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의 최고경영자 CEO처럼 골프 경영했다


기업 경영은 골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잘 치듯, 일을 좋아하고 일에 미치는 사람들이 성공한다. 어떤 분야이든 최고에 오르는 사람은 역시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의 말처럼 즐기는 자가 성공할 확률이 많다. 힘만으로, 자신의 능력은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들이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많지 않다. 골프는 어디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이 있어야 한다. 신장 160Cm로 골프선수치고는 왜소한 김인경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CEO’의 경영철학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골프를 통해 스스로 경영했다. 그 결과 세계 골프계 정상에 올라섰다. 김인경의 ‘골프 성공학’에 대해 알아본다.

김인경(20·하나금융)이 세계 여자 골프계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 10월 13일 미국캘리포니아 주 댄빌 블랙호크CC에서 막을 내린 ‘롱스드럭스챌린지’(총상금 12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올 시즌 나비스타클래식 우승자인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스탠퍼드에 1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인경은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타를 잃었지만 위기 상황 때마다 ‘투어 2년차’답지 않은 차분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통산 2승을 기록 중인 31세 베테랑 스탠퍼드를 누르고 생애 첫 승을 신고했다.

그녀의 위기관리 능력에 빛을 발한 승부처는 17번홀(파4). 아슬아슬한 2타차 승부를 벌였던 김인경은 티샷이 바람에 밀려 왼쪽 벙커로 빠져 위기를 맞았지만 두 번째 샷을 홀 4M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면서 17번 홀에서 버디를 추구하며 막판 대 역전극을 펼치려는 스탠퍼드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신장 160Cm로 골프선수 치고는 작고 왜소한 체구인 김인경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녀만의 골프와 접목한 ‘CEO 경영철학’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골퍼는 그린의 최고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운영과 스코어 관리를 어떻게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골퍼는 CEO처럼 모든 선택과 판단, 결정을 자신이 내려야 한다. 종종 코스에서 캐디의 말을 들을 때가 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져야 한다. 골퍼가 더블보기를 범했다고 캐디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회사가 적자 났다고 직원이 책임지지 않는다. 모두 CEO책임이다.

김인경이 롱스드럭스챌린지 우승을 통해 세계 골프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저력은 CEO로서 위기관리 능력과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다.


성공비결 <1>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김인경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CEO이다.

골퍼는 18홀 내내 심리적인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린 앞 해저드와 벙커를 피하고, 오르막과 내리막, 바람을 계산해서 클럽을 선택하고 샷을 해야 한다. CEO도 비슷하다. 늘 ‘어떻게 하면 회사를 잘 키워나갈까’를 연구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에도 대비한다.

원하지 않는 곳으로 골프공이 날아가는 것처럼, CEO도 주위 환경으로 인해 난관에 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그녀는 롱스드럭스챌린지 경기에서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탁월하다.

아슬아슬한 2타차 승부를 벌였던 17번홀(파4)에서 티샷이 바람에 밀려 왼쪽 벙커로 빠져 위기를 맞았다. 자칫하면 막판 대역전이 가능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타고난 배짱과 차분함으로 두 번째 샷을 홀 4M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대 역전극을 펼치려는 스탠퍼드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다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성공비결 <2>
로드맵을 가져라

성공한 CEO의 공통점은 로드맵(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생의 궁극의 목표 달성을 위한 자신만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김인경의 인생 로드맵은 세계 최고의 골퍼이다. 그녀는 궁극의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가지고, 매 경기의 결과에 따라 수정하고 개선하는 기회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인경은 기업이 미래전략을 짜듯 ‘스왓(SWOT) 분석’(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의 요소를 함수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적 분석법)을 한다.

김인경의 스왓 분석에 따르면 강한 승부근성(강점-Strength), 우승 문턱에서 컨디션 난조(약점-Weakness), 포기하지 않는 근성(기회-Opportunity), 실수의 되풀이(위협-Threat)이다.

그녀는 스왓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고 연습을 통해 완성시켜나간다.

김인경의 체력 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JK골프컨디셔닝 정광천 프로는 “김인경은 뭔가를 시켰을 때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라며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진 집념이 강한 선수이다. 뭐든지 익히고 적응하는 게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성공비결 <3>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김인경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골퍼다.

