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운동 태교음악, 보건소가 첫걸음

2006태교음악회 전경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한 정부의 출산장려운동과 맞물려 수많은 태교행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행사의 취지와 목표를 잃은 이벤트성 행사 또는 기업들의 돈벌이에만 초점을 맞춘 행사들이 출산을 앞둔 가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0년부터 꾸준히 태교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생명의 신비를 음악으로 전하는 이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원여자대학과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학과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는 임신부특수대학원 설립·추진 중인 (재)국제예술문화체육재단 강창주 이사장을 만나 태교음악회의 의미와 과제, 발전방향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이사장이란 딱딱한 직함보단 교수란 단어로 친밀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강 교수는 태교음악회 시작배경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1998년 당시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임신부가 태교를 위해 클래식 음악을 고르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클래식을 많이 접하지 못한 그녀는 음악선별을 어려워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음악을 함께 골라주며 새 생명에게 음악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단 것을 깨닫고 태교음악회 추진을 결심하게 됐다.

“당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클래식이란 중산층 이상의 상위그룹의 문화란 인식이 강했다. 이런 사회적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진정한 음악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이같은 결심을 더욱 굳힌 그는 당시 진행 중인 태교음악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문제점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행사가 임산부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관련 기업들의 광고의 장으로 변질된 모습을 보았다. 정작 본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음악회는 임산부에게 필요한 태교음악이 아닌 대충 선별된 곡으로 진행되었고, 신생아 관련 용품들의 샘플과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또 준비가 철저한 음악회라도 소리와 환경에 민감한 임신부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일반 관객들이 즐기기에 적합한 음악으로 선곡하여 지나치게 강한 음향으로 오히려 임산부에게 해를 줄 위험성도 있었다.

명목뿐인 태교음악회들을 보며 강 교수는 진정 임산부들을 위한 행사를 열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명성이 있는 음대교수라 하더라도 일반인과 클래식 사이에 존재하는 높은 벽을 처음부터 넘기는 쉽지 않았다.

무료로 진행되는 태교음악회다보니 사업가들의 냉대를 받기 일쑤였다. 한국 문화시장에서 태교음악이란 집에서 조용히 혼자 이뤄지는 것이란 인식도 바꿔야 했다.

혼자서 이 벽을 넘기엔 무리였다. 그래서 찾아간 것이 지역 보건소장들이었다. 다행히 열린 생각의 보건소장들은 돈이 목적이 아닌 사회를 위해 뛰어다니는 강 교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 줬다.

함께 지역에서 태교음악회의 장소를 섭외하고 산모들의 건강을 위한 세미나도 진행했다. 그 외에도 여러 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 지역별 산모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졌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강 교수의 태교음악회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사회적 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임신부들의 참여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강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2006년 안산시 상록수·단원보건소와 공동으로 추최한 ‘예비맘을 위한 태교음악회’를 꼽았다.

“출산을 앞둔 부부 8쌍이 출연해 동요를 불렀다. 준비과정 중 동요의 가사와 곡조를 통해 앞으로 태어날 자녀를 연상했고, 임신부들은 막연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가족애를 직접적으로 느꼈다. 또 대부분 임신부들인 관객들과 공감한 그 감동은 배로 전해졌다”

앞으로도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부부들을 비롯하여, 임신부와 태아 그리고 가족을 위한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을 찾아가 그 깊이와 감동을 온몸으로 전하는 것이 강 교수의 바람이다.

그는 “각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바라며 보건소가 정신건강과 문화 창달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태교음악회가 단순 음악회가 아닌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출산장려운동, 즉 국민운동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강한 염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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