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안국포럼 ‘대운하 구상’ 공세대응 매뉴얼

이명박 전시장의 ‘대운하 구상’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전시장을 제외한 다른 대선주자들은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해 비현실성과 개발 위주의 공약임을 집중 거론하며 허점 찾기에 분주하다. 지난 7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운 인파들은 대운하 구상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증하기에 충분했다. 이 전시장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푸른한국 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잔뜩 고무된 모습이었다.
최근 본지는 지난해 말 이 전시장 측의 ‘안국포럼’이 자체 제작한 리포트를 입수했다.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대운하 구상을 둘러싼 공세에 대한 사안별 대응방안이 담겨 있다. 이 전시장 측 사람들은 이 문건을 돌려보며 자체 학습을 진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한 이 전시장 측의 자체 리포트는 쉼 없이 제기되는 공격들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다. 이에 대한 반론과 강도 높은 표현이 빼곡히 담겨 있다.
모두 36쪽 분량의 이 문건은 ▲한반도 운하의 모든 것 ▲한반도 운하에 관한 논쟁 ▲한반도 운하에 관한 주요 어록 ▲주요 자료 등 4부분으로 크게 나눠져 있어 내부 논의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코 포기는 없다”
문건은 먼저 이 전시장의 대운하 발언을 소개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진행시켜 나가야 할지를 설명했다.

“청계천 복원을 추진할 때 22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반대했다. 환경 문제를 걱정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예전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처음 추진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지만 결국 성공함으로써 역사를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이 전시장은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힘껏 노력해서 설득시키고 대화해 나가겠다”면서 대운하 구상을 결코 중도에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문건은 또 성준경 칼럼니스트의 시각을 빌려 “대운하 구상의 내용과 효과가 상상을 불허할 정도지만 아직 제대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50%에 근접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이 전 시장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문건에는 또 간단한 문답 형식으로 운하에 대한 ‘Q&A’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 지금 운하가 필요한가’,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 방법’, ‘환경파괴 여부’, ‘운하로 인한 환경 변화’, ‘물이 썩을 가능성’ 등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제기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답변들을 정리했다.

이 외에도 ‘준설로 인한 수질 오염’, ‘결빙 문제’, ‘고도차이’, ‘소요 시간과 경제성’, ‘낙동강 수량 문제’, ‘재정 소요 문제’, ‘공사기간’ 등 사실상 모든 문제들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 뒀다.

안국포럼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민들이 쉽게 대운하 구상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서 “내부 관계자들이 돌려 보며 언론에 설명할 때도 이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미 대국민 공약”
문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역시 한반도 운하에 관한 논쟁을 분석한 대목이다.

각 항목별로 문제제기와 반론, 이에 대한 재반론으로 심층있게 정리했다.

먼저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처장이 제기한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안국포럼은 ‘비약적 노파심’으로 규정했다. 물류 뿐 아니라 수십만 개의 일자리 창출, 관광 산업의 발달, 지역의 균형발전 등 제2의 국가도약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안국포럼은 “경부운하가 개통되면 인천에서 부산까지 40시간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는 한양대 홍종호 교수의 재반론을 싣는 등 토론 진행 과정에 따라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 전시장측은 “기술의 발달로 24시간내 단축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역시 염 처장이 제기한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문건은 “국민에게 세금을 걷지 않고 골자판매와 외자유치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대 국민 공약”이라며 “분별력을 가진 비판을 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적었다.

세 번째로 소개된 논쟁 주제는 ‘환경파괴’였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댐을 쌓으면 물이 고이고 고인 물은 썩는 것이 진리”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문건은 이에 대해 “모두 오해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이 구상하는 보는 댐과 달라 물이 자유롭게 유입된다”면서 “준설작업을 통해 물길을 정비하면 수질이 현저히 향상될 것이라는 이 전시장의 논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안국포럼은 “이 전 시장도 물 오염 등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시민사회의 건전한 문제 제기가 있으면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계획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임으로써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환경문제는 이 전 시장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판론자 ‘경전’의 문제점
문건은 치수와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낙동강 유역에 대혼란이 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리포트는 “CEO 출신인 이 전시장이 안전장치가 결여된 구상을 했겠느냐”면서 “(문제를 제기한) 본인의 마인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전시장측이 언급해온 부가가치 효과 중 관광사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과연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는 반론에 대해 문건은 “전국의 강을 연결하는 운하가 건설되고 이에 대한 마케팅을 하게 된다면 관광 대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이 마련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일축했다.

이 외에도 문건은 경제적 효과, 한국 지형에 적합한가의 여부, 생태계와 식수원 오염문제, 1998년 한국수자원공사의 운하관련 보고서 등이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검토했다.

특히 수자원공사의 보고서와 관련 “비판론자들이 경전으로 활용하는 이 보고서는 정파적 이해에 따라 작성된 듯하다”면서 “이 전시장의 실제 구상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난다. (비판론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현재와 같은 논리로 공격한다면 이는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중조작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문건은 1박 2일 동안 답사를 한 뒤 대운하 구상을 비판한 열린우리당 이철우 전 의원의 공격에 대해서도 여러 반론을 적시한 뒤 “짧은 답사 끝에 내놓은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비판이요 너무나 정치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뒤이어 언급된 한반도 운하 관련 주요 어록은 두 가지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경남도지사 시절 “중앙정부 차원에서 안 된다면 한강과 낙동강이 지나가는 광역지자체가 힘을 합해서라도 경부운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것과 김대중 전대통령이 1997년 대선 당시 행한 “경부운하를 지지한다”는 발언이다.

이는 여당의 공세가 치열해질 경우 ‘견제’ 차원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개 그룹 ‘역할분담’으로 물밑 지원

이명박 전 시장의 ‘두뇌 그룹’은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자문교수단만 해도 300여명이 넘는 과히 매머드급이다.

본지 취재 결과 자문교수단은 크게 3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마다 ‘역할 분담’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양대 축은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국제정책연구원(GSI)과 바른정책연구원이지만 역할은 다르다.

국제정책연구원은 10여개 분과를 중심으로 정책콘텐츠, 현안이슈 등을 생산해내고 보충하는 핵심 싱크탱크다. ‘비핵, 개방 3000구상’이 포함된 외교·안보 ‘MB독트린’도 이곳에서 만들었다.

국제정책연구원은 이 전시장이 초대 원장을 지낸 동아시아 연구회의 후신으로 이 전시장 퇴임에 맞춰 광화문 신문로 주변으로 이전했다. 서울대 유우익 교수가 이끌고 있으며, 곽승준 현인택 고려대 교수, 김우상 연세대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이영인 서울대 교수, 임채성 건국대 교수, 인하대 정승연 교수 등이 활동한다. 최근 발표된 ‘MB 독트린’은 현인택 김태효 두 교수의 작품이다.

이에 반해 이화여대 백용호 교수가 ‘좌장’인 바른정책연구원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서울 교대 근처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곳은 여성, 문화, 언론, 학계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정도가 이름이 공개된 인사들이며 현재 2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전시장측은 양대 싱크탱크의 전면 공개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영우 정책보좌관은 이와 관련 “교수들 개인의 입장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커밍 아웃하기에는 이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전시장이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 전시장의 싱크탱크에 들어가기 위해 ‘노크’하는 인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안국포럼 관계자에 따르면 1주일에 10여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다.

양대 그룹 외에도 서울시장 재임시 자문단 교수로 활동했던 이들이 이 전시장에게 개별적인 조언을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