매 경기마다 우승할 수 없다. 성적이 좋을 때도, 기대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그녀는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김인경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살 때. 아버지를 졸라 골프채를 손에 쥔 김인경은 서문여중 3학년이던 2003년 파맥스-빅야드배 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하면서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 한영외고로 진학한 국가대표 상비군에도 발탁되었다.

2005년 김인경의 골프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국제주니어골프아카데미(IJGA)에 입학했다.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미셸 위의 스윙 코치였던 개리 길크라이스트(남아공)를 만났다. 그녀의 재능을 높게 평가한 개리가 “인경이를 IJGA(국제주니어골프아카데미) 장학생으로 선발하겠으니 나에게 보내달라”고 요청해 유학을 하게 됐다.

김인경은 미국 진출 첫해부터 미국 주니어 골프계를 평정했다.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 출전해 덜컥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6년 12월 LPGA 퀄리파잉스쿨에서 최혜정(23.카스코)과 공동 수석의 영광을 나눈 뒤, 프로 무대로 눈을 돌렸다.

아마추어 무대는 화려했지만, 프로무대에 벽은 높았다. 우승의 문턱에서 매번 고배를 삼켜야만 했다. 지난해 6월 웨그먼스LPGA대회에서 오초아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5차례 ‘톱 10’에 올랐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뒷심부족으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다. 대신 실패를 철저히 분석해 다음 대회에선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연습을 했다.


성공비결 <4>
긍정의 힘을 가져라

김인경은 긍정적 사고를 가진 골퍼이다. 그녀가 추천하는 서적은 베스트셀러 ‘스크릿(Secret)’이다. ‘긍정의 힘’을 강조한 책의 내용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밝고 당찬 성격의 김인경에게 더 큰 용기를 준 듯하다. 매번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연장전 등에서 밀려 이등에 머물었던 그녀는 거기에 실망하지 않고 ‘긍정적 사고’로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지난해 웨그먼스 LPGA대회 연장전에서 로레나 오초아에게 패해 2위에 그쳤던 그녀가 눈물을 보이는 대신 “나는 아직 젊다. 얼마든지 우승할 기회가 있다”고 긍정적 사고를 보여줬다.

그녀의 긍정적 생각과 행동이 이번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성공비결 <5>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

최고의 골퍼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간 지 3년 3개월만에 목표했던 우승과 든든한 후원사(하나금융지주)까지 얻게 됐다.

그녀의 꿈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최종 목표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

김인경은 “이번 우승은 더 큰 발전을 위한 시작일 뿐”이라며 끊임없는 발전을 다짐했다.

그녀는 이어 “첫 우승에 대한 꿈을 이뤘지만 아직 배우는 과정이다. 쟁쟁한 선수들과 붙어서 이제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동안 가슴에 담고 있던 목표를 꺼냈다.

또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이번 우승은 더 큰 발전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외고 1학년 때 골프유학…예견된 잭팟

스무 살의 김인경이 미국 골프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 김철진(56) 씨를 따라 연습장에 놀러갔다가 처음 골프채를 잡은 김인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보이며 유망주로 인정받았고,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 등과 함께 우승 다툼을 벌였다.

20005년 한양외고 1학년 때에 골프유학을 떠났다.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미셸 위의 스윙 코치였던 개리 길크라이스트(남아공)을 우연히 만났다. 개리가 김인경의 재능을 높게 평가해 유학 추천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김인경은 진출 첫해부터 미국 주니어 골프계를 평정했다.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 출전해 덜컥 우승컵을 차지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 김인경은 최혜정과 함께 공동 수석으로 통과하며 LPGA투어 시드권을 확보했고, 작년 루키 시즌을 보내면서 상금랭킹 31위에 올라 무난한 첫해를 보냈다.

작년 웨그먼스LPGA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1m 파퍼트를 놓쳐 로레나 오초아와의 연장전을 허용했다. 결국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이 때 패배가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김인경의 오기를 발동시켰다.

2008년 톱10에 다섯 차례 오르며 정상을 올랐다.

올해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하이원컵대회 출전차 한국에 온 뒤 전현지 코치와 함께 1주간 연습하며 샷을 더 가다듬었다.

아이언 샷의 중요성을 실감한 김인경은 그린 위에 볼을 세우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습했고 이번 로으트럭챌린지대회에서 위력을 발휘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가족관계는 아버지 김철진(54)씨와 어머니 정숙희(52)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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