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럭비공 행보 내막

북측과 개성공단 관련 현안을 협의를 마친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 지원단장 등 정부당국자들이 지난 4월22일 새벽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김정일의 행보가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북한의 외교전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야말로 ‘럭비공’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로켓을 쏘아 올려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잇따른 개성 직원의 억류, 개성공단 입주기업 회담을 요구하면서도 군사적 도발까지도 서슴치 않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벼랑 끝 외교전술’을 구사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이 예전 같지 않다. 원래부터 예측하기 쉽지 않은 전략을 구사해온 북한이지만 최근의 행보는 그야말로 갈팡질팡 일색이다.

지난 4월 21일 개성공단사업과 관련, 접촉을 시도해온 남측 대표단은 황당했다. 북한 측이 ‘돈을 더 내놓지 않으려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한편 공단을 유지 발전시키겠다는 뜻도 내비쳤던 것이다. 떠나는 남측 대표단에 협상 날짜를 빨리 잡자고 재촉하는 등 남측과의 대화에 조급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던 북한이 22일에는 휴전선에서 긴장을 조성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한국군이 최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의 표지물 제0768호를 북쪽으로 수십 미터 옮겨 꽂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행위를 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북한이 관리하는 이 표지물에 접근했거나 옮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다. 북한은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16일 남북 당국 간 접촉을 제의했다가 19일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내세워 “MDL에서 서울까지는 불과 서울 50km 안팎”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정가 일각에서 “도대체 김정일의 속내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뒤따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차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북한의 태도에 대북전문가들도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들쑥날쑥 북한의 태도 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거론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의 행보는 김 위원장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사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북한이 내세우는 구호에서 단편적으로 그 답을 추측할 수 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선포했다. 이미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로 정치사상 강국·군사 강국을 달성했고, 이제 경제 강국만 이루면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김 위원장의 대내적 행보는 주로 경제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44번의 공개활동을 했고, 이 가운데 경제 관련 활동이 20번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군 관련 활동이 13번, 공연 관람 등 기타 활동이 10번이었다. 김 위원장 공개 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은 경제담당 박남길 기획재정부장(22번)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경제적 성공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주민들에게 제시한 비전을 달성해야 할 기간이 앞으로 3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북한 경제는 여전히 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내부적인 체제정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대남전략이 강경함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에 투자를 촉구하는 회담을 연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여기에 대한 북한의 초조함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김정일 3기’ 출범이다. 최근 북한 변화의 한 축은 바로 내부 정비다. 그 배경은 바로 김 위원장의 건강에 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 속 ‘포스트 김정일’에 대한 준비가 절실해 졌고 이를 위해 내부적 지지기반을 위해 내부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계구도 위한 포석

특히 김정일 3기 체제의 출범은 향후 북한의 태도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가 열리고 내부 체제 정비가 이뤄졌다. 제도 측면에서 국방 부위원장이 1명 늘고 위원수도 4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그 구성은 군인 뿐 아니라 로켓 발사과정에서 공을 세운 군수공업 담당, 그리고 장성택과 함께 대내외 체제보위를 담당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의 책임자가 포함됐다. 국방위원회 강화가 이뤄진 것이다.

대의원 구성에서도 담론 분야에서도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가 강조됐다. 인물 측면에서 장성택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이 재추대 되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국방위원에 진출했다. 그는 명실상부한 2인자로서 향후 군과 경제부문을 포괄한 영역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만큼 향후 ‘포스트 김정일’의 키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그가 밀고 있는 차기 후계자는 과연 누구일까. 현재 북한 안팎에서 거론되는 유력한 후계자는 김 위원장과 성혜림 사이에 난 첫째 김정남과 김 위원장과 고영희 사이에 난 셋째 김정운이 꼽히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딸 김설송과 둘째 김정철도 후계자 그룹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김정철이나 김설송 보다는 1남과 3남 중심으로 후계자 구도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데 이론이 없다.

장 행정부장은 향후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을 옹립하는 작업에 열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가 우선되는 유교적 관념 외에도 자신의 정적이었던 고영희의 두 아들 중의 한 아들이 후계자가 될 경우 숙청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운 후계설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반면 김정남은 후계자에 그다지 미련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1년 중 절반가량을 평양이 아닌 중국과 유럽, 마카오 등을 돌며 한량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김정남은 북한 로켓 발사 직후인 지난 7일 마카오여행을 하다 일본의 한 방송사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마카오에 있어서 (발사 소식을) 몰랐다”며 후계자 여부에 대해선 “만약 내가 후계자라면 마카오에서 만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김정운은 작년 하반기부터 김 위원장과 군부대를 함께 시찰하는 등 공식석상에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착실히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선택만 하면 그대로 따라가는 구조다. 장성택이 아무리 김 위원장의 매제라고 해도 의사를 거스를 수 있는 사회가 아닌 것이다.

