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능의 함정 ] 저자 데이비드 롭슨 / 출판사 김영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지능 수준을 수치화한 아이큐는 보통 머리가 좋고 나쁨을 기준 짓는 잣대로 삼는다. 규격화된 문제에 해답을 얼마나 제대로 찾아내냐에 따라서 수치는 당연히 올라간다. 이러한 정형화된 수치가 오히려 어리석은 실수를 하게 만든다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신간이 출간됐다. 데이비드 롭슨의 ‘지능의 함정’은 지능이 높더라도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짚어 준다. 

췌장암으로 혹독한 병세를 치렀던 애플의 공동 설립자 ‘스티브 잡스’는 의사의 충고를 무시한채 엉터리 치유법으로 암을 이기려다 죽음을 면치 못했고 추리소설 설록홈즈의 저자 ‘코넌 도일’은 진지하게 유령의 존재를 굳게 믿으며 사후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 ‘FBI’는 2004년 마드리드 폭탄 테러를 조사하면서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굴욕적인 사과를 대중 앞에서 해야 했던 사례도 잊혀지지 않는다. 저자는 ‘도대체 왜 뛰어난 두뇌와 재능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드는 것일까’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명석함과 어리석음이라는 양 극단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독자에게 차분히 설명하면서 ‘IQ의 수치가 높을수록 스마트하다’라는 공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조사해 본 아이큐가 높은 사람들 대부분은 그 좋은 머리를 올바르게 쓰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자기 정체성에 중요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기회적으로 사용하기에 급급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지능은 진실 추구가 아닌 선전을 위한 도구로 작용해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지능을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증거기반 지혜’가 제시하는 지혜의 과학이론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증거 기반 지혜란 ‘감정 나침반’과 ‘심리 대수학’, ‘소크라테스 효과’와 ‘지적 겸손’, ‘사전 부검’등을 가리킨다.

증거 기반 지혜로 가장 먼저 말하는 ‘감정 나침반’이란 자기 생각과 느낌을 인식하고 해부해 그 정체를 알아가는 능력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데 필수적이다. 저자의 연구 결과, 면접관이 지원자를 처음 봤을 때 날씨가 안 좋으면 그 지원자를 뽑지 않을 확률이 비일비재했다. 여기서 저자는 지능에 상관없이 느낌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그 감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심리 대수학’에 근거한 결론도출법으로 판단해야 편향된 성향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방법은 쟁점의 장단점을 구분해 적은 다음 중요도가 같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세분화해서 지워 나간 뒤 최종적으로 남은 항목의 내용을 근거로 판단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의 한 형태로 문제를 설명하고 상상하는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소크라테스 효과’를 강조한다. 이 또한 편행을 부추기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미국 헌법의 기초를 세운 벤저민 프랭클린이 고안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성적인 판단을 위한 도출과정에 의존하는 것보다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보에 근거해 판단하는 방법으로 편향된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한다. 

특히 ‘지적 겸손’은 자기 판단의 한계를 인정하고 오류 가능성을 보완하려는 능력으로 리더에게 중요시되는 특징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무지와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로 성장형 사고 방식을 촉진시켜 교조적인 추론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지혜이기도 하다. 

저자가 가장 강조한 지혜이기도 한 ‘사전 부검’은 편협하고 의문을 품지 않는 태도로 조직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지혜라고 강조한다. 기업 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실용적 어리석음을 피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결정을 내리기 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고, 그런 상황을 유도할 만한 모든 요소를 추려 보면 회복 탄력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지능이 합리적인 결과를 유도해 내는 상관관계와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는 비법은 머리 좋은 개인이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는 비법과 매우 유사한 관계를 보인다. 법의학자든, 의사든 , 학생이든, 교사든, 금융 전문가든, 항공 엔지니어든, 자신의 한계와 실수 가능성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실수에서 배움을 얻어 성장할 가능성을 알아보며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제기한다면 그 만큼 보답을 받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저자는 인간의 두뇌와 신체, 행동의 관계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인문, 과학 저널리스트로 30개의 언어를 섭렵한 초다언어 구사자이기도 하다. 인간 정신과 행동의 극한을 보여주는 대상만을 골라 인터뷰했던 심리학, 신경과학, 의학 전문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뉴사이언티스트’ 편집부장을 거쳐 현재는 가디언, 뉴사이언티스트, 애틀랜틱 등 유수의 언론사에 실리는 글을 집필하고 기획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다수의 라디오 방송과 팟캐스트에 출연해 과학을 주제로 대중과 호흡을 맞춰 나가고 있으며 탈진실의 시대가 만들어 내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아이큐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의 기술임을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증명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사회심리학 마음과 행동’, ‘당신의 어린시절이 울고 있다’, ‘우울할 땐 뇌과학’, ‘실천할땐 워크북’, ‘우리 안의 악마 (어두운 인간 본성에 관한 도발적인 탐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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