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특혜 의혹 속 남은건 '험난한 가시밭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재계의 화제로 부상했다. 최근 두산주류BG인수 및 제2롯데월드 추진 등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각종 기대와 논란을 몰고오는 까닭이다. 올해로 87세 고령이 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은퇴설이 힘을 얻으며 신동빈 체제는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동빈 체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신 부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그가 차기 롯데 시대를 열기에 앞서 품고 있는 고민을 짚어봤다.

최근 재계에서 롯데그룹의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두산주류BG를 인수하며 ‘처음처럼’을 손에 쥐는가 하면 제2롯데월드 승인 문제가 풀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롯데의 시대’다. 롯데의 세력확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는 매각설이 돌고 있는 오비맥주, 갤러리아백화점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대신증권도 인수 타진중이라는 소문이다. 이렇게 발 빠른 행보에서 등장하는 것이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다.


신동빈 세대교체 임박

재계 전문가들은 올해로 신 부회장이 롯데의 ‘전권’을 위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현재 롯데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나이는 올해로 87세. 사실상 은퇴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신 회장의 지분 및 계열사 지배구조는 교통정리가 되고 있는 상황. 따라서 이같은 롯데의 확장은 사실상 신 부회장의 의지로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롯데의 거침없는 질주의 바탕엔 풍부한 현금 유동성의 위력이 있다.

현금성 자산만 2조원대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사채 발행 및 외부 자금 동원 등으로 자금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롯데측 주장이다. 특히 롯데는 거의 모든 사업이 흔히 말하는 ‘현금 장사’이기 때문에 유동성만큼은 삼성이나 현대차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금융가는 인식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당시에도 다른 대기업들은 모두 휘청거렸지만 롯데만큼은 유동성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이같은 롯데의 아성이 앞으로도 계속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전권 위임’에 앞서 해결해야 할 몇가지 난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앞에 놓여있는 장애물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고민1 손대는 족족 마이너스 경영

신 부회장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실적이다. 그가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에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재계 일각에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마저 붙였을 정도.

2007년 ‘글로벌 롯데’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진출한 러시아 모스크바 백화점은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고 있다. 모스크바점에 입점한 26개 한국 브랜드들이 매출 부진으로 속속 철수, 러시아 대륙 진출의 꿈을 접고 있는 상황. 백화점 오픈이 1년를 조금 넘기긴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러시아 진출은 ‘실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식사업의 부진은 특히 문제다. TGIF, 크리스피크림도넛, 엔제리너스 커피 등 신 부회장이 벌인 사업들도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A한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이번 롯데가 사업 확장이 얼마나 성과를 볼지도 미지수다.

신 부회장은 2002년 외식업체 TGI프라이데이와 미도파백화점, 동양카드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후 2004년 해태제과 인수 실패, 2005년 진로 인수 실패, 2006년 까르프 인수 실패 등 중요 M&A마다 고배를 마셔왔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신 부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사장이 2년 만에 롯데쇼핑 등기이사로 컴백한 것은 적잖은 부담이다. 신 사장은 신 부회장보다 먼저 롯데쇼핑 경영에 참여해 사실상 오늘날의 롯데쇼핑을 일궈낸 장본인이다. 두 사람은 롯데쇼핑 경영승계 측면에서 경쟁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신 사장의 복귀는 신 부회장에게는 자신의 경영능력 부족을 외부에 인정하는 굴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민2 한국인가 일본인가 정체성 논란

신 부회장의 정체성도 문제다. 신 부회장은 삶의 절반을 일본에서 살았다. 그는 일본과 미국에서 아오야마대학·컬럼비아대학원을 나오고, 노무라증권 영국 런던지점에서 7년간 근무했다.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다. 처음에는 한국말을 못했다. 이제는 어눌하지만 웬만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차이로 인해 임직원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우려도 있다.

사실 롯데는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먼저 일군 기업이기에, 태생적으로 그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1960년대 후반 정부가 재일동포의 모국 투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롯데는 한국 땅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롯데의 사업은 자연히 한국과 일본에서 함께 이뤄졌고, 신격호 회장의 이중국적이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이같은 정체성 문제는 신 부회장이 롯데의 수장으로 떠오르면서 보다 부각될 전망이다.

신 회장의 경우에 역사적 배경이 용인될 수 있는 근거가 됐지만 신 부회장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산을 상속받은 후계자다. 롯데가 일본 자본의 투자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토착기업이 될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를 비교해 보면, 한국 롯데의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 투자지분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즉, 한국에서 돈을 벌어 일부는 일본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이다.


고민3 MB정권 특혜논란

최근 신동빈 체제에 쏟아지는 또 다른 우려는 롯데의 광폭행보가 ‘정권을 탄다’는 점이다. 재계 내부에서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실물경제 침체 속에서 유독 롯데그룹만이 대한화재, 두산의 주류사업, 해외기업 인수와 인천골프장 건설 사업 허가 등으로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적잖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특히 신격호 회장의 평생 꿈이자 15년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은 서울공항 비행안전문제를 제기한 국방부와 야당, 성남시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 공군이 활주로 방향을 바꾸면서까지 이례적으로 허용으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해 의혹의 시선이 무성하다.

민주당은 이 같은 롯데의 행보에 대해 “제2롯데월드는 대통령 친구를 매개로 한 신정경유착이자 재벌 특혜 그리고 친구 게이트”라고 맹공을 퍼붓는 상황. 실제 ‘친구게이트’로 지명된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인 이명박 대통령과 동기동창으로 롯데그룹은 이 대통령 당선 직후 그를 그룹 총괄사장직에 전진 배치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내줬다 취소한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다음 정권에 롯데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크게 세를 확장했던 기업이 쓰러지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방향타를 쥔 것은 신 부회장이다. 재계에서는 그의 이런 고민거리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을 승계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민을 신 부회장이 얼마나 해결할 수 있냐는 점.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 2세는 단지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다고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환위기 당시 무너져간 재벌사 2세 능력의 중요성을 확실히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약력

▶1955년 2월 14일 출생
▶1955년 10월 일본 귀화
▶1977년 3월 일본 아오야마대학 경제학부 졸업
▶1980년 12월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졸업(MBA)
▶1981년 4월 노무라증권 입사
▶1988년 2월 일본 롯데상사 입사
▶1990년 3월 호남석유화학 상무
▶1994년 8월 코리아세븐 전무
▶1995년 3월 일본 지바 롯데마린즈 대표이사
▶1995년 5월 호남석유화학 전무
▶1995년 12월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
▶1996년 2월 호남석유화학 부사장
▶1996년 8월 한국국적 회복
▶1997년 2월 롯데그룹 부회장
▶1999년 5월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2000년 1월 롯데닷컴 대표이사
▶2001년 2월 전경련 부회장
▶2004년 5월 롯데제과·호남석유화학 부회장
▶2004년 10월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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