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반장’ VS ‘순둥이’ 누가 최후의 승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임시국회가 끝나면서 각 당은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한나라당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10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상정한다는 합의에 만족해야 했고, 민주당은 직권상정을 막았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지만 지도부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두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목소리를 드높인 두 명의 정치인이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다. 두 인사 모두 5월까지 임기를 남겨놓은 상태여서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가 모두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홍 원내대표는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당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국 의원들을 소집해 본회의장 로텐더홀 앞에서 시위를 하며 김 의장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김 의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자리에 연연하고 이미지만을 생각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 의장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는 누구의 말을 듣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옳다면 그 길로 가는 타입이다. 그렇다고 상대를 무시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모래시계 검사’, ‘홍반장’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이유도 정의감에 불타는 그의 모습 때문”이라고 평했다.

홍 원내대표는 1954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가난에 시달려야 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2남 3녀 중 차남인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아버지를 두고 한량이었다고 표현했다.

홍 원내대표는 “농사는 부업이고 판소리와 꽹과리, 시조를 읊는 한량이었다. 활쏘기와 술 마시는 것도 즐겼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게 항상 복종이었다”고 말했다.

1977년 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재직한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인생을 전환시키는 한 사건을 맡게 된다. 바로 ‘슬롯머신 사건’이다.

1993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 중이던 홍 원내대표는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씨 등 권력 실세들이 연루된 슬롯머신 사건을 맡는다.

6공의 권력 실세들을 모조리 구속 기소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이후 그가 맡았던 슬롯머신 사건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작품 소재가 되면서 ‘모래시계 검사’라는 애칭을 얻게 된다.


‘슬롯머신사건’때 명성 얻어

하지만 이 사건은 홍 원내대표가 검찰을 떠나야 하는 계기도 됐다. 당시 슬롯머신 업자에 대한 내사를 무마해줬다는 혐의로 상사인 이건개 대전고검장을 구속기소했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나는 잃을 것도 없다.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직 상사를 구속하는 것에 각계각층에서 회유와 압박이 들어왔다.

이후 홍 원내대표는 검찰 내에서 상사까지 구속시키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검찰내에서 왕따가 된 것이다.

2년여 동안 한직으로 내몰리던 홍 원내대표는 결국 1995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새로운 길을 택한 홍 원내대표는 정치입문 권유를 받게 된다. 1996년 신한국당 김영삼 총재의 권유로 입당하면서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 하지만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해 또 한 번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러다 2001년 서울 동대문구 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권에 복귀해 2004년, 2008년 같은 선거구에서 연달아 국회의원에 당선,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누구를 막론하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홍 원내대표는 이제 5월이면 원내대표직 임기가 끝난다.

현재까지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안상수, 정의화, 황우여 의원 정도다.

안 의원은 적극적인 자세로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너무 강경파라는 것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미지수다. 정 의원의 경우 치열한 3차 입법전쟁을 앞둔 시점에서 당을 맡아 이끌기에는 너무 온건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당 관계자는 “쟁점법안들을 다음에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국정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당에서도 차기 원내대표에 대한 적임자 선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홍 원내대표는 최근 3월 임시국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시간에 쫓겨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만이라도 3월에 처리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원내대표로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할 움직임이다.

최근 모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온 홍 원내대표는 “추경 처리와 정국을 안정시키고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향후 자신의 거취를 표명했다.


화려한 정치이력

‘순둥이’, ‘신사정치인’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원혜영 원내대표는 쟁점법안을 앞에 두고서는 전투적 자세로 돌변했다.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움직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당내 일부 의원들의 책임론에 시달려야 했다. 굴욕적인 타협이라는 것 때문이다.

원 원내대표는 “직권상정을 하면 모든 법안을 다 포기해야 한다. 일부라도 막기 위해선 어쩔수 없는 타협이었다. 지금도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당에서도 원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불식시키고 5월 임기까지 원 원내대표 체제로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원 원내대표는 “전부를 잃어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싸움도 단계를 거치면서 싸워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합리하게 싸움만을 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 원내대표는 현실정치를 지향한다. 싸워서 쟁취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모두 잃는다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이런 모습은 그의 가치관을 잘 반영한다”고 평했다.

