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호흡] 저자 메리 올리버|역자 민승남|마음산책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잘 알려진 메리 올리버의 신간 ‘긴 호흡’이 출간됐다. 작가는1935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열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963년도에 첫 시집을 발간했다. 윌트 휘트먼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 영향을 받아 내면의 독백과, 고독과 친밀하게 지냈다고 말하는 저자는 스무 권이 넘는 시집과 산문집을 내면서 날마다 숲과 바다를 거닐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시로 쓰면서 소박한 삶을 살았다. 

시인은 책에서 자신의 작은 공책 속 기록들을 공개했다. 닥치는 대로 무질서하게 사용하는 공책에는 순간적인 단상과 자연 관찰기, 인용문 등 삶에서 보고 듣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적혀 있다. 그 중 일부는 완성된 산문이나 시로 도약하지 못했지만 그의 삶에 잔존했던 애틋한 기록들로 시인의 특별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내가 그걸 쓴 이유가 아닌 느낌의 체험으로 나를 데려간다. 이건 중요하다. 그러면 나는 그 아이디어, 곧 그 사건의 의미에 대해 돌이켜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이전부터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공책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건 논평이나 생각이 아니라 그 순간이다. 그리고 완성된 시 자체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것도 물론 이와 같은 경우가 아주 많다” 고 전했다. 

특히 책은 연작 시 ‘가자미’ 의 첫 두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과 저자의 시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로 시집을 출간했던 저자의 초기 산문집에 해당하기에 그 문학적 이정표의 원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저자의 어릴 적 체험과 호기심, 모방의 노력으로 올린 지성과 개성이 만나 시가 되는 순간의 환희를 담기도 했다.

저자는 독자가 접하는 ‘첫 시’의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처음 만난 휘트먼의 시부터 에드거 앨런 포, 윌리엄 블레이크, 월터 드 라 메어, 존 키츠 등 사랑하는 시인들을 차례차례 소환한다. 나아가 시의 어법과 주제와 의도 변화, 리듬과 운율의 흥미로움 등 이론적인 부분을 살펴본 뒤, 시를 잃어가는 세상에서 ‘시’라는 풍경을 상상하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메리 올리버는 죽었지만, 꼿꼿한 정신으로 살아 있는 시인의 시와 삶은 ‘긴 호흡’을 통해 오래도록 우리 마음 깊숙이 아로새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저자는 “시를 읽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은, 이 겁에 질리고 돈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시의 영향력이 너무도 미미한 것은, 시의 잘못이 아니다. 결국 시는 기적이 아니다. 개인적 순간들을 형식화(의식화)하여 그 순간들의 초월적 효과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시는 우리 종의 노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책을 접한 이제니 시인은 “확신할 수 없는 삶의 조건 속에서,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슬픔 속에서, 반복해서 찾아드는 후회와 수치와 불안 속에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굳건한 정신의 걸음, 메리 올리버의 문장은 도저한 정신으로 쓰인, 경탄할 만한 세상 쪽으로 나아가려는, 우주 본래의 긍정적인 기운에 가 닿으려는 의지의 기록이다. 매일 아침 하나의 경전처럼 이 책을 펼쳐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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