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전 국세청장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프라임그룹에서 대우건설 인수 로비 명목으로 서울 강남의 19억원대 아파트 한 채를 받은 혐의로 지난 10일 긴급 체포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 전 청장의 뇌물 수수 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고급 가구와 오디오로 자택의 거실과 안방을 꾸미고, 대금 결제를 건설업자에게 맡기거나, 명절에는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할 수천만원대 선물리스트를 건설업자에게 건네 대신 보내도록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2005년 1월 친분이 있는 건설업자 기세도(50)씨에게서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을 소개받은 이후 세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 골프를 칠 정도로 친분을 유지해왔다.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신청한 직후인 2006년 1월 이 전 청장은 기씨에게 “삼성동 인근에 55평 아파트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 기씨는 이를 ‘지시’한 것으로 인식하고 “명의를 누구로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이 전 청장은 측근인 “A씨 명의로 하라고 했다”고 한다.

또 2006년 3월 당시 국세청장이던 이주성씨는 기씨 소유의 아파트에 10억원 전세로 입주하면서 “아내가 백화점에서 필요한 오디오와 가구, 침대를 봐놓았다”고 기씨에게 말했다.

이에 기씨는 자신의 회사 경리직원을 시켜 그 백화점에 가서 이 청장 부인이 골라놓은 제품을 계산한 뒤 이 청장의 아파트로 배송했다. 오디오는 덴마크제 ‘뱅앤올룹슨’이었고, 소파는 미국산 ‘이튼알렌’이었다. 모두 세계 최고급품이다.

이씨는 또 명절 때마다 선물리스트를 기씨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에 기씨는 세 차례에 걸쳐 이 전 청장이 찍어주는 인물들에게 선물을 보내야만 했다. 이때 든 경비만 1500만원 상당이다.

한편 이 전 청장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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