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지속된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1인 철인통치시대가 막을 내렸다.

무가베 대통령과 모간 창기라이 민주변화동맹(MDC) 총재는 15일 수도 하라레에서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내용의 권력분점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날 공개된 합의문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84)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창기라이(56) 총재는 총리직을 맡는다. 창기라이 총재는 내각을 책임지고, 무가베 대통령은 내각을 감독하는 국정회의를 이끌게 된다.

이번 서명은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의 요구로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석달 간 협상을 중재한 끝에 이뤄지게 됐다.

서명직후, 창기라이 총재는 “어제의 적이 오늘은 더 나은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똑같은 역사적 임무를 띠고 뭉쳤다”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도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며 “나도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서명식이 열린 레이보 타워 호텔 주변에는 무가베와 창기라이 지지자 수천명이 몰려 들어 합의서 교환시 환호했으나, 한때 양측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BBC방송,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무가베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28년간 철권 통치를 해왔으며, 80년대 중반 자신에 반대하는 마타벨레 지역 주민 2만명을 학살했고, 국제원조를 거부해 약 200만명을 기아상태에 빠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인 R W 존슨은 지난해 8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을 통해 무가베가 북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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