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꿍따리유랑단’ 통해 제2의 인생 꿈꾼다”

꿍따리유랑단

또다시 맞은 11월, 연예계는 강력한 징크스에 몸살을 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연예계 11월 괴담’을 두고 한 말이다. ‘11월 괴담’은 매년 11월이면 어김없이 터지는 연예계의 대형 사망·사건·사고를 일컫는 말이다. 8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가수 강원래(39) 또한 2000년 11월 9일 그 끔찍한 일을 당했다. ‘연예계 11월 괴담’의 정중앙에 위치한 강씨를 지난 11월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커피숍에서 만났다.

-괴담 속 주인공의 한사람으로서 ‘11월 괴담’을 받아들이는게 남다를 텐데요.

▲저는 꽤 담담해 졌는데 회사는 아직도 매우 민감하죠. 대마초·성폭행·음주운전 등의 혐의를 받은 연예인들과 한 곳에 어우러져 쓰여 있으니까 아무래도 민감할 수밖에요. 저 같은 경우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당한 거니까요.
또 제 개인적으로 ‘11월 괴담’ 따윈 애초부터 없었다고 생각해요. 따지고 보면 11월이 아니더라도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사고들은 끊이지 않았거든요. 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얘기죠.


-탤런트 안재환씨를 필두로 연예인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한 마디 해준다면.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고선 남 앞에서 광대노릇 못하죠. 기자님 같은 경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할 수 있겠어요? 연예인들이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건 대중들이 보내주는 사랑과 관심 때문이에요. 하지만 연예인들은 100명이면 100명 모두가 자기를 좋아해주길 바라죠. 욕심이 많아서 그래요.
최진실씨 같은 경우도 그래요. 악플러들이 생기자 죽음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거죠. 참을 수 없었을 거예요. 지금 봐요. 악플러들 거의 사라졌잖아요. 최진실씨 살아있을 때 욕하지 말지 이제와 이러는 거 보면…. 참, 마음이 아프죠.


-악플러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며칠 전 일이었어요. ‘강원래, 꿍따리유랑단 단장되다’란 기사가 모 포털사이트 메인기사로 뜬 적이 있었어요. 그러자 악플러들이 “강원래 병신 되고 보험사에서 돈도 많이 받았다던데 돈을 얼마나 더 벌려고 저러나” 등의 글을 남겼죠.
그걸 본 우리 클럽댄스 최모 선생이 너무 화가 나서 악플러들 하나하나에 해명메일을 보냈데요. 그랬더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내가 욕을 하던 뭘 하던 무슨 상관이냐. 너 강원래지”란 답글이 왔어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악플 단 사람들은 모두 나를 시기하는 거라고. 나에게 셈이 난 거죠. 실제 답글 온 사람들 모두가 남자였어요. 몸이 불편한 제가 그들보다 더 밝고 활발하게 활동하니까 나에게 셈이 나서 그런 거다고 생각하고 넘겨요.


-5주년 결혼기념일 때 아내 김송씨한테 해준 이벤트가 화제인데요. 이벤트를 자주해주는 편인가요?

▲아뇨, 제가 무뚝뚝한 편이라 잘 못해줘요. 이번 경우엔 사연이 되게 깊어요. 우선 나무자전거에서 우리(강원래-김송 부부) 사연을 뮤직비디오로 찍고 싶단 제의가 들어왔어요.
뮤직비디오 보면 아시겠지만 90%가 애니메이션이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저와 송이가 손을 잡고 광장을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나와요.
또 만화는 제 초등학교 동창인 만화가 김준희씨가 그렸고, 캐릭터는 친형(강원도)이 만들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를 아내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조촐한 자리를 마련한다는 게…. (웃음)


-꿍따리유랑단을 출정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유랑단을 만들겠단 생각은 쭉 가지고 있었어요. 쇼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우연찮게 기회가 생겼죠. 제가 법무부 명예보호관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법무부에 ‘지루한 강연보다 공연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더니 법무부도 흔쾌히 받아들이더라고요.


-공연은 어떤 형식인가요?

▲막이 오르면 법무부 직원이 저를 찾아와서 ‘소년원에서 공연해 달라’고 부탁해요. 저는 ‘소년원? 걔네들 그렇게 살라고 해요’라며 거절하죠. 그러다가 ‘나도 어렸을 때 나쁜 짓 많이 했지. 최고 춤꾼이 되겠다는 꿈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면서 공연을 허락해요.
오디션을 보는 형식으로 여러 장애인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고 묘기를 보여줘요. 저는 장애인들을 한 명씩 관객에게 소개하고 공연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역할을 하죠.
처음에는 ‘내가 이걸 왜 봐’ 하던 소년원 친구들도 공연 끝날 무렵에는 일어서서 박수쳐요.


-출연료도 상당하겠어요.

