 중인 HPC(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 공장) 사업 등 석유화학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아람코사의 한국 대표 사업파트너로 상호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과정도 큰 이슈다.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첫 관문인 카자흐스탄 심사를 통과했다. 현대중공업은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이 승인을 통보해 왔다고 밝힌 가운데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은 관련 시장의 획정, 경쟁제한성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견 없이 승인을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EU와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달 일본이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위반했다고 딴지를 걸어 왔다. 일본은 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제소하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직접적인 금융 제공을 포함해 자국의 조선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련의 조치를 했다”며 “이는 WTO의 보조금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번 제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일본의 제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업 결합 심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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