향후 2012년 수령의 후계자 문제를 매듭지으며 주체사상이 최고조로 발현된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한 대북전문가는 “올해 후계체제 준비 단계를 거쳐 내년에 구축 단계, 2012년에는 공고화 단계로 들어설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누가 후계자가 되건 간에 조만간 후계구도가 분명히 드러나게 되리라는 것이다.


후계구도 맞춰 좌충우돌

지난 5일 발사된 광명성 2호도 이런 후계 구도의 길을 닦는 선전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발사 시점부터 김정일 3기 체제 시작을 극대화하는 축포의 성격이 강했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은 광명성 1호를 쏘아올린 나흘 뒤인 9월 4일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회의를 열었고, 바로 다음 날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국방위원장에 앉아 김정일 1기 시대를 열었다. 이번에도 축포가 쏘아올려진 나흘 뒤인 4월9일 김정일 3기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북한의 최근 행보는 북한 지도부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해빙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쏟는 정도의 관심을 북한에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에 ‘노기’를 드러냈다고 마크 긴즈버그 전 모로코 주재 미국대사가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쉽게 풀리지 않는 북한의 미래는 향후 김 위원장의 손 끝에 달려 있는 셈이다. 후계구도에 관련 체제정비와 당위성이라는 숙제를 안은 김 위원장의 행보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민은 굶어도 ‘주지육림’ 누리는 김정일

김정일의 황제생활 “사는게 너무 즐거워”

지난 3월 영국의 일간지 ‘타임스’는 ‘전 세계 10대 부패 독재자’로 마르코스 필리핀 전 대통령, 차우셰스쿠 전 루마니아 대통령 등과 함께 유일하게 현직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그의 사진과 함께 10대 부패 독재자로 선정했다. 국민이 굶는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이 말그대로 ‘주지육림(酒池肉林)’에서 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김 위원장의 사치생활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그는 고급요리를 선호하는 입맛 때문에 늘 살아있는 재료를 공수해 요리토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 이란은 캐비어, 일본은 생선류, 그리고 동남아에서는 두리안, 파파야등 과일을 사오는 식이다. 직접 북한에 들어가 김 위원장이 연 선상파티 경험을 소개한 프랑스 출신 요리사는 “20가지가 넘는 프랑스산 치즈와 포도주 등 모든 음식 재료는 주문과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즉시 들어왔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헤네시 코냑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연간 헤네시 코냑 구입에 소모하는 돈은 무려 65만달러(한화 7억2000만원)에 달한다.

사실 김 위원장의 사치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야기다. 오죽하면 2006년 유엔 안보리가 북핵 제재 결의에서 ‘사치품’의 북한 판매와 전달을 금지했을 정도다. 대북 수출품목금지품목에는 김 위원장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산 최고급 참다랑어,캐비어와 일본산 최고급 쇠고기 등 고급 식료들이 포함됐었다. 미국은 마카오 은행에 동결한 북한 자금 2400만달러도 김정일이 벤츠와 코냑을 살 돈이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07년 동결자금이 풀릴 때까지 김 위원장은 적잖은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일을 도덕적으로 부패한 독재자로 꼽게 만든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기쁨조’다. 기쁨조는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일종의 ‘하렘(harem)’이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유독 비밀파티를 즐긴다고 한다. 측근들과 여배우들이 주로 참석하는 비밀파티로 기쁨조 여성들이 춤과 노래를 곁들인다. 특히 기쁨조는 모두 14세에서 24세 사이 미모의 여성들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뽑히는 곳은 노동당 5과라는 곳인데 이른바 김정일의 비서 부대다. 요리사 양성을 비롯해 별장관리, 기쁨조 양상등을 모두 5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중 기쁨조는 성적인 유희를 담당하는 만족조, 마사지를 전문으로 하는 행복조, 춤과 노래에 정통한 가무조 등 세가지로 나눠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장신간 교육을 통해서 해당 분야에 배정된다.

지난 2003년 일본에서 발간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 주방장이었던 후지모토 겐지의 책 ‘김정일의 요리인’에 의해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후지모토 겐지는 저서를 통해 “북한 사람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지만 김정일은 최고급 수입요리로 식사를 하며, 파티 장소에선 기쁨조들에게 나체로 춤을 추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김 위원장의 향락은 내부적으로 어떻게 비춰질까. 적어도 북한에서는 그를 여전히 헌신적인 지도자로 만드는데 여념이 없는 듯하다. 지난 17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홀쭉해진 김 위원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사람이 쇠가 아닌 이상 몸을 돌봐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제 몸을 돌볼 사이가 없다”고 밝힌 일화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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