▲아뇨, 저를 포함해 거의 모든 출연자들이 무료로 나온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사관이 ‘10회 공연에 5000만원인데 할 수 있느냐’고 묻는데 ‘못 하겠다’는 답이 안 나왔어요.
몇 년 전만 해도 구준엽과 같이 노래 세 곡 부르고 1500만원 받았어요. 지금도 1000만원은 받아요. 그런데 30명이 공연해서 회당 500만원이라니 자존심 꺾이죠.
그 500만원도 무대 세트 비용으로 쓰면 남는 게 없어요. 겨우 단원들 차비와 식비 정도만 남죠. 그래서 제 밥값과 차비는 제가 내요. 모두 무료로 공연하는 셈이죠.


-장애인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세상의 편견이 있다면?

▲장애인이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을 찍은 영화가 있어요. 뇌성마비 환자가 온몸을 비틀면서 지도를 찾고 짐을 챙기는 거죠. 그걸 보고 사람들이 감동적이라면서 박수 치고 울어요. 그건 장애인에게는 욕이에요. 장애인을 동등하게 보지 않고 불쌍하게 보기 때문에 박수가 나오는 거예요. 불편하긴 뭐가 불편해요.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죠.


-장애인들에게 ‘꿈’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얼마 전에 35살 뇌성마비 장애인을 만났어요. ‘다시 태어나면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3살 때 뇌막염으로 뇌성마비 걸린 그 사람은 30년 넘도록 ‘다시 태어나면’이라는 단서가 붙은 꿈만 꿨어요. 현생의 희망은 포기한 채 사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 전혀 안되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장애인을 ‘병’으로 알죠. 무슨 전염병처럼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한 친구가 어느 날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초등학교 때 집에 중국집 음식이 배달 왔는데 어머니가 이불로 자기를 덮어버렸다는 거예요. 자식이 창피했던 거죠.
저도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어요. 식당에 가려고 차에서 내렸는데 휠체어를 탄 제 모습을 보고 한 꼬마가 “와~ 장애인이다”이러는 거예요.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말았는데 더 가관인 건 옆에 있던 엄마였어요. 꼬마를 야단치는 데 “하지마, 누가 너한테 병신이라고 하면 좋아”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처럼 사람들은 장애를 하나의 욕으로 생각해요. 실제 “너 연예인 같아” 그러면 좋아하지만 “너 장애인 같아” 그러면 욕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게 다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장애는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몸이 불편한 것뿐인데…. 가정시간이나 체육수업 때 장애에 대해 알려줬더라면 그 꼬마와 엄마가 저에게 그랬을까요? 장애인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기를 가지려고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다 실패했다고 들었어요. 입양을 고려하나요?

▲5번 실패했어요. 단순히 ‘아이를 키워야 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아내와 저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어요. 그래서 입양은 생각하지 않고 있죠. 시험관은 한두 번 더 시도해보겠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얽매여 살고 싶지는 않아요.
한번은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는 모습을 담고 싶다고 해서 승낙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실패로 끝나니까 입양하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전 입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입양하는 모습을 못 담으면 그림이 안 되니까 방송을 내보낼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내보내지 마라했죠.
시청률을 위해 쇼를 하는 연예인들도 웃기지만 시청률을 위해 싫은 걸 억지로 강요하는 방송사들도 참 웃긴 것 같아요.



#‘악몽’의 11월, 연예계엔 무슨 일이?

▲ 1985년 11월
29일 ‘이름 모를 소녀’ 가수 김정호(본명 조용호),
폐결핵 사망(30대 요절)
▲ 1987년 11월
1일 ‘사랑하기 때문에’ 가수 유재하,
교통사고사(20대 요절)
▲ 1990년 11월
1일 ‘내 사랑 내 곁에’ 가수 김현식,
간경화 사망(30대 요절)
▲ 1995년 11월
20일 댄스그룹 듀스 김성재, 약물중독사(20대 요절)
▲ 1999년 11월
7일 탤런트 김성찬, KBS2 ‘도전지구탐험대’
촬영차 방문한 라오스에서 말라리아 감염사
▲ 2000년 11월
1일 탤런트 송모씨 원조교제 혐의
2일 톱스타 부부 김승우와 이미연의 이혼
9일 클론 강원래,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19일 방송인 주모씨 성폭행 혐의, 가수 백지영
사생활 담긴 몰래카메라 비디오 사건
20일 HOT 강타, 음주운전 적발
▲ 2001년 11월
13일 탤런트 황수정, 마약투약 혐의 입건
15일 가수 싸이, 대마초 흡입 혐의 입건
23일 개그맨 양종철 교통사고사
▲ 2003년 11월
3일 탤런트 박원숙 아들, 교통사고사
19일 탤런트 고현정 이혼
▲ 2005년 11월
1일 배우 송강호·가수 전진 음주운전 입건
4일 은방울 자매 박애경, 위암 사망
5일 개그맨 조모씨, 성폭행 혐의 입건
10일 방송인 신정환, 불법 카지노 도박 혐의
18일 신화 멤버 앤디 교통사고
19일 당시 원타임 멤버 송백경, 교통사고 16주 부상
▲ 2006년 11월
9일 한류스타 권상우, 팬미팅으로
김태촌과 갈등설 부각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