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 대통령 활약…내년 3월 대재앙 예고


인터넷 다음 카페에 ‘미네르바(그리스어 지혜의 여신 의미)’라는 필명으로 200여편 넘게 경제관련 글을 올린 네티즌 때문에 집권 여당뿐만아니라 증권가와 정부 당국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온라인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네르바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이 공교롭게도 국내 경제 불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호의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미네르바는 포털 사이트에 200여편의 글을 올리면서 리먼브러더스의 부실, 환율폭등, 주가 폭락 등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면서 네티진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9월 10일에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리먼 부도쮡미 증시 폭락쮡국책 모기지 구제 효과쮡미 정부의 리먼 추가 구제 금융쮡초장기 침체’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미국발 세계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미네르바가 예언 한 지 일주일도 안돼 미국시간으로 9월 14일날 리먼사는 파산 신청이 결정 났다.

최근에는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그는 ‘주가 500선 폭락’, ‘환율 2000원 시대’를 맞이하는 내년 3월 대한민국에 대혼란이 올 것이라는 예고로 정부 당국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그는 <신동아> 12월호 인터뷰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의 대응기조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미국 헤지펀드로 가장한 일본 환투기 세력(노란 토끼)의 공격으로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고 예고했던 것이다.

이미 지난 10월 말 ‘절필 선언’으로 온라인에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월간지와 마지막 인터뷰로 미네르바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더 일기 시작했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공식석상에서 ‘미네르바를 찾아 보겠다’고 발언할 정도로 정부측도 민감하게 반응 했다. 언론사들 역시 ‘미네르바의 신분’을 찾기 위한 취재 경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데 비해 그의 신분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그나마 지인들과 미네르바 자신이 인터뷰를 통해 인정한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인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1에는 미네르바의 지인이라고 자청한 한 인사는 다음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재계의 유명인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막대한 재력과 그에 걸맞는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고 기업인 출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집권 여당에서는 경기 불안을 부채질 한다는 이유로 미네르바의 존재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아울러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한 핵심 관계자는 “현재 경기가 어려운 원인중에 하나가 심리적 요인이 강하다”며 “경제가 정답이 있는 게 아니고 불확실성이 높은데 일방적인 주장으로 순진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글을 보면 상당히 고급 정보를 알고 있는 듯하다”며 “구정권에 몸 담았던 핵심 인사로 경제를 잘 아는 386 운동권 출신이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 장관을 역임했던 유시민 전 의원은 ‘틀린 말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때 ‘미네르바가 유시민 의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던 그는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의 주장이 터무니없고 논리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아무런 반응도 없었을 것”이라며 “상당 부분 맞으니깐 반향이 있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유 전 의원은 “미네르바의 발언이 유언비어라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주가 3000 갈 것이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뭐냐”며 “미네르바는 나름의 경제학적 근거도 있고 데이터도 제시했는데 이명박 대통령 주장에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정관계 및 금융 시장이 한 네티즌의 예언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이 미네르바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졌다. 급기야 글을 게제했던 카페는 미네르바 글 모음집을 책으로 발간해 판매를 하고 있는 데 주문이 폭주하고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심지어 최근 이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서 ‘지금 주식사면 1년 내에 부자 된다’고 예언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미네르바에 빗대 ‘이네르바’로 지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네르바가 절필 선언을 하고 잠행을 하고 있는 이상 당분간 그의 글을 볼 수는 없을 전망이다. 정부차원에서 그를 찾는다고 해도 마땅하게 처벌한 규정도 없다. 문제는 그가 예고한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다. 미네르바는 필명처럼 ‘지혜의 여신’으로 남을 지 아니면 지구의 멸망을 예고한 ‘노스트라다무스’로 남을 지 내년 3월에 판명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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