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출신 정·재계 ‘마당발 인맥’ 파워 갖춘 비정치권 총재


한국야구위원회(KBO) 새 총재로 유영구(62)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내정됐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은 지난 12월 16일 모임을 갖고 유영구 이사장을 제 17대 KBO 총재로 공식 추대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앞서 신상우 KBO 총재는 16일 각 구단 사장들과 만나 사퇴의사를 밝혔다. 야구계 수장으로서 3년여간 프로야구를 관장하게 될 유영구 KBO 신임 총재에 대해 알아봤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이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사퇴 표명 직후 곧바로 후임 총재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한 것은 더 이상 ‘낙하산 총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단은 지난 12월 16일 유영구 이사장을 제17대 KBO 총재로 공식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응용 삼성, 조남홍 KIA,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후임 총재 인선에 구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유 이사장 총재 추대로 최근 나돌았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설은 일순간에 사라지게 됐다. KBO는 1982년 출범이후 12-14대를 맡았던 박용오 총재를 제외하면 모두 정치인 출신이 총재를 맡았지만 교육계 인사가 프로야구 수장으로 추대된 것은 처음이다.

이제 남은 상황은 당사자인 유 이사장의 총재직 수락이다. 수락만 하게 되면 유 이사장은 2012년 3월까지 3년여 동안 야구계 수장으로서 프로야구를 관장하게 된다.

이에 앞서 8개구단 사장단은 12월 초 모임을 갖고 후임 총재 자격으로 △평소 야구에대한 관심이 있고 △KBO 총재직을 명예직으로 생각하고 △야구계 신망을 얻는 인사여야 한다며 사실상 ‘낙하산 인사’를 거부했었다.


유영구 이사장 누구?

유 이사장은 이런 점에서 걸리는 데가 없고 각 분야와 두루 교류해온 마당발로 통한다. ‘관선총재’ 못지않게 힘을 갖춘 ‘자율총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실제 유 이사장은 평생 교육계 생활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정치인 낙하산 총재’에게 기대할 수 있는 ‘정치적 파워’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강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다는 게 야구계 인사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유 이사장은 현재 명지학원 이사장과 한국대학법인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한 교육계 인사지만 체육계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왔다. 1993년 대한체육회 이사로 선임된 뒤 2005년부터는 부회장을 맡아 체육계에 봉사해 왔다.

또 2003년에는 KBO 고문과 서울돔구장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야구계와 인연이 깊다.

올 10월 SK-두산의 한국시리즈가 열렸을 때, 잠실구장을 직접 찾아 관전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 여름부터 신상우 총재 후임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일찌감치 야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후임 총재 하마평에 올랐던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이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보다도 프로야구 사장단 모임에서 ‘월등한 지지’를 받을 정도로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정·재계 인맥 두둑

한 야구 관계자는 “평생 교육계에서 일을 했지만 꾸준히 체육에 관심을 가져오신 분이다. 겉으로 알려진 것 이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도 적잖은 친분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정치력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맥도 상당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경기고 동기인 유 이사장은 현 정부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O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과는 예전부터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 장관과는 지난 2002년 ‘여가와 문화학회’라는 단체모임에서 교류했으며, 숭례문 화재 소실 때도 유 이사장은 문화재 기금 단체인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자격으로 자주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추대에 표면상 문체부의 입김은 없었지만, 사전교감설이 나오고 있다.

유 이사장의 폭넓은 인맥은 이뿐만 아니다. 재계에선 LG그룹과 유독 인연이 깊다. 지난 1990년 LG가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로 새 팀을 창단하는 과정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여기에 LG전자 대표이사를 역임한 구자홍 현 LS그룹 회장과는 경기고 동기지간이다.

또한 유영구 이사장이 재직 중인 명지학원은 LG그룹의 지원을 받아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 안에 LG연암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LG연암문고는 외국인이 저술한 한국관련 귀중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다.

