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 구장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다저스의 선발 투수는 지금은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

그는 3차전에서 2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조기 강판된 바 있다.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펼쳐진 3차전에서 1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4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처참한 패전이었다. 그렇게 얻어터질 투수가 아니었다.

심기일전한 다르빗슈는 7차전에서 설욕을 다짐하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러나 3차전과 마찬가지로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또다시 조기 강판되는 수모를 당했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1과 3분의 2이닝 동안 3피안타 1피홈런 5실점으로 무너지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두 번 연속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르빗슈는 자신을 질책했다. 자기가 잘 못 던져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그러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가 사실로 드러나자 다르빗슈는 분노하고 있다. 애스트로스의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르빗슈 뿐 아니다. 

메이저리그 2020 시즌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애스트로스 선수들에 대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2017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호세 알투베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전자기기를 장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자 동료인 카를로스 코레아는 “모르면 입 다물어라”며 알투베를 두둔했다. 

정말 알투베가 그랬을까?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가 사실로 드러났으니 훔친 사인을 누군가는 전달받았을 터. 

그러나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2020 시즌에 돌입한다 해도 이들은 침묵할 것이다. 

누가 사인 훔치기와 관련돼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간접적인 방법이 있다.

이들의 타격 성적을 보면 된다.

사인을 훔쳤을 때의 성적보다 사인을 훔치지 않았을 때의 성적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올 시즌 성적이 지난 시즌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경우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선수가 매년 잘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올 시즌 이런저런 이유로 성적이 저조할 수 있다. 올 시즌 성적이 지난 시즌보다 나쁘다 해서 그런 선수들을 단정해서 “사인 훔치기를 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과연 누가 먼저 ‘양심선언’을 할까. 

지금 메이저리그는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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