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이 합친 ‘미래통합당’이 지난 17일 우여곡절 끝에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기치로 내건 자유 우파 진영이 총선을 58일 앞두고 반문(反文) 단일 대오의 닻을 올린 것이다. 황교안 대표도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달라는 국민의 강력한 외침이 미래통합당의 출발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세력이 사분오열된 지 3년 만에 탄생한 통합당은 우리 정당정치가 좌우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차원에서 반길 일이다.

미래통합당이 출범의 닻을 올렸지만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야당이 건강하고 힘이 있어야 정부 여당을 견제할 수 있고 정치 발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야권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하여 정권을 효율적으로 견제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문 정권의 적폐청산과 주류세력 교체를 위한 난정(亂政)에 분노하면서도 야권에 마음을 주지 않았다. 이제 자유 우파는 힘겨운 통합을 이뤄냈다. 그러나 단순히 다시 합했다고 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으므로 국민이 지지할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한다.

지금 미래통합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강행 통과시킨 문 정권의 폭정(暴政)을 저지하고 자유민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청와대는 울산 선거 공작 지휘소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고 핵심 실세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3.15 부정선거 이후에 없었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이 사건에 대해 법무부장관은 적반하장으로 검찰 수사팀을 해체하고 공소장을 숨기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이 아니라 노예로 업신여기는 독재적 발상이다.

미래통합당이 시대정신을 읽고 국민들에게 가치나 비전을 제대로 보여줄 때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의 성패(成敗)를 가를 관건은 먼저 보수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지금 국민들은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구성원들이 자유 우파의 가치에 충실한지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 체제를 구현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중도 세력의 마음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보수의 가치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기반 위에 ‘중도’로 질서 있게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 ‘중도 확장’ 자체가 목표가 돼 버리면 본말(本末)이 전도(轉倒)되어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이다.

중도확장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문 정부의 실정(失政)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 비전을 업그레이드하고, 공정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층을 파고들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공천 물갈이’다. 물고기가 아니라 물을 교체하는 수준의 인적쇄신이 되어야 한다. 보수 이념과 철학이 부재한 인물들을 과감히 교체하고 그 자리는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 여기에는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공화당, 자유통일당과 창당 예정인 친박신당은 조건 없이 보수대통합에 동참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탄핵 이후 자유 우파 재건을 위해 앞장선 투쟁력 있는 인사들의 수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입각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나보다는 당을 위해 헌신하는 보수 본류의 모습이 있어야 닫힌 국민들의 마음이 열릴 것이다.

또한 미래통합당이 정파 간 공천 기득권 다툼을 벌려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킨다면 국민의 표심을 얻기 어렵다. 새보수당과 전진당 출신 현역 의원들의 ‘무혈입성’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 염원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야당 심판보다 정권 심판 기류가 많아진 게 사실이다. ‘미래통합당’의 미래는 지금부터 하기 나름이다. 무엇보다 황교안 대표의 책임이 막중하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통합당이 강력한 견제 세력이 돼야만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고 2년 뒤를 내다보는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