이렇게 LG와 보이지 않는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유영구 이사장이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수장인 KBO 총재로 추대됨에 따라 야구계에 새로운 인맥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신상우 KBO 총재 공식사퇴 ‘영욕의 35개월’

지난 3년간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이끌었던 신상우 총재가 사퇴한다. 신 총재는 지난 12월 16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각 구단 사장단 조찬 모임에서 물러난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6년 1월 제15대 KBO 총재에 선출됐던 신 총재는 취임 2년 11개월 만에 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간담회에서 신 총재는 “두 달 전 사퇴 의사를 내비치다 오늘에서야 공식사퇴 의사를 밝혔다. 진작 그만둘 생각이었으나 베이징올림픽을 비롯해 한국시리즈와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의 행사가 있어 지금까지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각 구단 사장들에게 후임 총재 인선 작업에 착수해달라고 부탁했다. 내년 KBO 시무식(1월5일) 때 공식적으로 고별인사를 드릴 예정이고, 당분간 하일성 사무총장이 대행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낙하산 총재라는 비판해 시달렸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2년 전 WBC 4강 신화 때에도 야구 규약에 없었던 ‘병역 특례조치’를 정치권을 상대로 얻어냈다”며 야구계를 망쳤다는 그간의 구설에 단호히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조찬 간담회에는 김응용 삼성, 조남홍 KIA,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을 제외한 5개 구단 사장단과 하일성 KBO 사무총장, 이상일 KBO 총괄본부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함께 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하 총장은 “이날 모임에서 후임 총재 후보로 특정인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신상우 총재는 지난 2006년 KBO 총재 자리에 오른 뒤 원만하지 못한 업무 수행능력, 비리 기업인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 적지 않은 비난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취임 과정에서 고교 후배(부산상고)인 김응용 삼성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어 특정고교를 중심으로 파벌을 조장했다는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제1회 WBC 후 규약에 없던 병역혜택 조항을 신설하는가 하면 이번 ‘장원삼 트레이드 파문’ 당시 이적을 불허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



##‘속전속결’ KBO 총재추대 왜?

“낙하산 방지용”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정식 KBO 총재가 되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선 유 이사장이 KBO 신임 총재로 공식 취임하려면 몇 가지 형식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KBO 정관 3장 10조에는 ‘총재는 이사회에서 재적 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하며 총회에서 재적 회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 후 감독청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렇듯 여러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구단 사장들이 이례적으로 추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유영구 총재’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프로야구 사장단들은 신임 총재 선임과 관련 정부와 어떠한 교감도 없었다. 이는 지난 1998년 박용오 당시 OB베어스 구단주를 총재로 선출하면서 사상 첫 ‘자율 총재’를 표방했던 것과 흡사하다.

1982년 출범 이후 사실상 정부가 미는 정치권 인사를 총재로 받아 들였던 KBO는 당시 자율적으로 프로야구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뒤 박용오 총재를 추대했다. KBO가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총재를 뽑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자율 총재’ 탄생은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박용오 총재가 “중립적 인사가 아니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KBO는 “구단주는 중립적 인사여야 한다”는 정관 규정을 삭제하면서 끝내 박용오 총재의 취임을 관철했다.

이번에도 총재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유영구 이사장 추대 소식에 “선출 권한을 갖고 있는 구단들이 추대했다고 하니 문제를 삼을 수는 없지만 예전에는 선출하기 전에 상의했던 게 관례였다”며 사전 협의가 없었던 데 대해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부 역시 8개 구단이 자율적으로 뽑은 KBO 총재를 끝내 거부하기에는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크다. KB0가 10년 만에 시도하는 자율 총재 선출에 귀추가 주목된다. <영>


###유영구 KBO총재 프로필

▶ 생년월일 : 1946년 10월 3일 (양력)
▶ 출 생 지 : 충남 대전
▶ 본 관 : 기계 (杞溪)
▶ 종 교 : 기독교
▶ 학 력 : 경기고등학교 제61회 졸업
연세대학교 법학과 (학사)
미국 TRINITY대학교 (명예문학박사)
일본 후쿠이(福井)공업대학 (명예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문학박사)
▶ 경 력 : (현) LG트윈스 프로야구단 고문
학교법인 명지학원 이사장
의료법인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이사장
극동방송, 아세아방송 이사
LG상록재단 이사
한국 야구위원회 고문
서울 돔구장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 상 훈 : 1989년 체육부장관 표창
1991년 봉황장(사학육성공로)
(사학법인연합회장)
2007년 국민훈장 동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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