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한 체질 만들기 위해 쇠 먹기 시작”


고려시대 송도에는 쇠붙이를 먹고사는 ‘불가사리’라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이다.

그런데 자건거, 면도날, 철사, 칼날 등 쇠붙이를 닥치는 대로 먹고도 멀쩡한 인간이 있다. 삼법기(三法氣)를 수련하는 김승도 씨가 그 주인공. 김승도 씨는 매일같이 1근의 쇠를 먹고도 신체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현대과학은 그를 ‘특이체질’이라고 결론지었다.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김승도 씨는 과학이 내린 인체의 한계에 대해 거부의 몸짓을 분명히 한다. 지금까지 6톤이 넘는 쇠붙이를 먹고도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79년 일본 ‘기네스 기록도전’ 참여

김씨는 지난 1979년 일본에서 열린 ‘기네스 기록도전대회’에 참여, 쇠붙이를 먹는 슈퍼맨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성인용 자건거 한 대를 일주일만에 먹어치워 일본 열도를 경악시키기도 했다. 그는 1990년 5톤의 쇠를 소화시켜 기네스에 기록을 다시 하나 추가시켰다.

그는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린다. 지난 94년 일본 후지 TV에 출연한 후 한국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TV출연에서 공개적으로 먹었던 6개의 시계와 자동차 앞바퀴가 미처 소화되지 않아 공항 검색대에 걸렸던 것이다. 공항검색대에서는 김씨의 몸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분명 몸에는 쇠붙이가 없는데 금속탐지기에는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한참 후 김씨는 안절부절못하는 검색원에게 후지TV방송국으로 연락해보라고 권한다. 후지TV방송국은 검색원에게 ‘김씨는 쇠를 먹는 사람으로 TV에 출연하여 먹은 쇠붙이가 아직 소화되지 않은 듯하다’고 전했다.

그가 지금까지 먹은 쇠는 모두 6톤에 이른다. 40여 년 동안 6톤에 이르는 쇠붙이가 그의 배속에서 소화된 것이다. 20여 대의 자전거가 그의 위장에서 사라져갔다.

그가 쇠를 먹기 시작한 것은 전통적인 민간비방에 따라 강건한 체질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14살 때부터 대장간에서 담금질할 때 생기는 쇠똥(수철)을 먹기 시작했다. 군대 가기 전까지 아마 수철만 몇 가마니를 먹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때는 진짜 쇠는 먹지 않았다.”


한약방하는 부친에게 단전호흡 전수 받아

김씨는 45년 6월 충남 공주에서 4남 4녀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다. 한약방을 경영하던 아버지 김동훈(작고) 씨는 아들에게 단전호흡을 가르치면서 강건, 강골로 만들기 위해 쇠를 먹을 것을 권했다. 도가(道家)의 비전(秘傳)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강건한 신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대장간에서 쇠똥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수철을 자석으로 긁어모아 분말로 만들어 먹었다. 몸에 좋다니까 식사 후 한 숟갈씩 먹었는데 위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오히려 소화기능이 더욱 좋아진 것 같아 계속 복용했다는 것이다.

“단전호흡으로 체내에 기를 불어넣으면 그 어떤 물체가 충격을 가해와도 끄떡없다. 또 이미 몸의 상태가 기(氣)에 싸여 있기 때문에 날카로운 면도날도 입안에 아무런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그대로 삼켜버리면 위에서 소화가 되어버린다”


유동수 스님에게 도가수련 받아

김씨는 도가수련을 한 아버지로부터 기초체력을 만들어나갔다. 아버지는 자신의 도우(道友)인 유동수 스님(1898년생)에게 아들을 보내 도가수련을 시켰다. 유동수 스님이 살아생전에 보여준 일화는 공주지역에서 전설처럼 남아있다. 그는 본래 스님이 아니었으나 기이한 능력을 시샘한 일제에 의해 모진 고초를 겪고 난 후 입산해 스님이 되어버렸다. 그는 물체를 공간 이동시키거나 짐승들을 도술로 부리는 등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이적(異蹟)들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유동수 스님은 일제가 물러가고 난 뒤 속가로 내려와 김씨를 제자로 받았다. 그는 기초체력이 다져진 김씨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했다. 김씨는 “도술은 기초체력이 확실하지 않으면 감당하지 못한다. 쇠를 먹는 일이나 짐승을 부리는 등의 일을 기교로 보면 안 된다. 스승님은 그래서 나에게 기본을 강조했다”고 밝힌다.

그가 진짜 쇠를 먹은 것은 수철을 먹은 지 7년이 지난 1966년. 군에 입대하면서부터이다. 21살이 되던 해 군대에 입대한 김씨는 군에서도 단전호흡을 멈추지 않았다. 김씨가 실력을 발휘한 것도 이즈음. 철조망작업을 하던 김씨는 절단기가 없어 이빨을 이용해 철사를 끊어보았다. 철사는 맥없이 잘려나갔다.

김씨는 “될 것 같아 한 번 해봤더니 철사가 끊겨나갔다. 여기서 자신감을 가지고 진짜 쇠도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처음 먹은 쇠는 철조망과 수류탄 안전고리였다. 오락시간 묘기자랑시간에는 단연 인기 1위였다. 수류탄 안전고리와 가시철망을 엿가락 자르듯이 잘라먹는 김씨는 이내 부대 내의 명물이 되어버렸다.

당시 대대장이었던 차기수 중령은 신기하다며 김씨를 장교식당에서 밥을 먹이고 불침번도 세우지 않았다.

그에게는 총도 지급하지 않았다. 총마저 먹어버릴지 몰라서다. 어쨌든 김승도 씨는 장병 정신무장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어 나중에는 장병위문대에서 제대할 때까지 쇠를 먹는 ‘불가사리’ 노릇을 했다.

김씨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배를 만져보라며 웃옷을 걷어 올린다. 그의 배는 철판을 연상할 만큼 단단하다.

주먹으로 치면 상대의 손이 튕겨 나온다. 전 프로권투 세계챔피언이었던 변모 씨는 지난 93년 TV공개방송에 출연하여 김씨의 배를 쳤다가 손목을 삐기도 했다.

“이젠 매일같이 쇠를 먹지 않으면 속이 무척 거북하다. 그래서 식사 후 10여분 후에는 후식으로 면도날을 한 끼에 2개씩 하루 6개와 철사 10여cm를 잘라먹는다”

그의 뱃속에 있는 쇠붙이가 소화되는 데 40분이면 족하다. 그 자신도 정확한 시간을 안 것은 서울 강남성심병원에서 특수촬영을 해본 결과다. 쇠가 목에서 넘어가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40분이었다고. 소화된 쇠붙이는 변에 새까만 흔적만 남길 뿐이다.

지난 96년 김씨를 정밀 검사했던 순천향병원 의사 정일권씨는 “의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할 말이 없다. 특수한 체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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