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 쓰나미 대처하는 ‘소방수’ 자임


요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의 ‘동네북’ 신세다. 강 장관의 속마음이야 억울하고 답답하겠지만 그를 향한 공격은 멈춤이 없다. 최근엔 강 장관의 이름이 모 라디오 오락프로그램의 단골메뉴로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한 성우는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의 만수아빠 최주봉씨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만수야아~”를 외친다. 그리곤 “만수 못 봤냐”며 “물가에 갔나? (고기를) 잡지도 못하면서” 이런 식이다. 청취자들은 한 번 웃고 말지만 재정부 장관이 이처럼 희화화 되긴 처음이다. 그럴수록 강 장관의 ‘마이웨이’도 강도를 더해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 ‘강만수 경질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른바 ‘9월 위기설’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다. 지난 7월 개각 당시 사퇴 논란을 빚은 지 딱 2달만의 일이다.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경질론에 국민들은 이젠 넌덜머리가 날 정도다.

최근 야권은 “고환율정책 실패에 이어 9월 위기론까지 확산된 것은 현 경제팀의 위기 수습능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며 강 장관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 같은 야권의 ‘소신발언’에 시민단체도 힘을 보탰다. 지난 9월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보도 자료를 통해 “시장의 불안감 해소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강 장관이 경질돼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MB 무한신뢰 받는 ‘동네북’

이처럼 강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터져 나올 때 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청와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도 그랬고, 7월 개각 때도 이 대통령은 강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 6월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가 어려울 때 그때그때 (장관을) 바꾸면 한 달에 몇 번씩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 개각에선 최중경 당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해임시키면서도 강 장관은 그대로 뒀다. “(강 장관을) 중도 하차시키기엔 매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야당이 아니다. 야당의원과 각계 경제 · 경영학자들은 기회가 생길 때 마다 강 장관을 물고 늘어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율폭등은 이들로선 강 장관을 해임시킬 절호의 찬스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또한 강 장관 경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환율정책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영향에서 벗어났다. 최근 달러 가치가 상승하다보니 (원화 뿐 아니라) 유로화나 엔화 할 것 없이 오른다”면서 지금은 환율 상승이 강 장관의 정책 실패로 인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경제장관들이 1년도 못 채우고 바뀐 예가 많은데 저는 신뢰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신뢰가 있어야 책임지고 일할 수 있다”고 말해 강 장관을 경질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무한신뢰’에 강 장관도 힘을 얻은 모양새다. 강 장관의 업무스타일이 취임 초에 비해 자신감이 넘쳤다. 여기에 강약을 조절하면서 예민한 이슈는 적절히 피해가는 능수능란함까지 보이고 있다.


강만수 장관 뿔났다

강 장관은 최근 야당의원들과의 논쟁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당당히 맞섰다. 감세안을 시작으로 추경편성, 기업 규제완화 등 논란의 소지가 큰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잇따라 대기하고 있어 ‘기선 제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9일 강 장관은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의원들의 맹폭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강 장관은 야당의원들이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손실보조금 지원은 국가재정법상 근거가 없는 정책이라고 공격하자 “보조금은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지원이 아닌 요금 동결이 주목적”이라며 “추경편성에 반영되지 않으면 요금이 올라 국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반격했다.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삼겹살 값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퇴장’을 요구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강 장관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야당의원들의 맹공에 그의 답변도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과거와는 매우 달라진 강 장관의 모습에 야당의원들도 ‘움찔’한 모양새다.

이날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2008년 세제개편안과 관련 “정부의 감세안이 성장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감세에 따른 재정지출 감소를 따져보면 결국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제로(0)’”라고 강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에 강 장관은 눈썹 하나 꿈쩍 않고 “수리경제 얘기만 하면 안 된다. 종합적으로 현실을 얘기해야 한다”며 강 의원을 오히려 나무랬다. 강 장관의 공격적 대응은 ‘대학등록금’ 얘기 때 정점에 달했다.

“대학등록금이 얼만 줄 아십니까”란 강 의원의 질문에 강 장관은 “지난번(삼겹살 사건)에 하도 장학퀴즈식으로 (질문을) 해서 자료를 가지고 다닌다. (대학등록금을) 알고는 있다. 그런데 꼭 저한테 그런 식으로 물어야 되겠습니까?”라며 맞받아쳤다.

자신의 퇴진을 주장했던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질의 때는 “그런 식으로 질문하면 답변할 수가 없다”고 말해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강 장관은 또 기자들의 예민한 질문을 노련하게 피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오후 늦게 재정부 기자실을 찾은 강 장관. ‘9월 위기설’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다 세제개편안도 발표된 만큼 여기저기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외환시장에 대한 강장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가 잇따랐다.


국회서도 능수능란 대처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시도는 번번이 빗나갔다. 강 장관이 “(기자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 왔다”며, 외환시장에 대한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정책이 분리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신속한 대처능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다소 예민한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금융정책과 통화신용정책의 구분 등을 길게 설명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확실한 의중은 밝히지 않았다.

취임 초기 환율 및 금리와 관련해 “외환시장에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세력이 있다”며 “한·미국의 정책금리차가 2.75%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강장관이 취임 이후 숱한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대응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와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프로필

▶생년월일: 1945년 6월 30일 (음력)
▶출 생 지: 경남 합천
▶본 관: 진주
▶본 적: 경남 합천군 대양면 아천리 677
▶취 미: 등산, 테니스
▶종 교: 기독교
▶좌 우 명: 매사를 부지런하게, 철저하게, 신중하게
▶존경인물: 김구
▶학 력: 경남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미국 뉴욕대 대학원 경제학
▶저 서: 1977년-부가가치세의 이론과 실체
2005년-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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