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난국에 빠진 대북사업 부활을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을 쐈다. 현 회장이 북방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김정만 현대상선 사장,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과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이다.

지난 7월 금강산 관광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며 사업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던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최근 개성관광마저 길이 막히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미 금강산 사태로 8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고 개성 관광 중단 이후 향후 매달 20억원 이상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때문에 현정은 회장의 러시아 방문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현 회장의 이번 방문은 최근 서울에서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러시아의 인더스트리얼 인베스터의 답방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 회장 일행이 북측과 관계가 돈독한 러시아 관료들을 만나 대북 사업 재개 등을 요청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북방사업 추진을 통해 대북사업의 난관을 돌파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대북사업은 현 회장에게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정신적 이유 못지않게 경영권 방어라는 현실적 이유도 크다. 대북사업을 접을 경우 가장 중요한 ‘고인의 유지’라는 명분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범 현대가의 꾸준한 경영권 다툼 속에 대북 사업은 현 회장이 결코 양보하지 않았던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 5년간 특유의 소신과 뚝심을 발휘해 위기를 해소해온 현 회장, 이번엔 어떤 돌파구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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