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스틸컷. 2019.04.19.
영화 ‘기생충’ 스틸컷. 2019.04.19.

 

누가 들어도 한국 억양 영어다. 문법도 엉망이다. You 다음에는 be 동사로 are를 써야 함에도 이들은 is를 쓴다. we 다음에도 is다. 인칭과 관계없이 다 is다. 그럼에도 서로 잘 통한다. 영어를 쓰는 원어민은 물론이고 다른 외국인들도 이들의 영어를 잘도 알아듣는다. 영어권 이민 1세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브로큰 잉글리시’ 대사를 작가는 잘도 만들었다.

내용도 재미있다. 이민자라면 출신 국가를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졌다. 백인들도 좋아한다. 

우리나라 영화가 아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도 아니다. 

캐나다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킴스 컨비니언스(김씨 편의점)’라는 TV프로그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캐나다 국영TV 방송국인 CBC가 2016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동명 연극 원작 시트콤인 ‘킴스 컨비니언스’는 처음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2018년에는 시즌2가 방영됐으며 2019년에는 시즌 3이 이어됐다. 올해에도 1월부터 시즌4가 캐나다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1년 시즌 5 방영이 확정되는 등 ‘킴스 컨비니언스’의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또 캐나다에서 실시하고 있는 각종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물론이고 연기상 등을 휩쓸고 있다.

캐나다에서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과 미국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지난  해에는 TV조선이 방송하고 있기도 하다.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인 이민자 김씨 가족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는 이 시트콤은 자칫 사장될 뻔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인스 최(최인섭) 씨는 원래 이 작품을 드라마 각본용으로 썼지만 모든 방송국에서 퇴짜를 맞자 할 수 없이 연극으로 선보였는데 이것이 ‘대박’을 친 것이다. 매회 매진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CBC가 직접 시트콤 제작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TV로 방영되자 '킴스 컨비니언스'는 한국 가족 드라마를 서양식 시트콤으로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아빠인 김씨는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상을 갖고 있다. 완고한 고집 때문에 가족들과 여러 갈등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아들이 집에서 나가게 된다. 그러나 잔정이 많다. 아들을 쫓아내기는 했으나 아들을 잊지 못하고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남편과 함께 한국 억양의 영어를 사용하는 엄마는 여느 이민 1세처럼 교회 활동이 활발하다.  허당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민 1세 엄마답게  열심히 남편을 도우며 편의점을 운영한다.  

아들은 1.5세 문제아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다 집에서 쫓겨나자 친구인 ‘킴치’ 집에서 산다. 성인이 돼 철이 든 그는 엄마와 여동생과는 계속 연락하지만 아빠와는 여전히 냉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세 딸은 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이민 2세의 사고관을 가지고 있어 아빠, 엄마와 갈등을 일으킨다. 고집이 아빠만큼 센 편이어서 툭하면 아빠와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는 하지만 사고만큼은 긍정적이다. 

한편 ‘킴스 컨비니언스’의 대성공으로 아시아계 출연자들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특히 김씨의 아들로 출연한 중국계 캐나다 배우 시무 리우는 마블 코믹스 원작의 영화에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히어로역에 밭탁되는 개가를 올렸다.

‘어벤져스’,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등으로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한 마블 스튜디오의 2021년 개봉 예정작 ‘샹치 &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에 쿵푸의 대가 ‘샹치’역에 리우가 선정된 것이다. 

이밖에 다른 배우들도 헐리우드로부터 러브콜을 맞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아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 가운데 한국인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는 ‘킴스 컨비니언스’가 수년 째 캐나다 안방을 점령하고 있는 등 지금 북미 연예계는 한국 열풍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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