원 원내대표는 말수가 적기로 유명하다. 그의 인상을 보더라도 온건한 성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원 원내대표는 1951년 부천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풀무원을 창업한 원경선씨다. 어린시절은 부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71년 서울대학교 교양학부 학생회장을 지내면서 민주화운동을 전개해 두 차례 복역하기까지 했다. 특히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여러 인사들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후 1981년 풀무원식품을 직접 창업해 경영하며 전문경영인의 길을 걷는다. 1988년에는 조순형, 홍사덕, 유인태, 제정구 전 의원 등과 함께 한겨레 민주당을 창당해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1992년 민주당 공천으로 경기 부천시 중구을에서 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러다 1995년 자신의 정치입문을 도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며 탈당했지만 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남아 등을 돌리는 듯 했다.

15대 총선에서 국민회의 후보에게 패배해 낙선한 뒤 1996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원웅 전 의원 등과 함께 고기집 ‘하로동선’을 운영하면서 정치복귀를 모색했다.


국민 공감대 형성 관건

이후 국민통합추진회의를 결성, 15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김 전 대통령의 국민회의에 입당해 김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한다.

원 원내대표의 정치복귀는 1998년 이뤄졌다. 제2회 지방선거에서 부천시장에 당선되고 재선을 이뤄 행정경험을 쌓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2003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17대 총선에서 부천시 오정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도 당선돼 3선 의원이 됐다.

정치권의 한 원로는 “국내 정치사에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 때마다 원 원내대표가 있었다. 정치이력만 보면 누구 못지않게 화려하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도 5월이면 임기를 마친다. 6월 미디어법 대치가 불 보듯 뻔 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좀 더 강경한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은 수면 위로 부상하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거론되는 인사들은 이강래, 박병석, 이미경, 홍재형, 김부겸, 박주선, 송영길, 이종걸 의원 등이다.

이강래 의원은 당에서 전략 기획통으로 통해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여, 야 모두를 아우르는 친화력과 온화함을 갖춰 당내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첫 여성 원내대표라는 이점이 있는 이미경 의원도 당 안팎에서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원 대표는 “이번 선택에 국민들이 실망했을지는 몰라도 불가피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이제 논의기구를 통해 미디어법에 대한 실체를 알려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내야하는 숙제가 남았다”고 밝혔다.

5월이면 원내대표 자리에서 똑같이 내려와야 할 홍 원내대표와 원 원내대표.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한 6월 3차 입법전쟁에서 어떤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지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프로필

▶ 생년월일 1954년 12월 5일
▶ 출생지 경남 창녕
▶ 1972년 영남고등학교 졸업
▶ 1977년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 1982년 24회 사법시험 합격
▶ 1985년 청주지방검찰청 검사
▶ 1987년 울산지청
▶ 1988년 서울남부지청
▶ 1992년 서울지방검찰청 강력부
▶ 1993년 슬롯머신사건 수사
▶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서울 송파갑)
▶ 1998년 한나라당 총재 정치특보
▶ 2001년 제16대 국회의원(서울 동대문을 보선)
▶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서울 동대문을)
▶ 2006년 한나라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클린정치위원장
▶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서울 동대문 을)



B>##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프로필

▶ 생년월일 1951년 9월 27일
▶ 출생지 경기도 부천
▶ 1970년 경복고등학교 졸업
▶ 1971년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입학, 제적)
▶ 1996년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졸업
▶ 1975년 집시법, 긴급조치 9호로 복역
▶ 1977년 민주청년인권협의회 초대 총무
▶ 1981년 (주)풀무원식품 창업
▶ 1988년 한겨레민주당 대변인
▶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경기 부천 오정구)
▶ 1994년 민주당 원내부총무
▶ 1996년 국민통합추진회의 대변인
▶ 1998년 경기도 부천시 시장(민선 2대)
▶ 2002년 경기도 부천시 시장(민선 3대)
▶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경기 부천 오정)
▶ 2005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 2006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경기 부천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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